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나가면 한인사회가 답일까

[영국취업도전기 #3]

by SY

조언과 낙담 사이 그 어딘가 (2)

미국에서 오래 살다 온 친구의 진심 어린 따뜻한 조언이다.

"해외 나가면, 외국인 친구들 주변에 가득할 것 같지만 어려울 수 있어.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좋아. 한인 사회에서 잘 적응해서 도움 받는 게 진짜 중요해. 척박한 타지에서 적응해 나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야. 한인 사회가 발달한 이유가 분명 있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고, 이는 내가 영국에 오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영국에 온 지 약 90일이 되어가는 지금, 나의 일상은 어떨까?


외국인 친구를 더 많이 사귀어 버렸다

첫 한 달 반 동안은 정말 혼자였다. ENFP인 나지만 의외로 혼자 방 안에서 창작 또는 구직활동을 하고, 근처 템즈강변을 달리고, 미술관을 실컷 다니는데 하나도 외롭진 않았다. 다만 이 척박한 도시에서 어떻게 차근차근 나의 삶을 닦아나갈 것인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었다. 이역만리 런던 땅에서, 혹시라도 모를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친구를 사귀었다. (위에서 언급했던 친구의 정말 귀한 조언 덕분이었다. 물론 나보고 6개월은 혼자서 지내라고 했지만...)

2.png 크리스마스 시즌의 아름다운 교회 모습


그리고 바로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는데, 런던 꿈이 있는 한인교회와 All Souls Church (올소울즈 교회) 중 올소울즈 교회에 정착하게 되었다. 두 곳 다 정말 좋았지만, 영국 땅까지 와서 나의 안전지대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존 스토트 목사님의 책 (Mission Perspectives)를 읽은 터라 이 교회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었다. 직접 와서 보니, 내가 서울에서 다녔던 교회에서 부르던 찬송가를 똑같이 부르고, 예배 형식도 매우 비슷했던 올소울즈에 더 마음이 기울었다. 더불어 모르는 사람들과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문화 덕분에, 9:30 예배 때 만난 성도님 가족이 나를 정말 따뜻하게 맞이해 주었다. 점심을 한 번 같이 먹었는데,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은 11:30 또는 5:30 예배를 추천해 주셨다.

한국의 정서나 익숙함이 많이 그리울 수 있고, 또 언어의 장벽 때문에 영어 교회가 어려울 수 있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몸 된 교회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나님 안에서는 언어를 뛰어넘어 한 가족이니, 여기서 그 보편적인 교회 (Universal Church)를 경험해 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200년이 된 예배당에서 찬송을 부르는데, 양옆을 둘러보니 정말 다양한 민족이 모여서 함께 하나님을 찬양하는 그 모습이 너무나 감동이었다.


그리고 바로 Roots (제자훈련 소그룹)에 등록하고, 성경공부를 하러 갔다. 그곳에서 폴란드 친구 Marta를 만났는데, 선한 눈과 웃음에 반했다. 마르따는 내가 자기 동생 같다며 날 엄청 귀여워했다. 금방 친해져서 크리스마스 때는 우리 집에서 함께 맛있는 식사도 했다. 그리고 마르따가 내 면접 준비까지 도와줘서 정말 감동이었다. 나에게 예쁜 옷까지 선물해 줬다. (여기서는 내가 매일 제일 따뜻한 스웨터에 똑같은 청바지만 입고 다녀서, 면접 때 입고 갈 옷이 없을까 걱정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캐럴 예배를 섬기는 봉사 활동을 했는데, 내 또래의 직장인 그리고 학생들을 사귈 수 있었다. 이곳에서 나는 홍콩, 영국, 싱가포르, 미국,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다.


감사하게도 한국인 친구도 사귀었는데, 대사관에 있었던 취업 멘토링 행사에서 담희를 만났다. 나에게 생쌀로 갓 지은 밥과 소고기를 구워준 너무 귀한 친구다. 베지터리안인 프랑스 아주머니 집에서 지낼 때, 고기와 김치 냄새를 싫어해서 한식을 거의 못 먹었다. 한식당에서 먹었던 밥보다 더 맛있는 한 끼를 대접해 준 담희에게 너무 고마웠고, 좋은 인연이 되어 종종 만나고 있다.



