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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e May 20. 2021

'파이프라인' 살리는 음문석의 슬랩스틱

영화 '파이프라인' 리뷰

영화 '파이프라인'이 불처럼 뜨겁고 기름때처럼 찐득한 재미로 초여름 극장가를 찾는다. 서인국, 이수혁의 활약 가운데 음문석의 슬랩스틱이 돋보인다.


올해 첫 범죄 오락 액션 영화 '파이프라인'이 20일 언론배급 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국내 최초 '도유(원유를 훔치는 것)'라는 독특한 소재를 들고 서인국, 이수혁, 음문석, 태항호 등 개성파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용어조차 생소한 도유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와 배우들의 열연이 다소 빈약한 서사, 캐릭터성을 만회한다.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리틀빅픽처스]

◆ 기름을 훔치는 간 큰 도둑들…서인국·음문석 역 콤비 플레이


'파이프라인'은 도유 전문가 '핀돌이(서인국)'에게 접근한 황 대표(이수혁)가 수십억을 제안하며 천문학적 규모의 도유를 시도하는 과정을 담았다. 여기에 접새(음문석), 나 과장(유승목), 큰 삽(태항호), 카운터(배다빈)가 합세해 판을 꾸렸다. 이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도유판에 뛰어든 가운데 돈에 눈먼 황 대표와 핀돌이의 한판 승부가 벌어진다.


서인국은 지난 2013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와  만난 물고기처럼 화면을 누빈다. 핀돌이는 불같은 성격이지만 인간적인 매력이 와닿는 인물이다. 무려 2인치에 달하는 전기 드릴을 들고 특수 합금으로 만든 송유관을 뚫는 모습에서 그간   없었던 남성적인 매력도 느낄  있다.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리틀빅픽처스]

 대표는  앞에 피도 눈물도 없는 괴물이다. 자신이 사들인 원유값을 뻥튀기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단순히 기름을 훔치는 것뿐만 아니라 대규모 살상 위험조차  하나 깜짝하지 않는 무자비함을 보여준다. 음문석은 비열한 면을 지닌 접새 역으로  영화의 톤을 담당하는 동시에 키플레이어로 활약한다. 감정적, 신체적 슬랩스틱을 통해 도유판은 물론 객석마저 쥐고 흔든다.


◆ 어디선가 본 듯한 굴 속 풍경…지나친 반복은 구원이 아니라 구태


기름 도둑들의 정체와 도유를 다룬 초기의 아이디어는 낯설고 신선하다. 하지만 땅을 파서 송유관까지 도달해야 하는 처지와 위험천만한 굴 속 상황은 어디선가 본 듯하다. 애석하게도 지난해 개봉한 영화 '도굴'과 상당 장면이 겹치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리틀빅픽처스]

극 후반부 황 대표와 핀돌이의 판 뒤집기 싸움도 엎치락뒤치락하며 유사한 반전이 지나치게 반복된다. 예상 가능한 반전은 아무리 반복돼도 별다른 감흥을 안기기 어렵다. 맹목적인 욕심과 기구한 사연을 대립시킨 서사의 배치도, 기시감이 드는 캐릭터성도 아쉬운 뒷맛을 남긴다. '파이프라인'은 오로지 찐득한 기름때와 쏟아지는 흙먼지 속, 땀범벅이 된 액션을 위한 영화다. 15세 관람가, 오는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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