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취업도전기 #5]
여기서 만난 친구들이 나를 다른 친구들에게 소개할 때 사용해준 표현들이다.
"This is SunYoung. And she is a designer!"
"This is SunYoung. And she is a musician!"
그리고 내 소셜 미디어를 보여주면 듣는 이야기들이다.
"Oh, are you an artist? Do you paint?"
여기서 나를 규정하는 단어들이다. 평생을 예술가로 사는 것이 꿈이었는데, 어쩌다보니 (!) 취업이 생각보다 늦어지면서 풀타임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디자인 및 음악 작업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다.
영국에서 내가 (국적을 뛰어넘어) 남들보다 더 잘하는게 무엇인지, 그리고 진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더 뚜렷해지고 있다. 여기서는 영어로 일할 수 있는 경험을 얻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우선순위이다보니, 면접 기회가 얻어지는 직무로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서 지원서를 내고 있다. 여러 말 보다 실력을 보여주기에는 확실히 포트폴리오가 큰 힘이 있고, 디자인/일러스트레이터/아트워커 등의 직무에서 내가 남들보다 더 뛰어난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냉정한 취업시장에서 배우고 있다. 한국에서라면 다양한 이유들로 인해 (정말 낮은 연봉, 밤낮없는 야근, 이른 은퇴 등 나열하려면 정말 많다..) 풀타임 디자이너로 살아갈 생각을 하기가 어려웠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오히려 더 자유롭게 내가 진짜 좋아하는 창조적인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들이 열리고 있다. 좋으면서도 어색하고 신기하다.
그리고 3개월 정도가 지나니, 잃어버렸던 영어 실력을 다시 되찾았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학교를 졸업한 이후 약 6년 동안 거의 영어를 쓸 일이 없었다 보니, 혀가 많이 굳은 상태였다. 스페인어도 3년 넘게 배웠는데 거의 잊어버린게 참 아쉽다. 여하튼) 여기에 직업적인 분야에서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내가 어떤 자질과 실력이 있는지 영어로 말하는 데 도가 트기 시작했다.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작성하고, 면접 대본을 달달 외우며 연습했던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리고 한인교회 대신 영국 성공회 교회에 다니게 된 것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이제는 예전 실력을 되찾은 것을 넘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 그리고 2년 안에, 사람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카피, 그리고 많은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긴 글도 영어로 작성할 수 있는 날을 앞당겨 볼 생각이다. 또한, 명확하고 투명하면서, 예의 바른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도 체득해나갈 것이다.
계속해서 면접 기회는 얻고 있는데, 아직 최종 합격까지 거머쥐지는 못했다. 그러나 몇가지 좋은 소식이 있다.
(1) 3월 초부터 시작되는, 출판계통의 프리랜서 전문가 양성 과정에 선발 되었다. 영국 출판계통에서 일 경험과 네트워킹을 하고 싶은 소망이 정말 컸는데, 영국에서 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고 친구나 가족이 있는 게 아니라서 정말 어려웠다. 면접 기회를 잡는 것도 쉽지 않았을 뿐더러, 일을 거머쥐는 것까지는 정말 먼 길이었는데, 하나님께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펭귄 등을 비롯해 굵직한 출판사들이 자금을 지원해줘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프리랜싱 및 네트워킹에서 소중한 기회들이 많이 찾아올 것 같아서 정말 기대된다.
*이 프로그램은 링크드인에서 출판 계통 관련 그룹 및 계정들을 검색해서 팔로잉하다가 알게 되었다. 이처럼 숨어있는 기회들을 발견하기 위해서, 온라인 상의 네트워킹 (거창한 것이 아니라, 링크드인/페이스북에서 업계 관련 사람들이 모여있는 그룹에 가입하거나 팔로잉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사실 지원하지 않으려다가 마지막에 마음을 바꿔서 지원했는데, 선발 되어서 정말 감사했다.
(2) 영국에서 프리랜싱으로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제안 받았다 (!!)
오늘 오전에 연락을 받았는데, 더 명확해지면 추후에 다시 브런치를 통해 공유하려고 한다.
(3) 예예시스터즈 인스타그램 계정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는데, 팔로워가 무려 3,700명이 늘었다.
1일 1릴 업로드를 했는데, 하나님의 도우심과 은혜로 팔로워와 참여도가 정말 많이 늘어났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대한 도전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우선 기존에 있는 콘텐츠를 잘 가공해서 영상으로 소개하는 것과 병행하고 있다. 하나님의 말씀이 많은 이들에게 도달할 수 있는데 우리 브랜드를 사용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최근에는 AI툴을 이용해서 성경 말씀을 음원으로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는데, 유투브에 올린 영상이 벌써 조회수 11K를 넘게 달성했다. 이 또한도 정말 감사하다.
현재 당면한 과제는, 콘텐츠 제작 방식의 효율화 (content management system)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고 만들어낼지, 그리고 여기에 드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우리 브랜드에서만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오리지널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나갈지 고민하고 있다.
이 산을 넘어선다면, 소셜 미디어 콘텐츠 제작자 직무도 충분히 지원할 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 하나님의 말씀이 필요한 곳에 날개를 달고 닿을 수 있게 될 것이다.
