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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Mar 08. 2018

[퇴사 후 세계여행]없어도 괜찮아

『한 달에 한 도시』김은덕 백종민 부부


부부가 함께하는 세계여행에 대한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었던 『한 달에 한 도시』시리즈 3권. 

애초에 이 부부는 결혼식부터 작은 결혼식으로 주체적으로 진행했고, 하는 일도 나처럼 평범한 회사원이 아닌 영화쪽 일을 한 우리와는 조금 다르게 삶을 살아갔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여행과 그 여행기를 풀어낸 책은 생동감이 넘친다. 애초에 여행 전부터 여행 서적을 염두에 두고 떠났고, 갈 곳을 미리 정해 에어비앤비로 장기 렌트를 해 경비를 많이 아낄 수 있었다고 한다. 한국에 돌아와선 『한 달에 한 도시』뿐 아니라 『없어도 괜찮아』를 집필하고, 최근엔『사랑한다면 왜』라는 한국 사회에서의 부부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세이를 펴냈다. 





사뭇 나와는 다른 것 같지만 생업(다니던 직장, 하던 일)을 포기하고 긴 여행을 떠나서의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되었다. 역시 대한민국 직장인이 생각하는 건 다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업을 포기하고 다녀온 여행, 우리는 달라질 수 있을까?



대부분의 세계여행자들은 한국에 돌아와서 이전의 생업 전선으로 돌아간다.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왔다고 인생의 궤도가 크게 바뀌는 것도 아니고 다시 돈을 벌어야하는 처지에 놓인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 내 삶의 방식을 선택해서 여행을 다녀왔다는 자신감이, 풍족하지 않은 삶일지라도 자신을 꽤 괜찮은 사람처럼 여기게 만든다. 한 번이라도 인생을 주체적으로 결정해 봤던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이기도 하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믿음을 주저하지 않는다면 인생은 부침개를 뒤집는 것마냥 단번에 원하는 모양대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자신있게 뒤집으면 한 번에 궤도를 갈아탈 수 있지만 '과연 뒤집을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며 손목의 스냅을 소심하게 돌리면 여지없이 부침개는 반으로 포개지고 한쪽으로 눌어붙게 된다. 

다른 사람 눈치도 보지 말고, 내 의지대로 행동하면 될 일이다. 나라를 구원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뭐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는가!

『없어도 괜찮아』




이 분들도 결국 우리와 똑같았다. 




우리라고 왜 걱정이 없겠는가. '하우스푸어'가 되더라도 대출받아 집을 사거나, 남들 부럽지 않은 차를 사기 위해 48개월 할부를 거는 대신 노후를 잘 보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그 끝에 남들과 다른 노후를 설계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우리의 삶을 죽는 순간까지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수많은 시행착오를 하고 있다. 






하고 싶은 것들을 지속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 노후 준비의 핵심이고 지금은 일종의 실험을 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다양한 경험이 늘어날 테니 기획력만 유지한다면 생산해낼 수 있는 콘텐츠는 무한해지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내일은 없는 것처럼 오늘을 즐기면서 살면 된다. 이렇게 산다면 30년 뒤에 나의 쓸모에 대해 고민하지는 않을 테니 이미 성공한 실험인지도 모르겠다.

<인턴>에서 '할 일 없는 노인네'라고 생각되지 않기 위한 고민처럼 우리에게는 돈이 아닌 쓸모 있는 노후 준비가 필요하다.



결국 이들도 우리와 똑같았다. 



에피소드를 상상하면 흥이 났지만, 여행이 끝난 후를 떠올리면 두려움이 엄습했다.
불안하고 걱정된다면서 어떻게 회사를 그만두고 직장인의 마지막 보루라던 전세금마저 빼서 여행을 떠났느냐고? 여기에 대해 대답을 하기에 앞서 은덕과 내가 가장 고민했던 질문을 떠올려 본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혹은 지금 누리고 있는 일상이 우리가 꿈꾸던 삶인가?"

은덕과 나도 결혼한 후 1년 동안 평범한 신혼부부처럼 살았다. 주중에는 각자의 일에 파묻혀 지냈고 주말이 되어서야 겨우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삶을 말이다. 나의 삶을 사는 것인지 주변 상황에 따라서 그저 휘둘리고 있는 것인지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넘어가는 달력의 숫자를 보며 씁쓸함을 느꼈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짐을 꾸리기 시작했고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는 다른 사람들의 여행 이야기가 궁금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도서관으로 달려가 닥치는 대로 여행 에세이를 읽었다. 은덕과 나도 언젠가 한 권의 책이 되고 싶었다. 

『한 달에 한 도시1』p28





오늘도 다른 선배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의 도전에 당위성을 찾고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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