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유럽의 첫날이 지나갔다.
아직 시차적응이 덜된 건지 눈이 저절로 떠졌다.
어제 눈을 떴을 땐 분명 익숙한 방 천장이었는데, 익숙하지 않은 공기가 나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비수기의 겨울 동유럽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유럽까지 왔는데 비가 온다는 사실에 조금의 서운함이 살짝 생겼다.
오늘부터는 호스텔 스텝의 업무를 인수인계받아야 했는데 약 2일 동안 트레이닝을 받아야 정식으로 일을 할 수가 있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아침 8시에 일어나서 조식준비를 하고, 룸 청소를 하고, 빨래와 체크인과 각종 문서들을 작성해서 보고하면 된다.
단 2줄로 정리가 가능한 일들이지만 막상 해보면 어렵지도 쉽지도 않았지만 해본 적이 없어 어색하기만 했다.
첫 번째로 국내에서도 게스트하우스 스텝은 전혀 해본 적이 없다는 거였고, 두 번째로는 작은 자취집만 관리하다가 이렇게 큰 호스텔을 관리하게 된다는 게 생각보다 부담스러웠다.
조식은 간단한 셀프조식이기도 하지만 스텝이 직접 토스트를 매일아침 만들어줘야 한다. 토스트에 들어가는 재료와 준비는 매일 정성껏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굳이 따지자면 아침을 안 먹는 쪽에 가까운 나에게 나의 아침이 아닌 다른 사람의 아침을 챙긴다는 게 생소했다.
청소 같은 경우에도 일반 집청소나 어릴 적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했던 청소들은 있으나 호스텔처럼 2층 도미토리 침대와 수많은 방을 치워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침대시트와 이불을 벗기고 가는 일마저 버겁기까지 했다. 그리고 시작되는 청소 대저택을 청소하는 것처럼 깨끗이 청소했다.
청소가 끝나면 정신없이 3시에 체크인이 시작이 되는데, 우리 호스텔은 외국인이 많이 오는 곳이라 영어로 안내하면서 더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체크인이 시작되면 성수기가 아니라면 그래도 조금 여유 있게 책도 읽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난 그 여유가 있는 시간들이 꽤나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는 마지막 마무리로 재무정산과 오늘의 마감보고를 올리면 하루가 끝이 나는데, 이 모든 일들을 끝내고 나면 시간은 약 10시가 된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일들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배워나가는 게 마치 10년 전으로 돌아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가 된 것처럼 느껴지는 감정조차 소중한 현실이 되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