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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e Nov 17. 2021

몸서리 쳐지는 현실 연애담, '연애 빠진 로맨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 리뷰

손석구, 전종서 주연의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가 연애는 두렵고, 그래도 사랑은 고픈 MZ세대의 솔직한 속내를 스크린에 풀어낸다.


'연애 빠진 로맨스'가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17일 공개됐다. 손석구, 전종서가 주연을 맡고 정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작품은 계속된 실패로 사랑을 믿지 않는 여자와 30살이 넘어도 연애도, 일도 서툰 허당 같은 남자의 현실 연애담을 그린다. 서로에게 푹 빠져들면서도 줄곧 '연애'만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두 사람의 대사와 행동, 속내가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솔직한 마음을 대변한다.            

[사진=CJ ENM]

◆ 놀랍도록 현실적인 상황과 대사의 연속…전종서·손석구 케미도 활활


창업을 준비 중인 청년백수 자영(전종서)은 숱한 상처에 지쳐 호기롭게 연애 은퇴를 선언했지만 참을 수 없는 외로움으로 데이팅 어플에 가입한다. 33세, 잡지사 기자인 우리(손석구)는 일도 연애도 호구 잡히기 일쑤인 허당 캐릭터다. 얼떨결에 19금 칼럼을 떠맡게 된 그는 데이팅 어플에 반강제로 가입해 연애는 말고, 쿨한 관계를 요구하는 자영을 만나게 된다.


전종서가 연기하는 자영 캐릭터는 독특하지만 친근하다. 자영은 연애라면 신물이 나지만, 별 수 없이 찾아오는 외로움을 달랠 상대를 본능적으로 찾는다. 쿨하다 못해 똘끼가 넘쳐흐르는 20대 후반 여성을 표현하기에 전종서보다 더 나은 배우는 없을 듯하다. 동그랗게 뜬 눈과 사랑스러운 미소, 도무지 받아치기가 버거운 신랄한 입담은 현재를 살아가는 20대의 단면을 보기 좋게 담아냈다.            

[사진=CJ ENM]

손석구는 우리 역을 조금은 바보 같은 듯하면서도 우직하고 순박한 인물로 그려냈다. 뭘 해도 진심인 그는 회사 선배의 원나잇 상대로 몇 차례나 이용당하지만 대놓고 불평 한 마디 하지 못한다. 첫 만남부터 자영에게 끌린 그는 자영에게 점점 진심이 돼간다. 자영이 휘두르는 대로 그에게 끌려가면서도, 우리는 자신만의 매력 어필을 확실히 한다. 극 후반부, 자영을 상대로 쓴 섹스 칼럼이 흥행하면서 난관에 봉착한다. 


◆ 색다른, 당돌한 로맨스는 성공…'데이트 폭력' 미화 리스크는 부담


몇 차례의 연애 실패 후 트라우마처럼 상처가 남은 자영과, 부담 없고 유순한 우리는 자연스럽게 서로의 일상에 스며든다. 연애 아닌 쿨한 관계에 집착하는 탓에 정작 솔직한 속마음은 감추고 있는 상황. 자영이 우리에게, 우리가 자영에게 진심임을 느끼는 순간마다 관객들은 이들에게 공감하며 현실 연애를 지켜보거나, 혹은 대리 경험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사진=CJ ENM]

다만 우리가 쓴 섹스 칼럼은 다소 흔하지만 무리한 설정처럼 느껴진다. 자영이 아무리 솔직하고 성에 대해 주체성을 지닌 여성이라고 해도, 익명이라고 해도 둘 사이의 내밀한 관계를 글로 적어 공공연히 게시하는 건 데이트 폭력의 일종이다. 연인과의 관계를 예술로 표현하는 이들의 부적절한 에피소드는 몇몇 매체에서 이미 다룬 바 있듯, 이 영화에서도 꽤 아슬아슬하게 느껴지는 지점이다. 우리가 그로 인한 대가를 치르거나, 뒷수습을 해낸다고 해도 데이트 폭력 미화 우려는 여전하다.


어쨌든 자영의 입에서 나오는 "사랑이라는 감정 놀음에 지쳤다" "연애는 방귀고, 결혼은 똥이다"라는 식의 대사도 요즘 젊은 세대의 인식과 가치관을 관통해 통쾌함까지 안긴다. 19금을 넘어 29금이라 쳐도 모자랄 만한 당돌한 대사와 대담한 몇몇 신들은 이 영화를 아주 색다른 로맨스로 만들어준다. 아주 솔직하면서도 싸구려 같지 않게끔 영화의 톤을 탁월하게 잡아낸 정 감독과 전종서, 손석구의 센스가 돋보인다. 15세 이상 관람가, 오는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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