나의 하루는 새벽 5시 20분에 시작된다.

올해 뭐 했지, 자괴감이 든다면 일찍 일어나보자구요!

by 망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자그마치 5년째 아침형 인간 꿈나무. <미라클 모닝>을 읽고 큰 감명을 받고 며칠은 벌떡벌떡 잘 일어났다.


‘오, 이게 아침형 인간들이 찬양하던 아침 시간의 힘이구나!’


글도 쓰고 책도 읽었는데 아직 내가 평소에 일어나던 시간이었다. 남들은 자고 있을 시간에 일어나 하루를 길게 썼다는 뿌듯함이 있었다. 하지만 아침 기상의 성취감은 아침잠의 달콤함을 쉬이 이길 수 없었다. 다시 네 번씩 울리는 알람을 매번 끄고 찌뿌둥하게 몸을 일으키는 수면의 노예로 돌아갔다.


요 몇 달은 여러 고민에 함몰돼 기분이 자주 아래로 가라앉곤 했다. 자꾸 외부와 나를 비교하며 깎아내리려는 못된 습관이 스멀스멀 기어 나와 마음에 뿌연 성에가 낀 기분이었다.

마침 매주 줌으로 하는 글쓰기 모임에서 필사 시간에 읽은 책이 없어 지난봄에 읽은 책을 꺼냈다. 플래그로 표시해둔 페이지를 노트북으로 옮겨 적다 뼈를 맞고 다시 다짐했다. (올 3월에도 도전했던 한결같은 새벽 기상 꿈나무)


“살이 찌면 식단을 관리하고 운동을 하는 것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은 업무에 지치거나 삶의 변화가 필요할 때 내가 자주 사용하는 특단의 조치다.”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 김유진>



삶의 변화가 필요한 지금 나도 저자처럼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8월부터 9월엔 다 써야지, 10월엔 기필코 마쳐야지, 라며 묵혀둔 전자책 파일을 열어봤다. 두 달 반 동안 5페이지밖에 쓰지 못했단 사실에 자괴감이 들었다.

거기에 더해 새벽 5시 30분에 시작하는 요가 수련을 위해 4시 30분에 일어난다는 선생님을 보고 자극을 받은 참이었다.

몇 번째인지 모를 ‘새벽형 인간 되기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다만 시계가 4를 가리키고 있을 때 일어날 자신은 없어서 4시 59분으로 알람을 맞추고 10시가 조금 넘었을 때 침대에 누웠다.


다음 날 아침, 다짐의 약효가 가장 강한 첫날답게 5시 알람에 바로 눈이 떠졌다. 하지만 따뜻한 전기장판에서 등을 떼고 이불 밖을 나서는 건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잠을 깨려 반쯤 떠진 눈으로 인스타그램 피드를 훑었다.

그래도 아직은 전기장판의 승!

십 분만 더 자고 그땐 진짜 일어나자. 마음의 소리에 따라 5시 20분에 다시 알람을 맞췄다.


1분도 지나지 않았을 것 같은데 벌써 울린 알람을 끄고 이번엔 진짜 몸을 일으켰다. 밤새 차가워진 공기에 극세사 잠옷을 여미고 거실로 나가 우선 따뜻한 물을 데웠다.

어디서 본 건 있어 차를 마시면 좋을 것 같아 녹찻잎을 꺼내 우렸다. (녹차보단 보이차가 좋다고 한다^^) 차가 우러날동안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니 잠이 확 깼다.

아직은 동이 트지 않은 새벽에 노트북을 열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4일 째엔 6시 40분에 일어나 실패라 생각해서 사진을 찍지 않았다. (나름의 소신...ㅎㅎㅎㅎ)


얼마 지나지 않아 집중력이 다했다. 자연스럽게 카카오톡을 열었지만 수다를 떨 사람들은 모두 자고 있었다. 일찍 자느라 못 본 카톡의 답장도 혹여 그들을 깨울까 하지 못했다.

그다음엔 습관적으로 인스타그램 아이콘을 검지 손가락이 눌렀다. 밤새 올라온 피드는 아까 잠을 깨겠다며 침대 위에서도 봤기에 새로운 게 없었다. 자괴감이 들었다. 이러려고 일찍 일어났나?

후다닥 비교의 늪(인스타그램)에서 나와 스마트폰 액정이 보이지 않게 뒤집어 두고 다시 워드 창의 커서를 클릭했다.


다시 집중하고 카톡과 인스타그램이 아닌 다른 인터넷 창을 뒤적이길 몇 번, 어느새 한 페이지를 글로 채웠다. 시계를 보니 아직 6시 30분이었다. 충격적이었다. 아직도 자고 있을 시간에 글 한 꼭지를 썼다니! 읽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사두기만 한 책을 읽었더니 이제 7시가 지났다. 수박이를 산책시키고 왔는데도 아직 8시 요가를 가기 전까지 시간이 남았다.


그렇게 아침 시간의 맛을 본 다음 날도 5시 20분에 일어났다. (목표는 5시지만 아직 거기까진 못하겠다) 물론 3일째 되는 날은 6시, 4일째엔 6시 40분으로 확 늦어졌지만. 다시 5일째 되는 날은 5시 20분, 6일째 되는 토요일에도 6시 넘어 일어났다.


주말에도 일찍 눈이 떠지다니. 기적이다



올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준비하는 늦가을.

후회 없이 올해를 보내주기 위해 이번에는 일찍 하루를 시작하며 못 이룬 계획 중 하나라도 실행시키고 싶다. 과연 다음 주에도 이 마음 그대로 5시에 일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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