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 vs. 개인공간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는 이제 갓 세 달정도 지났다. 글이라고 해봤자 많이 쓰지 못했지만.
사실 브런치 이전에 블로그를 3년 반째 운영하고 있다. 처음엔 아무도 안 보는 블로그니까 개인 일기장처럼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용도였다. 오히려 가족, 친구, 남자친구(현 남편)에게 공개하기가 더 껄끄러웠다. 일기장을 들킨 기분이랄까? 그래서 아무에게도 알리지않고 혼자서 꾸준히 블로그에 일상을 기록해왔다. 일상을 구성하는 여행, 맛집, 운동 포스팅이 많아지며 내 사진까지 많이 올라왔고 어느새 하루에 500명정도 블로그를 방문하게되자 여기저기서 잡음이 생겼다.
회사 사람이 여행중 내 블로그에 들어와 다 보게되고, 다른 회사 분이 이웃신청을 하질 않나... 오 마이갓.
지인들에게도 안 알려준 블로그를 회사 사람들이 알게되다니, 너무 싫었다.
그래서 내 사진이 나온 글들은 비공개로 돌리거나 서로이웃공개로 돌렸다. 노출되는 글들이 줄어드니 자연스레 방문자들도 줄었고 다시 나만의 개인공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2년여 후, 블로그를 통해 남편과 어떤 분을 인터뷰 목적으로 만난 적이 있었다. 블로그에서 교류를 해온 사람도 아니고, 소개로 만난 사람이었는데 초면인 우리와 대화하며 대뜸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당신들은 기득권이기에 포기할 게 많지 않습니까"
기.득.권...? 우리를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블로그 글 몇 개를 보고 이렇게 판단했다는 사실은 관종인 나조차 기분이 나빴고, 남편은 더 분노했다. 그 날 이후 또 다시 개인적인 이야기가 있는 글들은 서로이웃공개로 돌렸다. (사실 남편은 비공개였으면 좋겠다했지만 나의 관종기질때문에 서로이웃공개로 타협...)
사실 이 맥락에서 '그런게 싫으면 블로그를 안 하면 되지 않나?'라는 질문이 입술 끝까지 올라온다.
역설적인 것은 블로그를 포함한 SNS를 한다는 것은 어느정도 노출이 많이되어 유명해지고 싶다는 관종 심리도 기반에 깔려있다. 나만의 개인공간으로 꾸미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보며 영향력있는 플랫폼이 되고 싶은 마음, 이 두 상반되는 마음이 엮여있다. 주류 매체보다 1인미디어가 더 각광받는 세상에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다는 욕구는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자신만의 컨텐츠로 새로운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데 '나는 왜 안돼?' 라는 생각도 든다. 프리랜서가 된다면 SNS는 곧 나만의 포트폴리오자 플랫폼이 될테니까.
'기득권사건' 이후 또 망각의 동물인 나는 스멀스멀 개인이야기들을 공개로 올리고있고, 머지않은 미래를 위해 포트폴리오라고 합리화하며 공개수위를 넘나들며 포스팅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다시 하루에 4백명이 넘게 방문하고 있는데 역시나 또 다른 잡음이 들려왔다. 누구는 내 블로그를 통해 홍보하길 원했고, 나 또한 기록하려 했던 참이라 기록물과 홍보의 선을 타며 작성하고 있었는데, 그 에서 자신의 사진이 나오길 꺼려하는 사람이 있다. 타고난 소심쟁이라서 누군가와 잡음이 생기는 걸 극도로 꺼려하는 나인지라 참 머리가 복잡해진다. 아, 누구 장단에 맞추란 말이냐.
또한 어느 날에는 결국 컨텐츠를 공개하는 수위에 대해 생각이 일치하지않아 모든 글을 내린적도 있었다. 자신만의 컨텐츠가 밥벌이인 시대에 남의 이야기를 올리는 건 정말 조심스럽다. 역지사지로 생각했을 때 십분 공감가기에 더 어렵다.
물론 이 모든게 싫다면 안하면 된다.
내 컨텐츠더라도 남의 이야기, 남을 찍은 사진이 들어가는 순간 논쟁에 휩싸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결국 온전히 나만의 생각, 내가 나온 사진만이 나의 콘텐츠를 구성할 수 있는 것. 그럼에도 나는 관종과 개인 사생활의 선에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을 것이다. 더 조심하고 한번 더 남을 생각하며... 어렵다.
사진과 글이 노출되는 것과 별개로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바로 댓글.
블로그, 브런치가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수록 나와 결이 맞지 않은 사람들의 생각도 접하게 되는데 쩌리인 나에게도 이런 댓글이 달릴 정도면 유명인들은 상상도 안간다. 최근 블로그 일 방문자수 4~5천명에 육박하고 네이버 메인에도 여러번 나오셨던 파워블로거분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 분들이 말해준 정말 입에 담기도 힘든 댓글들의 향연... 고소하지 않으면 다행일 댓글들도 참 많았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그냥 지나치면 좋으련만 꼭 굳이 댓글을 남기고 돌아가는가. 가해자는 기억도 못하고 그 날의 기분을 배설하고 간다해도 피해자는 고스란히 그 것들을 감내하며 지내야하는데.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고해서 너무 기분 내키는대로만 하지말고 조금만 더 서로를 배려하면 안되는 걸까? 물론 나부터 잘하자.
이런 맥락에서 브런치는 더 솔직할 수 있고 담백해서 좋다. 관종이 판을 치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처럼 사진이 아닌 화려함을 쏙 뺀 글로만 내 생각을 남겨둘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