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라고 다 좋은 게 아닐 수도 있다
주간 백수부부 시즌7 37화 글쓴이 아내(망샘)
나는 제주에서 출산과 육아를 하기로 결심했다. 결국 육지에 있는 엄마들의 도움을 청하는 날은 오겠지만 우선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키워볼 생각이다.
쌍둥이(다태아)는 정부가 지정한 19대 고위험군에 속한다. 40주 만삭은커녕 36주 정도만 품어도 잘 키운 거라고 한다. 조산의 위험과 아기들이 작아 소아과 병동의 도움을 받아야 해 보통 대학 병원으로 많이 간다. 이곳에선 제주대학교 병원이 유일한 옵션.
조산기가 있다면 어쩔 수 없이 대학 병원으로 옮겨야겠지만 가능하다면 지금 다니는 개인 병원에서 낳고 싶다.
제주는 조리원이 가뜩이나 적은데, 거의 개인 병원과 연계된 곳이다. 대학 병원에서 낳으면 조리원의 선택지가 확 줄어든다. 하필 이곳은 몇 달 전 신생아 케어로 구설수에 올랐고, 제주대 병원 역시 얼마 전 불미스러운 아기 의료 사고가 있었다.
당연히 친정 근처에서 낳을 거라고 생각한 가족과 친구들. 제주에서 낳을 거라고 하자 몇 번 설득도 했다. 심지어 지금 다니는 산부인과는 집에서 차로 40분인데, 친정에서 차병원까진 10분이다. 좋은 병원 놔두고 왜 굳이 시골에서 낳으려고 하는지 의아해했다.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 이유는 도시라고 다 좋은 게 아님을 알았기 때문. 작년 말부터 나는 사랑니 발치로 깨나 고생을 했다. 다니던 치과마다 사랑니를 문제 삼았다. 사랑니도 썩었고, 그 옆 어금니도 충치가 생겼으니 대학병원에서 발치를 하고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소리까지 들었다. 치과 다섯 군데를 전전하고 마지막 희망인 제주 맘카페에서 추천받은 치과에 갔다.
그런데 웬걸, 임플란트 이야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시더니 수월히 치료를 진행해주셨다. 긴장했던 사랑니도 5분 만에 쓱 뽑아버리셨다. 다른 치과와 달리 충치 자리에 금이나 크라운도 권하지 않고 보험이 되는 걸로 해주셨다. 이후 지방 의료에 대한 불신이 싹 가셨다. 오히려 도시에 사는 사랑니 발치의 두려움에 떨고 있는 지인들에게 제주도 의료 관광을 권유할 정도로 믿음이 생겼다.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나을 수 있다. 크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작은 병원에서 오랜 경력의 원장님을 만나는 게, 큰 대학 병원에서 인턴이나 레지던트 손에 맡겨지는 것보다 낫다.
지금 다니는 산부인과도 내가 갔던 치과의 느낌이 난다.
맘카페에서 칭찬이 자자한 곳은 다 이유가 있다.
제발 큰 이벤트 없이 주수를 잘 채워 지금 병원에서 출산하고 싶다.
지난 에피소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