국적 상관없이 좋은 사람들을 사귀는 비결

위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타지에서는 사람을 정말 조심히 사귀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더 쉽게 마약에 손을 댈 수 있는 도시에서는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더불어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선 내가 먼저 좋은 사람 이어야 한다는 전제가 먼저 되어야 하지만, 아래의 조언을 기억한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3.png 캐롤 예배


1. 교회에 간다

크리스천이 아니더라도, 이 부분은 정말 중요하다. 왜냐하면 성경이 말하는 예수님을 닮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있는 곳이 교회인데, 도덕적인 기준이 일반인들보다 더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나쁜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니 꼭 조심해야 한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라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매주 듣고, 소그룹으로 모여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는 공동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민자들로 가득한 도시의 한가운데에 있는 교회라면, 그들의 외로움과 필요를 절대 외면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크리스천이 아닌데 교회는 가긴 해야 할 것 같고, 영어 실력도 쌓고 싶다면 Free English Lessons을 또는 예수님에 대해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Christianity Explored 코스를 신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교회 예배만 왔다 갔다 하면, 공동체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없고 소속감이 아예 들지 않을 거다. 그렇기에 위에 언급한 소그룹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 취업 / 커리어 관련 행사 / 북클럽 / 관심사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meetup에 참여한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좋은 사람인지 대화와 눈빛 등을 통해 잘 판단하고, 조심스럽게 알아가는 게 좋다. 영국사랑에 한국인 대상 취업 관련 행사 공고가 올라오는 편이고, 링크드인 또는 Meetup 웹사이트에서 좋은 모임들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북클럽은 (영국 로컬이 알려준 꿀팁인데) 워터스톤즈 등 로컬 서점에서 종종 진행되기에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1번과 2번 상황 모두, 알게 되는 사람들과 링크드인 또는 인스타그램에서 친구를 맺는 습관을 기르면 유리하다.


3. 눈을 마주치면 미소를 지어주고, 적극적으로 스몰톡에 참여한다

단, 전제는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곳에서 이렇게 하는 게 좋다. (나는 뉴욕에 혼자 여행 갔을 때도, 유람선에서 혼자 왔던 콜로라도 친구와 스몰톡하다가 친구가 되었고 따로 또 밥까지 먹긴 했지만. 살기 위해 온 경우, 이런 행동은 조금 많이 위험할 수 있다.)

상대방을 환영한다는 제스처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것이 좋다. 단, 마음속으로는 레이더를 켜고 상대가 믿을만한 사람인지 삶의 열매를 통해 천천히 알아가는 게 좋다. 사람은 사랑해야 할 존재이지 온전히 믿을 존재는 하나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4. 영국식 억양이나 언어 장벽에 매이지 말자

이것도 영어 공부를 우선 매일 꾸준히 열심히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긴 하지만...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해야 만이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런던에 와보면 알겠지만, 정말 영국 본토에서 자라 영국 억양을 쓰는 브리티시 친구들보다 다문화 친구들이 훨씬 많다. 즉, 내가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민자이고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생각할 때, 자랑스러운 한국어를 원어민으로 구사하고 영어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여겨야 한다. 다른 사람과 소통할 때 억양을 알아듣기 어렵다면 바로 "Pardon?" 또는 "Sorry. I didn't catch that." 등의 말을 하며, 열린 태도로 이야기하면 좋다. 때론 그들도 내 이야기를 알아듣기 어려울 수 있음을 늘 기억하자!


나 또한도 영국식 억양을 쓸려면 쓸 수야 있지만, 억지로 나를 맞추지 않으려고 한다. (브리티시 친구들이 많아지면 그때 자연스럽게 영국식과 미국식 억양이 섞일 수도 있겠지만..!) 미국식에 더해 내가 발음하기에 편한 억양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런던에서 살아간다는 것

뉴욕보다 더 많은 언어가 사용되는 도시 런던.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곳에서, 친구나 가족도 없이 하나님만 붙들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하다. 여기에 다 적지 못했지만 정말 다양한 일들이 많았다. 고생을 많이 했다는 뜻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곳에서 나의 터전을 일궈나가는 경험 자체가 너무 소중하다. 기억보다 선명하게 남을 이 글들을 언젠가 다시 읽어보며 지금의 내가 그리운 날이 오겠지?



+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가족들과 친구들, 교회 식구들께는 늘 감사한 마음 가득이에요.

그리고 댓글을 남겨주시진 않아도 제 글을 기다리는 분이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어요! 영광이에요 ㅎㅎ 앞으로도 차근차근 좋은 내용 공유해 보겠습니다.

발행 예정 내용들: 런던에서 집 구하기 / 영어 공부 방법 / 취업 과정 등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삶과 죽음 그 사이 어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