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여도 여전히 띄어쓰기는 어렵습니다

띄어쓰기와 맞춤법은 작가에게 영원한 숙제다

by 이진리

웹소설 출간을 몇 번 거치면서 느낀 건 편집자는 마법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비록 내가 오류 투성이 글을 싸질렀어도 사감 선생님 같은 눈빛을 번뜩이며 완벽하게 고쳐줄 거라는 기대는 첫 번째 피드백을 받는 순간 깨졌다. 편집자가 잡아낸 오류를 수정한 다음, 다시 한번 원고를 훑었다. 맙소사. 띄어쓰기 틀린 게 아직도 이렇게나 맞다고? 오류들은 발견되기 싫은 지뢰처럼 음습하게 숨어 있어서 나는 평소에는 거의 꺼내지 않는 '꼼꼼함'이라는 덕목을 꺼내야 했다.


A4 120장 분량을 (울면서) 훑으며 깨달았다. 편집자의 꼼꼼함에 기대려고 했던 과거의 내 마인드가 건달의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출간이라는 길을 걷는 동안 편집자는 방향을 잡고 진두지휘하는 역할이다. 글에 대한 권한은 작가의 몫이다. 고로 작가라는 타이틀 걸고 띄어쓰기 오류를 저지른 내 머리를 마구 때려야 마땅하다. 작가는 글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세상에 나와야 하는 사람인데 그 무기조차 잘 다루지 못한다면 그건 작가가 아니니까. 작가라고 해서 모든 한국어 어문규범을 외우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나의 실수를 부끄러워하고 바로 잡을 줄 알아야 하니까.


한때 나는 내가 쓰는 모든 띄어쓰기가 맞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이 착각의 근거는 누구도 지적을 하지 않아서다. 내가 만나본 사람 중 99%는 띄어쓰기를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어서 무지에서 비롯된 무(無)지적이라는, 이 대단치 못한 근거로 20대 초반을 살았다. 이때 나는 문예창작학과에 재학 중이었는데, 문창과 학생한테 띄어쓰기는 기본이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는지만,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보자면 띄어쓰기 및 맞춤법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없다. 영어 회화 클래스는 필라테스 학원만큼 많은데 한국어 띄어쓰기 수업은 없고 사탐 1타 강사는 있어도 한국어 어문규범 1타 강사가 없는 이 나라에서 정확한 띄어쓰기를 알기 위해서는 두 가지 역량이 필요하다. 부지런해지기. 그리고 집요해지기.


한국어 어문규범의 기준점은 국립국어원과 표준국어대사전이다. 이 두 곳의 치명적인 단점은 <네이버 맞춤법 검사기>와 달리 클릭 한 번에 오류를 잡아주는 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고로 하나하나 검색하고 찾아가며 뭐가 맞는지 셀프로 알아내야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라면 상담 게시판에 내가 궁금해하는 점을 검색하면 과거의 누군가가 궁금해한 흔적이 있었다. 검색도 귀찮으면 내가 직접 물어보면 된다. 국립국어원에 직접 전화를 거는 방법도 있는데 아직 시도해본 적은 없다.


우리의 편리한 친구 <네이버 맞춤법 검사기>의 정확도는 약 70~75%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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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띄어쓰기가 다른데 교정된 내용이 없는 이유는 두 경우가 다 맞기 때문이다. 두 경우 중에 어떤 것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에 맞는가'를 확인하려면 앞뒤 문맥이 필요하다. 나는 휴학 중에 네이버 본사에서 한국어 교정 교열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게 불과 6년 전인데 기계는 여전히 센스를 탑재하지 못했다.


국립국어원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맞춤법을 보는 눈이 생겼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대환장파티를 열어줄 예외종과 희귀종이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예외종과 희귀종은 내가 방금 만들어낸 분류의 기준이다.


-예외종 : 이번 주, 다음 주, 지난주의 예시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번 주와 다음 주는 합성어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 다음'과 '주'를 띄어 써야 하고 지난주는 합성어기 때문에 붙여 써야 한다.
-희귀종 : 대표적으로 '몸만들기'가 있다. 몸이 명사고 만들기가 서술어니까 당연히 띄어 써야 하는 줄 알았는데 '몸만들기'는 하나의 명사다. (나는 '몸만들기'가 하나의 명사라는 걸 깨달았을 때 전완근 크게 발달한 사람이 내 뒤통수를 때리는 기분이었다... )


이 두 가지 경우를 대할 때 나는 이해를 수반하기보다 그냥 냅다 외우는 K-학생 버전의 문제 해결 방식을 택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그리고 종종 사용하는 네이버 맞춤법 검사기의 도움을 받아 어느 정도 띄어쓰기와 맞춤법 안목을 키울 수 있었는데 사실상 가장 큰 도움은 주변의 '창의적 파괴범'들에게서 받았다.


-알겠습니다~ 그때 뵐께요^^ ('봴'이 아니라 '뵐'로 옳게 썼는데 '께'는 뭘까...?)

-그건 않되 (당연히 '않되'는 건 없지 않을까...?)


쓰는 사람에게는 각자만의 사전이 있고 그 사전은 생각보다 두껍지 않다. 개인이 동원할 수 있는 단어는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내가 자주 쓰는 말에 맞는 맞춤법만 알고 있어도 제법 옳은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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