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지킬앤하이드’ 리뷰
최고의 흥행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가 새로운 2차 캐스트의 합류로 화려한 명성을 이어간다. 박은태, 전동석, 카이가 그려내는 색다른 매력의 지킬박사, 하이드를 만난다.
현재 '지킬앤하이드'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이번 시즌 2차 캐스트로 합류한 박은태, 전동석, 카이, 정유지, 해나, 이지혜의 노련하면서도 신선한 연기합을 만날 수 있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음악과 웅장한 무대, 인간 내면의 이중성을 표현하는 지킬/하이드 역 배우의 섬세한 연기가 어우러진 완성도 높은 공연이 매일같이 이어진다.
국내 최고의 뮤지컬, 업그레이드된 경력직+신선한 뉴 캐스트 조합
'지킬앤하이드'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을 각색한 뮤지컬이다. 한 명의 배우가 선악이 분리된 '지킬/하이드' 캐릭터를 연기해 국내에서 유난히 사랑받아왔다. 조승우, 류정한, 홍광호, 박은태, 전동석 등 내로라하는 최고의 뮤지컬 배우들이 주연 자리를 거쳐간 국내 대표 뮤지컬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 합류한 전동석의 지킬, 하이드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매력으로 극장을 장악한다. 지킬박사는 지배계급의 엘리트 지식인이지만 동정심과 연민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아버지를 치료하겠다는 굳은 신념, 약자를 바라보는 흔들리는 눈빛이 인상적이다. 반면에 하이드는 한층 더 거칠고 짐승 같은 면모를 드러내며 삽시간에 모두를 떨게 한다. 눈이 모이거나 끔찍하기 그지없는 잔혹한 표정, 예측할 수 없는 몸 연기에서 지킬과 하이드의 완전히 다른 인격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최수진의 엠마는 심지가 굳은 인물로 지킬을 향해 확신에 찬 사랑만을 보여준다. 그의 믿음에 의지하면서도 그를 지키고자 하는 지킬박사와 어우러져 로맨스 케미가 제대로 살아난다. 단단하고 꽉 찬 성량으로 소화하는 고음 파트에서도 엠마의 안정감이 표현된다. 루시 역의 정유지는 이번 시즌 뉴 캐스트로 요즘애들 같은 매력이 돋보인다. 술집에서 일하며 세파에 찌들었지만 한편으론 아이처럼 순진한 면모를 내보인다. 그가 한 치 앞을 보지 못하고 희망에 부푸는 순간, 객석은 오롯이 루시의 편이 돼 먹먹한 감정에 휩싸인다.
인간의 이중성, 본능에 관한 이야기…다채롭게 해석하는 재미
'지킬앤하이드'는 유난히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고 많은 팬들을 거느린 만큼 다회 관람 관객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자연히 다양한 캐스트와 여러 경우의 수로 배우들을 조합해 완전히 새로운 무대를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감정적이고 인간적인 내면을 갖춘 전동석 지킬로 공연을 본 뒤엔 박은태, 카이 캐스트의 매력을 경험해보고 싶어 진다. 차분하고 어른스러운 조정은 엠마와 대비되는 사랑의 확신으로 가득 찬 최수진, 놀라운 집중력의 선민 루시와 천진난만한 정유지 역시 마찬가지다.
또 한 가지 포인트는 지킬과 하이드가 분리됐지만 결국 한 인간이라는 점에서 이 극의 숨겨진 면들을 발견할 수 있다. 무대에 올라간 공연은 결국 보는 사람의 몫이기에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이드의 극악무도한 살인, 루시를 향한 비뚤어진 감정을 지킬박사와 연관 지어 해석할수록 더 풍성한 극의 매력이 느껴진다. 선악을 나누어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지킬박사의 대사를 극 후반에 곱씹는 순간 인간의 본능과 주체성에 대해 새로운 고찰에도 빠지게 된다. 인간에 내면에 관해 다채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명작이자, 한 번쯤은 꼭 볼 만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오는 5월 8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