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는 안 따더니 산딸기 따는 재미에 빠져버린 백수부부
주간 백수부부 2022 시즌7. 40화 글쓴이 남편(파고)
산딸기 따는 재미에 빠져버렸다.
작년 4월엔 고사리 따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올해는 그게 산딸기로 넘어온 셈이다.
산딸기 찾아 어디 멀리 헤매는 것도 아니다.
늘 다니는 산책길에서 어느 날부터인가 수박이가 잡초에 머리를 박고 무언가를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새빨간 산딸기였다.
처음 야생 산딸기를 봤을 때 나의 반응은 '경계'였다.
야생으로 자란 과일이니 함부로 먹어선 안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지천으로 산딸기가 열렸을 때도 열심히 따서 수박이 간식으로 줬다.
최근 간식이 다 떨어져 강제 다이어트 중인 수박이에게 제격이었다.
혹시나 강아지가 산딸기를 먹으면 안 될까 해서 인터넷도 찾아봤는데 잘 씻어서 먹으면 크게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2주쯤 전부터 아내가 수박이 산책길에 봉투를 챙겨나가기 시작했다.
산책길에 산딸기를 채집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하루는 산책을 나간 지 20분이 지나도 안 돌아오길래 슬슬 걱정되려던 차에 봉투 한가득 산딸기를 채워오기도 했다.
견물생심이라고 했던가.
아내가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아오듯 산딸기를 모아오자 나도 이제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사이 터질 듯이 빨갛게 잘 익었던 산딸기들이 시들시들 말라버리기 시작했다.
산딸기를 처음 본 지 벌써 3주가 지났으니 절정을 지나 하나둘씩 시들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에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다 그에 맞는 시기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다니던 길에 산딸기가 지천일 때는 따지 않다가 뒤늦게서야 산딸기를 수집하려는 나를 탓했다.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다는 걸 느끼면서.
그런데 오늘 수박이와 나선 산책길에 시들어서 말라버린 산딸기 위로 빨갛게 잘 익은 산딸기들이 다시 올라와 있는 걸 발견했다.
이미 늦어버린 줄 알았는데 다시 나에게 채집할 기회를 주는 것 같아 빨갛게 올라온 산딸기들이 얼마나 반가웠던지.
수박이도 오랜만에 보는 잘 익은 산딸기가 반가웠는지 수풀에 머리를 박고 빨갛게 잘 익은 산딸기만 요리조리 먹는다.
올봄에는 작년과 달리 고사리를 꺾으러 다니지 않았다.
작년에 막상 꺾어서 말려둔 고사리를 잘 먹지 않았기에 욕심부리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즐겨보는 '사장님귀 당나귀귀'에서 정호영 셰프가 직원들과 제주 한림읍 고사리밭에 가서 고사리 꺾는 모습을 보니 “아 나도 고사리나 꺾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던 차였다.
올해는 고사리가 아니라 그 대상이 산딸기였을 뿐.
제주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5월. 백수부부의 5월은 산딸기 따는 재미로 가득하다.
지난 에피소드 읽기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게 습관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