(1)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출판 시장에 걸맞게 업그레이드한다
교회에서 장로님의 소개로 대형 출판사에서 시니어 에디터로 일하는 분을 만났다. "Don't you have any commercial experience?"라고 나에게 질문을 주셨는데, 그 때 깨달았다. 예예시스터즈의 성경책 작업이 주를 이루다보니 기존 출판사의 북디자이너 직무에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기존에 있는 상업 도서들의 커버를 리디자인하되,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기로 마음 먹었다. 북디자이너 지원할 때 사용할 수도 있고, 최종합격을 하지 못하더라도 behance.net이나 reedsy.com 사이트에 올려서 북커버 디자인 프리랜싱 기회를 얻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북커버 뿐만 아니라 내지 디자인도 관심이 많은 나에게 소규모 아동 도서 출판사에 도전해 보라는 격려도 들었다. (기존에 도전했으나 떨어졌다.) 이 의견과 나의 취업 준비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당연하지만) 아동 도서 포트폴리오가 없어서 떨어졌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시켜주면 정말 잘 할 자신이 있어서, 포트폴리오에 아동 도서 넣을 생각을 안했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새로 만드는 것에는 시간과 노력이 정말 많이 필요하므로 우선순위에서 미뤄두고, 우선 지금 포트폴리오로 합격할만한 포지션 위주로 지원했었다.) 그래서 2월 말까지, 그림책을 만들 생각이다. 일러스트레이션은 동일하게 사용하되, 한국어와 영어 버전 두가지로 만들 계획이다. mockup이 아니라, 지금 운영하고 있는 예예시스터즈 이름으로 출판을 할 예정이다. 그러면 포트폴리오도 탄탄하게 업그레이드가 될 것이고, 예예시스터즈에도 오리지널 콘텐츠로 올릴 수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이 많이 채워질 것이다.
출판사에 최종합격을 가져다 주지 못하더라도, 예예시스터즈의 포트폴리오가 될 것이고, 이중언어로 만들 것이기 때문에 글로벌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경험을 가져다 줄 것이다.
(아동 도서의 경우 풀컬러에 가격대가 약 9파운드 ~ 20파운드 정도 하는 편인데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거의 중국에서 인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한국에 기존에 거래하던 인쇄소가 있고, DHL 물류도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YMS 비자로 self-employed로 영국에서 사업도 할 수 있다. 영어 버전의 종이책 제작 및 판매의 경우 조금 먼 미래의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 켠에 계획을 가지고 있으려고 한다.)
(2) 성경에 영감을 받은 회화 (페인팅) 작업도 꾸준히 할 예정이고, 원화 및 프린트해서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천천히) 구축하려고 한다. 영국에서 면접을 봤던 회사 중 예술가들이 온라인에서 작품을 판매할 수 있게 돕는 곳이 있었다. 비록 최종합격은 하지 못했지만, 예술가로 그 회사와 함께 일할 기회를 만들어 보려 한다.
3개월 차부터 시작된 향수병 때문에 (솔직히 말하면) 런던이 감옥 같았다. 창세기의 요셉의 이야기를 여러번 읽고 묵상하며, 정말 많이 와닿았다. 특히 술 맡은 관원장의 꿈을 해석해주고 나서, 그가 복직하게 되면 감옥에서 꺼내달라고 부탁까지 했는데, 그 이후로 2년을 감옥에 갇혀있던 요셉의 이야기. 마치 지난 달 1차 면접을 정말 멋있게 해내고, 당연히 붙을 줄 알았던 2차 면접에서 보기좋게 떨어진 내 모습 같았다.
그리고 모아놓은 돈을 쓰기만 하니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 영국 식당은 음식이 너무 맛이 없고, 글루텐 알러지가 있는 나는 (한국보다는 많지만 여전히) 먹을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서, 거의 음식을 요리해먹었다. 그런데 이제 요리하고 먹는 것 자체가 귀찮아지는 시점이 온 것이다.
여기에 날씨도 매일 비가 오거나 구름 끼는 경우가 많다보니, 계절성 우울감이 찾아왔다. 날씨에 대한 기대를 아예 하지 않고 와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하나도 괜찮지가 않았다. 그래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London Dungeon이라고 친구들한테 말했는데, 정말로 내 인생에서 가장 긴 겨울을 보내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내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나를 좌초시키기 (stranded) 위해 하나님께서 나를 이곳에 이끄신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내가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자. 그러면 모든 상황을 뛰어넘는 하나님의 평강이 나의 마음과 생각을 지켜주신다는 것일 기억하려 한다. (빌립보서 4:6-7)
요셉도 감옥에 갇힌 그 순간에도 하나님께서 그와 함께하셨기에 그의 삶이 형통했다고 (창세기 39)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구름으로 가려진 런던의 하늘에도, 보이지 않아도 해는 분명 그 자리에 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나의 눈물과 신음 소리 하나, 붓질 한 번에도, 모든 기도에도 함께하신다. 침묵하시는 듯한 이 순간에도 하나님께서는 일하고 계신다. 그러니까, 그 분의 완벽한 타이밍을 신뢰하자.
The sun will come back. My breakthrough will come. God sees every tear, every brushstroke, and every prayer. Even when the sun is hidden behind Lodon's clouds, I carry the sun within myself. My name itself is a reminder that light is always present, even when it's unssen.
God is working even in the silence, even in the waiting. Keep holding on, and take he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