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다는 착각

그럼에도 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습니다

by 망샘


가끔은 회사에서 일하던 때를 그리워한 적도 있었지만, 아직 돌아가긴 이르다. 쉽고 편한 선택을 하기엔 나는 너무 실패해보지 않았다.

<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습니다> p169


회사를 나와 자유롭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아침에 요가를 수련하고 유기견 쉼터 봉사도 매주 가고, 친구들이 제주에 오면 같이 놀고, 내가 원할 때만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남편의 절친한 친구가 얼마 전 참고 있던 쓴소리를 시전 했다. 참고로 그는 매일 남편과 카톡을 나누는 사이. 최근 몇 달 동안 차와 집을 알아보느라 유튜브도 등한시한 남편이 껄무새로 과거에 하지 못한 투자에 대한 하소연을 많이 들었을 터다.


“너네가 자유롭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럴까? 새미 씨가 하루에 요가 두 타임 가르친다고 했을 때 난 좀 슬펐어. 시간이 묶이는 건데 그게 과연 자유로운 걸까?”


이외에도 구구절절 맞는 말만 했다. 워낙 친한 사이라 할 수 있는 말들이었다. 뼈를 맞다 못해 갈비뼈 3개는 부서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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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내가 책에도 썼던 문장이 떠오르며 부끄러워졌다.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아 아쉽지만, 매년 살고 싶은 곳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삶이 좋다고 썼다. 여전히 동의하긴 하지만 자기 합리화에 가깝다.


당장 지금 살고 있는 제주 연세 집 계약이 끝나고 내년에 살 집을 몇 달째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마음에 드는 집은 비싸고, 우리 예산에 맞는 집은 마음에 차지 않았으니까. 돈이 충분하다면 어려울 게 없는 문제다. 정부가 은행 대출을 막든지 말든지, 작년 소득이 적은 프리랜서라 대출이 어렵든 말든 상관할 바 없이 그냥 사버리면 되니까. 하지만 전 재산과 대출까지 끌어모아야 집 한 채를 살까 말까 하다면 경제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올봄부터 제주 집에서 시작한 요가 수업은 감사하게도 잘됐다. 제주 집 연세만큼만 벌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보다 더 쏠쏠했다. 애쓰지 않아도 좋은 기회들이 손을 내밀어주었다.

특히 9월 초, 인기 있던 예능에 요가 수업이 소개된 이후로는 거의 매일 수업을 했다. ‘물들어올 때 노 젓자’며 웬만한 예약은 거의 받았더니 하루에 두 타임씩 가르친 날도 많다. 요가를 나누는 건 여전히 보람 있고 재밌다. 하지만 몸이 축나는 건 별개의 문제다. 경제적으로 자유롭다면 일주일에 한두 번만 해도 될 일이다. 매일 수업을 했다는 건 그만큼 자유롭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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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 지 3년이 지났다. 오백일은 세계여행, 다녀와서 일 년만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살아보자 했던 게 또 어느덧 육백일이 지났다. 여행을 꽤 길게 했다 생각했는데 여행보다 한국에서 정착한 날이 더 길다는 사실에 현타가 온다.

대책 없는 긍정으로 지냈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N개의 일을 하나둘씩 시도해보며 실행했다. 잘 못한 것도 있고 결과가 아쉬운 일도 많지만 작년의 나와 비교하면 많은 발전이 있던 해였다. 회사 밖에서도 굶지 않고 잘 살고 있다는 것. 먹고 싶고, 사고 싶은 거에 야박하지 않게 굴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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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던 이유는 회사에서 나와도 밥벌이 기술이 하나둘 생겨났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먹여 살리는 실감이 불안을 잠재운다. 회사에 다닐 땐 암만 월급이 꽂혀도 여기를 나가는 순간 할 줄 아는 게 없을 거란 불안이 강했기에 퇴사 전보다 불안하지 않다. 이건 진짜다.


하지만 친구의 일침을 맞고 자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진짜 원하는 시간에 최소한으로만 일하며 노는 게 일상이 되고 싶다면 경제적으로 자유를 이루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사업을 하는 마음으로 내 일거리를 꾸려나가야 한다.


우선은 아침 일찍 일어나며 기상 시간만이라도 컨트롤해보는 것으로 내 삶의 주체성을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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