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오일장에서 루꼴라 모종을 발견했다
주간 백수부부 2022 시즌7. 35화 글쓴이 아내(망샘)
제주 시골살이 2년 차. 요즘처럼 오일장을 꾸준히 다닌 적이 없다.
오일장에서 파는 푹 익은 어묵꼬치 맛에 푹 빠졌고, 마트보다 질 좋은 식재료를 사는 것도 재밌다.
자주 가는 곳이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배경이 된 오일장임을 알고 더 자주 가고 있다. 예전에는 오일장 안에 있는 국밥을 먹으러 갔다면 요즘은 쇼핑이 주요 목적이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에 임신 시기가 겹치며 집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인 요즘엔 장을 자주 볼 수밖에 없다. 새벽 배송은커녕 ‘쓱’도 오지 않는 시골에 살다 보니 직접 왕복 이십 분 거리로 장을 봐야 한다.
하지만 너무 습관적으로 장을 보다 보니 냉장고에서 버려지는 식재료가 많았다. 각성하고 주 2회만 장을 보기로 했는데, 5일마다 서는 오일장은 훌륭한 대안이다. 게다가 쉽게 접하기 어려운 길거리 포장마차 느낌의 어묵 꼬치도 먹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
드라마 때문인지 요즘은 갈 때마다 시장에 활기가 넘친다. 분식집은 늘 줄을 서서 먹고, 생선, 야채, 과일 코너 모두 붐빈다. 좋은 현상이다. 특히 요즘의 재미는 파릇파릇한 모종 구경.
작년 이맘때 남편이 초당 옥수수와 대파 모종을 심었다. 쑥쑥 자라는 옥수수를 보는 재미가 있었지만 잠시 폭염에 멍을 때리다 수확 시기를 놓쳐 옥수수 알은 쪼그라 들었고, 대파는 잡초와 구분이 안가 모두 뽑았다는 후문… 작년의 아픔을 딛고 올해는 소박하게 땅 대신 스티로폼 2개를 화분으로 만들었다. 상토 50리터를 만 원 남짓에 사고, 하나에 오백 원 꼴인 모종 4가지를 심었다. 사실 이 돈이면 그냥 사 먹는 게 낫지 않나는 생각에 잠시 망설였지만 올해의 농사에 도전했다.
2주 전 시내에 나간 김에 모종을 사서 심었다. 처음부터 비실비실하던 바질 모종은 한 개만 남고 모두 사라졌다. 바질을 제외하고는 당장 따 먹어도 될 정도로 상추가 폭풍 성장했고, 방울토마토 모종에는 꽃이 피고 있다. 꽃이 지고 나면 빨간 열매가 열리겠지?
오늘 오일장에서 바질이 있던 자리에 다른 걸 심어볼까 살펴보던 중 로또를 발견했다. 시골 오일장에 당연히 없을 줄 알았던 루꼴라 모종이 6개에 천 원으로 절찬리 판매 중이었다. 기쁜 마음에 흙을 살살 걷어내 루꼴라를 심었다.
완벽한 자급자족은 아니지만 한 걸음 뗀 것 같아 뿌듯하다. 비싸게 판매되는 채소들을 농약 없이 기르고, 내가 먹고 싶을 때마다 따 먹을 수 있는 짜릿함. 소소한 시골살이의 기쁨을 계속 누리고 싶다. 루꼴라가 자라 파스타에 넣어 먹는 날이 벌써 기대된다.
지난 에피소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