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내가 부리는 거지 EP2. 계획이 없어도 괜찮아

by 하은

제주의 첫날밤에 취해 술을 많이 마신 대가는 생각보다 더 괴로웠다.


새벽까지의 음주는 속을 뒤집어 놓기에는 충분했다.


살려달라고 외치는 속을 부여잡고 해장국을 찾기 시작했다.


제주공항 근처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바로 고사리해장국의 우진해장국이었는데, 근처라서 가볼까 하다가 주차장에 차가 엄청나게 많다는 걸 인지한 후엔 발걸음을 가차 없이 돌렸다.


웨이팅이 없으면서 빨리 나의 속을 달랠 음식이 필요했는데, 마침 미풍해장국 본점 생각났다.


풍미해장국은 우진해장국만큼 유명한 곳이지만 운 좋게도 웨이팅이 없이 먹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다음일정이 있었지만 해장은 해야 했기에, 어제 숙소에서 알게 되었던 동생들과 함께 식사를 마치고, 원래 지독히도 계획적인 내가 그날그날 여행계획을 생각하는 걸 보면 제주에서는 이렇게 살 수 있겠다 싶었다.


어제 숙소에서 알게 된 동생은 우연히도 내가 오늘 묵을 숙소에 예약을 해놓은 상태였기에 같이 동행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또 동행자가 늘었는데, 그 동생이 전날 알게 된 친구 2명이 차가 있어서 하루동안 같이 동행하기로 했다.


어제는 혼자였지만 오늘은 5명이 되어버 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제주는 그런 곳이었다.


어쩌면 깊은 인연일 수도 가벼운 인연일 수도 있지만 새로운 인연들이 생긴다는 것이 외국스러우면서도 지독히도 음주가무와 사람을 좋아하는 한국의 정서가 합쳐진 결괏값 같은 제주도는 같은 나라에 있는 곳이지만 신비로운 곳은 틀림없었다.


나는 계획이 없었기에 이끄는 대로 군말 없이 따라가기로 했다.


어제 처음 알게 된 동생을 믿고 따라간다는 건 나에게 있어선 신기한 경험이었다.




해장을 마치고 제일 처음 방문한 건 드라마 '수리남'의 촬영지인 허니문하우스였는데, 너무 재밌게 봤던 드라마라 도착과 동시에 기억필름이 생생하게 재생되고 있었다.


여긴 제주가 아니고, 수리남이라는 다른 나라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색적인 공간이었다.


드라마 세트장이 아니고, 뷰가 굉장히 좋은 대형카페였기에 조금 흐린 날을 뒤로하고도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뷰였다.



커피 한잔을 들이켜자 이제야 새로 알게 된 친구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이제 속이 좀 진정된 듯하다.

약간의 인사와 스몰토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를 다시 알아가기 시작했는데, 내 생각보다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다.


물론 제주여행을 하면서 모든 일정이 같지 않고, 만나면 또 떠나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새로운 인연에 집중해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자 했다.



그렇게 시작된 제주 2일 차 여행

계획도 없지만 그냥 서울을 떠나 제주로 와서 이런 풍경들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다.


그러다 한 명이 제안하면 그곳을 갔는데, 그것마저 좋게 만드는 게 제주도였다.



그다음 여행지는 천지연폭포였다.

예전에 제주로 수학여행을 왔을 때 그러니까 약 15년 전 정도에 와봤었던 천지연폭포 어렴풋이 기억이 나긴 하지만 세밀한 기억은 없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기억을 더듬거리며 들어간 천지연폭포 그냥 폭포지만 왠지 오랜 친구를 만난 것 마냥 반가웠다.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올레시장을 가볍게 구경한 후 숙소를 찾아들어갔다.




숙소에 방문했을 때 통창너머로 보이는 뷰가 너무 예뻐서 아 이런 곳이 제주 힐링이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곳이었는데, 이래서 내가 산방산쪽을 좋아했지 싶었다.


숙소에서 탁 트인 농촌 밭뷰와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하면서 저녁에 있을 파티를 기다렸다.


20시에 모이기 시작한 게하파티.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일단 후회 되었고,

일행들이랑 함께 자리를 할 수 없음에 프기까지 했다.


그렇게 어색한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갔다.


이제 30대가 되어버린 나는 사람을 가리게 된다는 말에 극 공감을 하게 되었다.


내가 겪어온 경험에 의해 Ai가 된 것처럼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생각하게 되고, 별로인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면 친해질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


어릴 때와는 완전 다른 모습을 발견해서 오히려 나의 모습에 이질감과 어색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시작된 2차에서는 지인들과 함께 할 수 있었는데, 2차에서 만난 사람들이 굉장히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신나게 놀다가 3차까지 가서 결국 정신 차리니 또 새벽이었다.


제주에서는 새벽까지 술 먹는 일상이 우습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냥 나를 내버려 두기로 했다.


언제 이렇게 하겠어라는 생각과 나 아직 청춘이네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으니까.



그렇게 새벽 5시가 되어서야 숙소에 들어갔다.

그렇지만 제주니까 가능한 것들이었고, 아직 나의 체력이 충분했었던 2일 차였으니까.


좋은 사람은 많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시간은 빠르게 가고 난 그것을 즐기고 제주라이프는 생각보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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