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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혁 Jan 30. 2022

메인의 기억 - 하늘

rev -

하늘은 터져서 쏟아져 내렸다

땡볓이 할퀸 살갗들을 식혀주며

수평선 너머에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북해의 한낯은

그렇게 하늘을 쓸어 담아서

점점 검푸른 대양의 침묵이 되어 갔다


밤에는 별들이 쏟아져 내렸다

보석 같던 기억들을 뇌까리며

수평선 너머에 와르르 쏟아져 내렸다


북해의 한밤은

그렇게 별들을 채워서

점점 빛나는 새벽의 환희가 되어 갔다


다음날 그리고 또 하루만

검푸른 우주의 순환 앞에 멍 때리고 싶었지만

그리고 다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르면서

그냥 떠나왔다


북해의 바람이 허파를 시퍼렇게 채우면

약속은 차가운 변명보다 하찮아졌고

검푸른 침묵들의 거대한 수다가

백 년의 독백들을 떨궈 주어서

기꺼이 떠나왔다


낯설고 신비로운 해방의 전율들이 채워진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환희의 벌판을

객인은 사뿐히 떠나왔다



northern Atlantic sky

view from Cadillac mountain

Acadia National Park

Bar Harbor, Maine

August, 2016


for the scale sense of the sky

a man pictured at the bottom right

and a gliding seagull in the mid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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