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져 있던 파일을 하나로 모았다. 마우스 휠을 차르륵 굴려보니 화면이 제법 아래로 내려간다. ‘이 정도면, 그래도 얇은 책 한 권쯤은 되겠네.’ 저장을 누르고 창을 닫은 뒤 F2를 눌러 파일 이름을 바꿨다. 타닥타닥.
[원고] 나의 작은 선생님
아직 디지털로만, 그것도 나의 작은 노트북 안에만 존재하는 181KB짜리의 파일일 뿐인데, 이름을 달아주고 나니 묘하게 애정이 깊어진다. 마우스 커서를 파일 위에 올려놓고 손끝으로 어루만지듯 좌우로 움직여 본다. '이제 이걸 어쩐다.'
의자에 등을 기댄 채, 머릿속에서 가능성을 가늠해 본다. 동시에 스스로에게 자격을 묻는다. 괜히 헛고생하는 건 아닐까. 지구에 미안한 일만 되지는 않을까. 그래도, 솔직히 해보고 싶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동안 써온 글들을 다시 읽어본다.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다. 제목만 봐도 글을 쓰던 그때가, 그때의 마음이, 그때의 얼굴이 생각난다. 글이 나를 연결시킨다. 연결의 실타래를 따라가다 보면 내가 지키고 간직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내가 책을 만들고 싶은 이유가 여기 있구나, 생각한다. 나는 연결되고 싶다. 한 번뿐인 아이의 어린 시절을 더 단단히 붙잡고 싶은 사람들과. 육아의 고됨과 기쁨을 동시에 겪으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사람들과. 아이 앞에서 자주 흔들리고 무너지는 사람들과. 그럼에도 내일 더 아이를 사랑하기로 마음먹는 사람들과.
그러다 처음 글방에 참여했을 때 썼던 글이 눈에 들어왔다.
'똑똑, 며칠을 고민한 끝에 글방 문을 두드렸다. 용기를 냈다기보단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이었다.'
이때 나는 칼을 뽑아만 보자는 마음이었다. 무조차 바라지 않고서. 새 일을 시작할 때 꼭 만반의 준비나 당찬 포부, 굳은 결의 같은 것들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닌 듯하다. 어중간한 마음, 발끝만 담가보겠다는 태도라도 괜찮다. 그렇게 시작된 글이 1년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
그래, 모르겠다. 그냥 하자.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다 보면 어딘가에 닿아 있겠지. 그렇게 나는 출판사의 문을 두드려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