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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혁 Jan 29. 2022

진화의 끝

사이버네틱 단상

시작과 끝을 논외로 하면, 진화가 생존을 위한 적응의 연대기라는 관찰은 조건부 객관성이 있다.


인간보다 고등한 외계인들의 모습이 묘사된 영상 자료들을 보면, 입과 코가 눈과 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지구 호모 싸피엔스 문명보다 더 진한 미래의 환경에 적응된 모습일까? 현대 인류가 당면한 기후위기와 자연재해, 슈퍼 바이러스나 슈퍼 박테리아보다 더 치명적인 위협들과 사회의 구조적 모순들을 적응하고 생존한, 우리 미래 모습일지도 모른다.


image from SETI.org


노이만 체계로 관찰하면, 사람의 입과 코는 주요 입력 주변장치(major input peripherals) 들이다. 그러나 이 입력장치들은 입력의 객체에 따라 치명적일 수도 있다. 고위험군(safety critical)인 동시에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하위 시스템(subsystem)이다.


반면에 눈과 귀는 실제 위험 요소와 물리적 접촉을 하지 않고,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직접 접촉하지 않은 시각과 청각 정보는 논리 영역을 벗어나기도 한다. 수집된 정보들은 형이상적 2차 정보들로 변환될 수도 있으며,  피로감도 후각이나 미각에 비해 상대적으로 로버스트 한 필수 지각 체계(sensory system)다. 우리는 형이상적 도메인으로의 정보 변환(transform)이, 언어의 한계를 너머, 무의식의 영역까지 확장함을 스스로의 관찰을 통해 인지 할 수 있다.


안구 근육의 반응 시간과 뇌 기능의 통계적 연관성(correlation) 모델은 그 반증이라 할 수 있다. 93년경, 한국의 삼성 용인병원에서 미국에 오신 선생님의 연구를 도와 드린 적이 있다. 그분은 당시 정신분열 환자의 안구 근육 반사 시간에 대한 수학적 모델을 연구하셨었다. 당시엔 실험적인, 계측화된 진단 프로토콜이었지만, 아마도 지금은 많은 임상에 표준화되었을 것이다. 생명의 시각 정보는 궁극의 영적 영역까지의 전환이 빠른 지각 신호(sensory signal)란 명제에 대한 사이버네틱스의 반증이라고 본다.



입력된 정보가 뇌의 사고 영역까지 도달하기 위해선 수학적 직교 변환(orthogonal transform)을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그 정보를 역변환(inverse transform)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1) 


화가가 오브제를 관찰하고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무의식의 영역에서 적분 된, 의도적 시각 정보 신호의 역변환으로 볼 수 있다. 청각을 매개로 한 음악도 유사한 아날로지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


감성을 제어하는 영적 동력의 진화는, 언어 사용의 퇴화를 가져 올 수도 있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깊은 영적 소통이 가능한 미래를 상상해본다. 물리적 접촉이나 '언어'라는, 기표로 제한된 정보( codified and constrained information)를 현대인들처럼 사용하지 않더라도, 깊은 소통을 나눌 수 있는 진화 단계를 유추해본다.


그런 미래의 인류 모델에, 현류의 문학이 예술 장르들의 도구로써의 운명을 비춰본다.  언어의 압축성과 의식의 보간(interpolation)과 외삽(extrapolation) 기능을 도구로 비언어나 초언어의 영역을 표현하려는 "시"나, 미디어의 음악, 비주얼 아트,  행위예술 등은 과도기 일지도 모른다. 궁극엔 뇌의 관련된 타깃 부위를 정밀하게 자극하는, 매개체로 알약이나 외부 자극(external drive) 신호가 발전할 수도 있다.


소설책을 며칠 읽으며, 얻을 수 있는 지식정보, 논리의 경험 및 서정적 감동(impression)들은 각기 관련된 뇌의 해당 부위들에 개인별로 차등적 자극들을 전달한다. 궁극의 만족을 승인(재인식, re-cognition)하는 최종의 기관은 의식과 무의식의 하이퍼 디멘젼 영역인 뇌일 것이다. 이 자극을 표준화한다면, 며칠을 읽어야 하는 소설책보단, 소비자들에게 효율적 측면에서 유리하다.




인류의 진화를, 정보의 수집(cognition), 처리(transform), 적용(mapping)그리고 궁극의 적응(adaptation)의 기준에서 본다면, 우리는 생존에 비효율적인 직접 수집 (cognition from raw source)에서 변환(transform)을 거친 2차 이상의 정보의 활용으로 진화해 왔다.


독을 직접 먹어 보지 않고도, 독성을 판별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고안했고, 성병의 전염이나 성범죄를 차단할 수 있는 가상의 VR 섹스나 뇌파 자극기 (영화 Demolition Man의 한 장면처럼), 음식을 통한 필수 양분의 섭취 시 부가적인 발암물질이나, 소화기 질병의 예방을 위한 주사나 농축된 알약형 식품, 담배를 대신해서 흡연 시 느끼는 뇌의 해당 부분만 자극하는 알약이나 뇌파 장치 등, 인류는 끝없이 비대면, 비접촉을 추구하며 생존력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image from vulture.com

궁극의 인류의 수렴점은 데카르트의 통 속 뇌로만 존재할지도 모른다. 아주 먼 미래에, 인류가 생물학적으로 생존할 수 없는 지구 환경에서 살아남는 다면, 더 정확히는 인류의 "의식"만 살아남는다면, 공상보단 가능한 현실일 것이다.


코로나 팬더믹의 프리즘이 보여준 인류의 미래를 외삽으로 투영해본다.


References

(1) Rowland, Todd. "Orthogonal Transformation". May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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