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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샘 May 23. 2022

모든 건 때가 있다

고사리는 안 따더니 산딸기 따는 재미에 빠져버린 백수부부

주간 백수부부 2022 시즌7. 40화 글쓴이 남편(파고) 






산딸기 따는 재미에 빠져버렸다.


작년 4월엔 고사리 따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올해는 그게 산딸기로 넘어온 셈이다. 

산딸기 찾아 어디 멀리 헤매는 것도 아니다. 

늘 다니는 산책길에서 어느 날부터인가 수박이가 잡초에 머리를 박고 무언가를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새빨간 산딸기였다.


처음 야생 산딸기를 봤을 때 나의 반응은 '경계'였다. 

야생으로 자란 과일이니 함부로 먹어선 안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지천으로 산딸기가 열렸을 때도 열심히 따서 수박이 간식으로 줬다. 

최근 간식이 다 떨어져 강제 다이어트 중인 수박이에게 제격이었다. 

혹시나 강아지가 산딸기를 먹으면 안 될까 해서 인터넷도 찾아봤는데 잘 씻어서 먹으면 크게 문제가 없다고 했다.



수박이 저녁산책 길에 마주한 하늘의 풍경. 제트기가 한 폭의 그림을 수놓는다



그런데 2주쯤 전부터 아내가 수박이 산책길에 봉투를 챙겨나가기 시작했다. 

산책길에 산딸기를 채집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하루는 산책을 나간 지 20분이 지나도 안 돌아오길래 슬슬 걱정되려던 차에 봉투 한가득 산딸기를 채워오기도 했다. 

견물생심이라고 했던가. 

아내가 다람쥐가 도토리를 모아오듯 산딸기를 모아오자 나도 이제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수박이와 자주 가는 산책길. 이곳에 산딸기가 가득이다



하지만 그사이 터질 듯이 빨갛게 잘 익었던 산딸기들이 시들시들 말라버리기 시작했다. 

산딸기를 처음 본 지 벌써 3주가 지났으니 절정을 지나 하나둘씩 시들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에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다 그에 맞는 시기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며 다니던 길에 산딸기가 지천일 때는 따지 않다가 뒤늦게서야 산딸기를 수집하려는 나를 탓했다.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다는 걸 느끼면서.



산책길에 야금 야금 모은 산딸기가 어느새 수북해졌다




그런데 오늘 수박이와 나선 산책길에 시들어서 말라버린 산딸기 위로 빨갛게 잘 익은 산딸기들이 다시 올라와 있는 걸 발견했다. 


이미 늦어버린 줄 알았는데 다시 나에게 채집할 기회를 주는 것 같아 빨갛게 올라온 산딸기들이 얼마나 반가웠던지. 

수박이도 오랜만에 보는 잘 익은 산딸기가 반가웠는지 수풀에 머리를 박고 빨갛게 잘 익은 산딸기만 요리조리 먹는다.




아내는 이걸로 잼을 만들거라며 들떠있다. 이름하여 산딸기(라즈베리)잼. 라즈베리가 산딸기 영어 이름인 걸 이번에 알았다




올봄에는 작년과 달리 고사리를 꺾으러 다니지 않았다. 

작년에 막상 꺾어서 말려둔 고사리를 잘 먹지 않았기에 욕심부리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즐겨보는 '사장님귀 당나귀귀'에서 정호영 셰프가 직원들과 제주 한림읍 고사리밭에 가서 고사리 꺾는 모습을 보니 “아 나도 고사리나 꺾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던 차였다. 


올해는 고사리가 아니라 그 대상이 산딸기였을 뿐.


제주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5월. 백수부부의 5월은 산딸기 따는 재미로 가득하다.


방송에서 정호영 셰프네 가게를 보자 우동이 먹고 싶다는 찰떡이콩떡이. 덕분에 우동 먹고 근처에 절물휴양림을 찾았다



피톤치드 잔뜩 흡수할 수 있었던 절물휴양림 산책로



이번 주말 제주의 날씨는 어느새 성큼 여름이 다가옴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햇살이 뜨거워졌다




늘 가던 성산 고성5일장에서 벗어나 세화5일장에 방문했다. 지방선거 유세에 관광객까지 겹쳐 바글바글 사람 많았던 세화5일장



스티로폼 박스에 키우던 방울토마토가 폭풍성장해서 상토를 더 사서 2개 더 분양을 해주었다



먹어도 먹어도 계속 잘 자라나는 상추. 그 옆에는 루콜라인줄 알고 샀지만 자라고 보니 깻잎




고추 나무에도 하나둘 작은 고추가 난다. 이 작은 텃밭에도 생명이 깃드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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