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50일도 남지 않았다는데
#1.
“오늘이 연말까지 딱 50일 남았대요!”
남편에게 최장기간 과외 수업을 받는 열다섯 남학생 입에서 나온 말이다.
회사를 나오고 더욱 날짜와 요일 개념 없이 산 지 어언 3년. 빼빼로데이는커녕 우리가 처음 만나기로 한 날도 3일 뒤에서 생각난 참에 올해 카운트다운을 셀 리가 없었다.
각자 나이에 비례해 시간이 흐른다는 말마따나 시속 15km로 사는 이 아이는 카운트다운하는 여유가 있는 게 아닐까. 올해 재밌는 일도 많았고 나름 알차게 살았다 싶지만, 시속 33km로 벌써 11월 중순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지난주 5시 20분에 일어난다고 호기롭게 쓴 글이 감사하게도 포털 메인에 노출돼 2만 회 이상 읽혔다. (글은 여기)
민망하게도 나의 기상시간은 그새 한 시간넘게 다시 늦춰졌는데 말이다. 분명 알람에 맞춰 눈은 떴는데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는게 그렇게 어렵다. 한 번에 습관이 되면 그게 사람인가.
올해가 이제 44일밖에 남지 않았으니 다시 한번 마음을 잡기로 한다.
#2.
우연히 인스타그램 ‘둘러보기’ 칸에 익숙한 사진이 떴길래 눌렀다. 제주에 내려오기 전 일산에 살며 8개월을 다닌 요가원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낯익은 얼굴이 선생님 자리에 앉아계셨다. 바로 매일 오전 7시 명상부터 10시 오전 수업까지 맨 앞자리에서 듣던 아저씨였다.
정년퇴직하고 집에서 있다 보니 쳐지길래 부인의 권유로 요가를 시작하셨다는 그 아저씨였다. 요가원 오전 수업은 특히 여자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음기의 틈바구니 속에서 꿋꿋이 매일 매트를 깔기란 웬만한 마음가짐으로는 어렵다. 그 어려운 걸 해낸 아저씨는 수업이 끝나도 항상 남아 물구나무서기를 연습하시곤 했다. 일할 때 운전을 너무 많이 해서 어깨가 다 굳었다던 그는 전형적으로 뻣뻣한 중년 남자의 몸으로 기억한다.
그랬던 그가 올해 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따시고 화려하게 선생님으로 데뷔하셨다. 그 사진을 내가 우연히 본 것이고. 사진 한 장만 봐도 묵묵히 쌓아올리는 그의 시간에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작년에 꾸준히 연습하시던 ‘머리서기’(머리로 서는 물구나무서기)도 성공하셔서 요가원에 떡을 돌리셨다. 성실함과 노력으로 무장하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배웠다.
멀리서 그의 소식을 접하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기로 한다. ‘작년에 주식 살걸, 오 년 전에 집살걸’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을 돌아보며 징징거릴 시간에 뭐라도 하자.
올해 하고 싶다고 다이어리에 적어둔 일을 하나라도, 어설프게라도 실행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