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올빼미’ 리뷰
완전히 새로운 스릴러 사극 '올빼미'가 류준열, 유해진의 연기 열전 속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가득 선사한다.
영화 '올빼미'가 10일 언론배급 시사를 통해 최초 공개됐다. 류준열, 유해진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낮에는 보이고, 밤에는 보이지 않는 맹인 침술사를 비유한 신선한 제목으로 주목받았다. 두 사람의 열연이 돋보이는 가운데 하룻밤 새 벌어진 밤사냥 같은,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가 돋보인다.
참신한 소재와 구성, 유해진·류준열·김성철 '연기열전' 볼거리
‘올빼미'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 영화다. 탁월한 침술로 어의 이형익(최무성)의 눈에 든 천경수(류준열)는 청나라에서 돌아온 세자(김성철)와 인연을 쌓지만 그의 독살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이후 진실을 밝히려 애쓰는 가운데 인조(유해진)의 수상한 행적을 알게 된다.
류준열은 천경수 역으로 낮동안 눈이 보이지 않는 맹인 침술사를 연기한다. 앞을 볼 수 없는 탓에 기민한 청각과 촉각, 분위기를 알아채는 감이 뛰어난 그는 밤이 되면 조금 밝아진 눈으로 일을 처리하고 글도 쓴다. 갑작스레 세자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 그는 보고도 보이지 않는 척, 듣고도 들리지 않는 척해야 하는 신분이다. 천 봉사가 겪는 번뇌가 그의 눈빛과 표정에 고스란히 떠오른다.
인조 역을 연기한 유해진은 처음으로 왕 역할을 맡은 데다 이번엔 인간미라곤 찾아볼 수 없는 비정한 아버지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의심의 눈초리와 다소 비겁한 면모를 장착한 그는 여러 차례 관객들을 충격에 빠뜨린다. 소현세자로 등장하는 김성철은 총명하고 따뜻한 인간미를 장착한 캐릭터로 관객들을 천 봉사에게 깊이 이입하게 한다.
실제 사건을 신선하게 풀어낸 시도…긴장감·흡인력 다 잡았다
'올빼미'는 실제 역사적 사건인 '인조반정'을 모티브로 삼아 비하인드를 픽션으로 풀어낸 영화다. 밤에만 볼 수 있는 올빼미 같은 목격자가 당시에 있었다는 설정 자체도 흥미로울뿐더러, 덕분에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긴장감이 자연스레 생겨난다. 천민 출신으로 침술사가 돼 궁에 입성한 천 봉사의 위태로운 존재감도 영화의 톤을 결정짓는 장치 중 하나다.
동시에 이 영화엔 관객들이 깊이 몰입할 수 있는 한국적인 가치관이 곳곳에 깔려있다. 나라의 굴욕으로 세자가 잡혀간 뒤 8년간 떨어져 지낸 부자관계의 미묘한 어긋남, 세자를 그리워했던 원손의 절절한 감정, 집에 동생을 혼자 두고 죽을 수 없는 형의 설움 등 촘촘히 쌓아 올린 감정과 서사가 이 영화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준다.
'올빼미'의 미덕은 더 있다. 사극 영화에서 기대하는 비주얼과 스릴러의 박진감을 모두 갖췄단 점이다. 아름다운 복색과 분위기를 즐기다 보면 탁월한 톤과 템포 조절 덕분에 금세 분위기가 전환된다. 마지막 신에서 언급되는 세자의 사인 '학질'에서는 묘한 통쾌함도 느껴진다. 조금은 아쉬움이 느껴질 찰나 떡밥을 회수하는 감독의 묘수가 돋보인다. 15세 이상 관람가, 2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