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취업도전기 #6 - 마지막화]
지난 두 달 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취업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한 분들이 있을 텐데, 취업 대신 창업 (self-employed)을 해버렸다. 정확히는 자영업자가 되었다. 한국에서도 개인사업자 등록을 했었는데, 영국에서도 자영업자가 될 줄은 몰랐다. (내가 가지고 있는 YMS 비자는 직원을 고용하지 않는 형태로 사업을 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영국 전역의 성공회 교회들에 홍보가 될 책/포스터/앱의 일러스트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5월 말까지 한국화 8개 작품을 완성하기로 한 지라, 이제 작업이 거의 끝나간다. 이를 시작으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 디자이너, 예술가 (화가), 그리고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살아가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영국 회계연도 1년 내에 1,000 파운드 이상을 프리랜싱으로 벌게 되면 sole-trader 등록을 해야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즉, 매출에서 비용을 제외한 순수익에 대해서만 세금이 부과된다. (이건 한국도 비슷한데, 개인과 개인사업자 차이에 해당한다. Thrive 프로그램에서 프리랜서를 위한 재정교육을 해주었는데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등록을 했고, 어쩌다 보니 원격근무가 가능한 디지털 노매드(!)가 되었다. 앞으로는 한국과 영국, 그리고 제3국을 오가며 일하게 될 것 같다. (지금은 한국! 조만간 베트남에 너무 가고 싶은데 타이밍을 보고 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아주 오래도록 꿈꿔왔던 예술가의 꿈을 이루었다는 사실이다.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향대로 그려주긴 해야 하지만, 그림으로 먹고살 수 있을 거라는 꿈에 엄청나게 큰 걸음을 내디딘 기분이다.
영국에 가기 전에는, 글로벌 경험을 얻는 것과 내가 잘한다고 생각했던 마케팅 분야에서 빠르게 취직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마케팅 분야는 정말 치열했고, 숫자를 다루는 퍼포먼스 마케팅은 나와 맞지 않았고, 여기서는 나를 예술가이자 디자이너로 인정해 주었다. 그리고 내 일러스트 작업물 중에서도, 정성이 많이 들어간 한국화 작품을 선호했다. 더 큰 세상을 보러 영국으로 떠난 것이었는데, 그곳 사람들에게는 나라는 사람과 내 작품이 더 큰 세상이었나 보다. 내 그림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본 것도 정말 큰 수확이었다.
(최종면접에서 자꾸 떨어진 것도 처음에는 정말 속상했고, 매번 top candiadate였기에 이해가 잘 안 되었지만, 지금은 하나님께서 문을 닫으셨다는 생각이 든다. 면접 관련해서는 할 이야기가 많지만..!)
앞으로 외주 일러스트 작업도 계속해서 진행하게 될 테지만, 전 세계에 내 그림 작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요즘에는 인공지능 때문에 사실적인 표현능력이나 그림 기술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상상력과 기획력, 스토리와 창의력이 더 중요하다. 더불어 그림 작품을 판매하는 것 또한 타깃 시장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나는 기독교 신앙을 기반으로 하는 그림을 주로 그릴 예정이다.
영국에서 면접을 봤던 회사 중 영국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 아트 프린트 판매를 도와주는 플랫폼이 있다. 그곳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나의 그림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리고 영국에서 (!) 한국어로 운영한 예예시스터즈 (@yeyesisters.kr) 계정이 정말 많이 성장했다. 지금은 팔로워 수가 6천 명이 넘는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도약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영화를 기반으로 크리스천 인사이트를 전하는 재생산 (regenerated) 콘텐츠뿐만 아니라, 이제는 오리지널 콘텐츠 비중을 높일 것이다. 외주 일러스트 작업이 얼추 마무리되어 가는 지라, 하반기 전체 콘텐츠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예예시스터즈 공식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정말 오래도록 미뤄왔던 숙원사업인데, 결제 시스템 계약 및 아트 프린트 제품의 상세페이지만 완성하면 된다! 광고 없이 와디즈 스토어를 통해 계속해서 책이 판매가 되고 있었던 것도 정말 감사한데, 이제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서 적극적으로 성경책도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 주 수익원은 예술적인 감성을 더한 사진/그림 기반의 쉬운 성경책 시리즈, 아트프린트 및 오리지널 회화 판매로 구성됨.
• 온라인 콘텐츠(SNS, 유튜브) 기반 광고 수익 확보 예정이며, 지속적인 콘텐츠제작으로 구독률 증가를 예상함.
• 커미션 일러스트 작업 등 기독교 기관과의 협업도 수익의 일부로 편입.
• 추후 전시회 및 팝업 스토어 현장 판매, 강연 및 워크숍 진행 등을 통한 오프라인 수익도 기대.
• CCM 음악 저작권 수입도 기대.
우선순위를 나누기 위한 "기준"부터 수립하고,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드는 요즘이다. 운동을 하며 하나님과 대화를 하고는 하는데, 이런 깨달음을 주셨다.
"하나님, 저 지금 직원을 고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아시잖아요. 어떻게 저를 도와주셔서 그럼 혼자서 3인이 일하는 것만큼의 매출과 효율을 낼 수는 없을까요? 저 너무 바빠요. 힘들어요."
나의 이런 투정에 주님은 이런 깨달음을 주셨다.
챙겨야 할 남편도, 자녀도, 남자친구도 없는 지금이 가장 내 인생에서 한가한 때라는 것을 말이다. (결혼이라는 과제도 정말 갈 길이 멀지만... 내 길을 열심히 걸어가다 보면, 길이 교차하는 그 곳에서 내 짝꿍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작별 인사를 할 때도, "Let's meet again when our paths corss." 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냥 최소한 2인분만 할 수 있게 도와주시라고 기도를 바꿨다. 그리고 바쁘다는 마음이 들 때면, 기한이 있는 일에 대해서 내 시선과 기준에서 급한 것이지, 하나님 시선에는 급하지 않을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리고 주님의 도우심을 간절히 바라며, 오늘도 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한다.
영국에 오지 않았다면 얻지 못했을 것들
I wouldn’t have known how brave I truly am.
I went with no green card, no big plan, no certainty, but only one thing: a Father who called me.
And I went in faith.
While I was there, so much happened. Some I prayed for. Some I didn’t even know I needed.
I found the courage to step into full-time life as an artist, designer, and entrepreneur with Yeyesisters.
I had the opportunity to work as a freelance illustrator. Something I never could have imagined before. That door opened only because I said yes to going.
Most beautifully, I met the global Church. The brothers and sisters in Christ from every background. I learned this:
“I don’t have a green card for the UK, but I do have citizenship in Heaven.”
“I’m a daughter of God. That’s enough.”
But it wasn’t just about me.
While I was walking by faith, God was growing the ministry too:
Our community on Instagram grew to 6,000+, with daily, faith-based content reaching hearts all over the world.
Even in my absence, God was working. Even in my questions, He was faithful.
아직도 내 마음속엔 너 Oh oh
너를 그리워하다 하루가 다 지났어
너를 그리워하다 일 년이 가버렸어
난 그냥 (난 그냥) 그렇게 살아 (그렇게 살아)
너를 그리워하다 그리워하다
비투비의 노래인데 오랜만에 들으며 글을 썼다. 지금 나는 30세. 그런데 27세의 나는 미치도록 20대 초반의 나를 그리워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내 스스로가 너무 자랑스럽다.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나 소음이 아니라, 나의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서 용기를 가지고 나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내가 정말 자랑스럽다. 그리고 만 30살의 지금의 나를 나중에는 정말 많이 그리워할 것 같다.
영국 취업 도전기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