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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Feb 19. 2018

[퇴사 후 세계여행]우리는 여행을 떠나기 위해 관뒀다

우리는 시간이 아주 많아서



결혼한 지 2년째 되던 해였고, 둘 다 30대 초반이었다. 나는 네이버의 과장, 남편은 넥슨의 대리.
수도권 아파트에 살며 아침이면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출근을 했고, 가끔 야근을 하지 않는 날이면 함께 장을 보고 저녁을 해먹었다. 주말에는 보통 밀린 잠을 잤다. 평범한 일상이었다.
별일이 없다면 몇 년은 더 잘 지낼 것이었다. 오늘처럼 내일을 살고, 내일처럼 모레를 사는 일은 쉬웠으니까.

여행을 떠난 이유에 대해서는 밤새도록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이유들은 결국 하나의 문장을 만들었다. 우리는 행복해지고 싶었다.

게다가 우리에겐 적잖은 퇴직금도 있는데.

이 여행기는 '그래서 우리가 그곳에서 행복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뼛 속 깊이 보수적이다. 아무리 마음속으로 퇴사, 세계여행을 외치고 있지만 '욜로 찾다 골로 간다'고 다녀와서 뭐 할지 (뭐 해먹고 살지)만 생각하면 답답하다. 그래서 세계여행에 다녀온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살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들을 보며 나도 잠시 쉬어가도 된다고 위안을 얻고 싶었으니까.


그 일환으로 알게 된 소위 잘나가던 어느 한 부부의 남미여행기는 두고두고 아껴 읽을 정도로 좋다. 프로필을 보면 네이버, 넥슨 이라는 선망의 대상인 회사에 다니다가 때려치우고 6개월 남미 여행길에 오른 것인데, 이후 바르셀로나에서 여행가이드를 겸하며 지내다 현재는 제주도에서 지내고 계시다.

이 분들을 직접 만나본 적은 없어 정말 잘 지내시는지, 여행 후 일상은 어떠하신지 나는 감히 추측할 뿐이다. 하지만 그들의 글은 충분히 불안한 보수파인 나에게 큰 위안을 주고 있다.



별 일 없는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것도 엄청난 것임을 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무탈하고 많지는 않지만 부족함없이 돈을 주는 직장, 건강한 정신과 신체 모두 다 쉽게 누릴 수 없는 행복인 것도 안다. 하지만 저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시간이 아주 많아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싶다. 평범한 일상은 잠시 내려두고 가슴벅찬 행복으로 가득찬 일상을 살아보고 싶다.



영원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생각보다 쉽게 사라진다. 떠나고 싶은 곳이 있다면, 그리운 곳이 있다면, 시간이 그리 충분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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