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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 Feb 07. 2024

EP.7 버스티켓은 있는데 왜 타질 못해요

오늘은 크로아티아에 와서 처음 쉬는 날이자 다른 나라로 가는 첫 여행이었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트램을 타고 자그레브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유럽에는 플릭스버스라고 해서 좀 저렴한 고속버스라는 이동수단이 있는데, 어플로 쉽게 예약할 수 있다.
버스시간은 7시 15분이었고, 7시쯤 도착했으니 여유롭게 버스를 타러 갈 수 있겠다 싶었다.




문득 스치는 생각 '근데 어디에서 타더라?' 이 생각이 든 순간부터 여유 있어 보이던 15분이라는 시간이 매우 촉박하게 느껴졌다.

이리저리 보이는 사람들에게 다 물어보았지만 잘 모르겠다는 답변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시간은 7시 10분 급하게  매표소가 눈에 띄어서 찾아가서 물어봤더니 플랫폼 404로 가라고 해서 정말 있는 힘껏 뛰었다.  404번 플랫폼에 도착하니 출발 3분 전이었고, 티켓과 여권을 검사하고 있었다.



난 의기양양하게 예약된 앱에서 QR코드와 여권을 보여줬다.

여권을 보는 순간 갑자기 'Are you korean?'이라 해서 요즘 또 k-pop이 인기가 많으니 자랑스럽게 'I'm korean!'을 외쳤다.

그러더니 갑자기 한국인은 탈 수 없어라며 승차거부를 시전 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지 말로만 듣던 승차거부가 이런 것인가 싶었다.

혹시 몰라 다시 확인을 요청해보기도 하고, 북한이 아니라고 까지 얘기했는데, 기사는 묵묵부답이었고, 더 단호하게 너 못 타니까 가서 티켓 환불받으란 말로 돌아왔다.

머리를 한대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어떻게 해야 하지 나 여행 못 가는 건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류블랴나 터미널에서 기다리고 있을 일행은 어떻게하지였다.

결국 버스탑승은 하지 못하고 버스는 출발해 버렸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제대로 따지지도 못했는데, 그 주변에 있던 한국인들도 못 탄 사람들이 보였다.

뉴스에는 여권파워 2위가 한국이라는데, 여권 때문에 승차거부를 당하다니 이 무슨 황당한 일 있나 싶었다.

티켓 창구로 가서 저 버스기사가 승차거부를 해서 환불을 받아야겠다고 말하자 여기서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을 받았고, 결국 앱에 컴플레인하는 곳에 다가 환불 문의를 해두었다.

더 황당한 건 그다음 버스를 다시 더 비싼 가격을 주고 예매했는데, 비자가 있어야 탑승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버스기사가 "그게 왜 필요해?"라는 말과 함께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

다행히 그다음 버스는 아무런 저항 없이 탑승할 수 있었다. 이렇게 쉬운 탑승이 불과 30분 전엔 그렇게 어려웠다니 정말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머나먼 땅 유럽에서 처음 겪는 어이없는 유럽의 인종차별 정말 호되게 신고식을 치러냈고, 액땜했다 생각하고 내 여행이 더 중요하니 훌훌 털어버리자고 생각하면서 나를 달랬다.


이제, 예쁜 슬로베니아 라블라냐와 블레드 호수만 만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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