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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le Dec 14. 2022

무한의 확장성, 압도감의 향연 ‘아바타:물의 길’

제임스 카메론 감독 ‘아바타: 물의 길’ 리뷰

월드와이드 역대 흥행 1위에 빛나는 희대의 역작 '아바타' 후속작이 올 연말 찾아온다. 13년의 세월을 거쳐 판도라의 비주얼 라이징은 판타지를 넘어 리얼리티 그 자체가 됐다. 여기에 가슴 뭉클한 감동과 깊은 철학적 메시지까지 '아바타: 물의 길'에 담겼다.


'아바타: 물의 길'이 14일 전 세계 최초로 대한민국에서 전격 개봉한다. 전작인 '아바타'가 2009년 혁신적인 기술력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월드와이드 역대 흥행 순위 1위를 기록 중인데 이어 한국에서도 첫 1000만 관객 돌파 외화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역대급 흥행 블록버스터다. 이번엔 판도라를 이루는 또 하나의 원천 '물의 길'을 찾아간다.

무한대로 확장하는 '아바타' 세계관…기존 배우들 '다채로운 변주


'아바타: 물의 길'에서는 전편에서 나비족의 삶을 택한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가 아내 네이티리(조 샐다나)와 가족을 이루고 얻게 된 아이들 네테이얌, 로아크, 키리, 투크의 이야기를 담는다. 판도라 행성에 다시 들이닥친 하늘의 사람들은 과거에 저장해둔 뇌 기억 정보를 이용해 또 다른 아바타들을 생성해내 나비족을 위협한다. 제이크는 결국 자신 탓에 오마티카야 부족이 공격당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가족과 함께 고향을 떠나 '물의 길' 탐험에 나선다.


'아바타' 세계관 자체가 2009년에 더없이 새롭고 경이로운 감흥을 선사했던 것을 기억하는 관객들이라면, 그에 버금가는 경탄을 내뱉을 차례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전작에 출연했던 배우인 시고니 위버와 스티븐 랭을 한 차례 더 캐스팅했고, 둘의 캐릭터를 새롭게 빚어냈다. '아바타'의 존재와 '링크'라는 개념을 전편에서 선보였다면, 이번 '물의 길'에서는 무한한 확장성을 추가했다. 네이티리의 활에 맞고 죽었던 쿼리치 대령(스티븐 랭)이 유전자 정보 기억장치와 새로이 만들어진 아바타 몸을 이용해 부활(?)했기 때문이다.


이밖에 설리의 가족 일원이 된 키리(시고니 위버)는 전편에서 목숨을 잃은 그레이스 박사의 딸로 등장한다. 임신 상태였던 아바타를 이용해 생명을 창조해내고, 설리와 아들들과 마찬가지인 '혼혈' 개체가 생겨난 셈이다. 이처럼 '아바타: 물의 길'에서는 우리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인간과 나비족, 또 그 사이의 존재들이 무한히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덕분에 더 쉽고 자연스럽게 '다양성'이라는 가치에도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 같은 내용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아바타: 물의 길'이 가족의 이야기이면서도, '가족'의 경계와 구성, 본질을 묻는 작품인 이유다. 설리가 품은 키리를 비롯해, 설리 가족과 함께 지내온 스파이더는 쿼리치 대령의 핏줄인 인간의 몸이다. 단순히 가족과 핏줄이라는 범주 안에 이 같은 다양한 설정과 구성, 이야기의 실마리를 심어둔 그의 발상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소중한 '가족'을 지키기 위해…'물의 길'에서 깨닫는 생명과 삶의 법칙


'아바타'가 그랬듯, 후속 편에서도 단순히 뛰어난 비주얼 라이징을 통한 리얼리티의 구현을 넘어서는 인간의 삶과 현실을 반영한 장면들이 넘쳐난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이번 편에서 가장 강조한 생명의 원천, '바다'의 의미를 넘어 가족, 믿음, 핏줄, 우정 같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만한 짙고 깊은 가치들을 하나하나 만날 수 있다. 특히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파괴되는 판도라 행성, 해양 생태계를 마주하며 누구나 쉽게 기후위기로 인한 전 지구적 문제를 떠올릴 수 있다.


자연히 가족을 지키려는 제이크와 네이티리의 고뇌,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 고향에 대한 향수 등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본 모두의 가슴을 애달프게 한다. 아버지의 말에 사사건건 엇나가는 듯 하지만, 늘 그의 믿음과 사랑이 고픈 네테이얌, 로아크 두 형제의 마음이야 오죽하랴. 그럼에도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경이로움 그 자체인 바닷속 환경에 이들이 적응해나가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감동 이상의 감흥, 어쩌면 새 희망을 안겨주는 듯하다.


쿼리치 대령이 설리 가족을 찾아 나서고, 쫓기는 신세인 이들을 받아준 멧케이나 족이 마주하는 위협은 1편에서 오마티카야족이 직면했던 어려움과 비슷하다. '물의 길'에서는 다채로운 해양 생물들과 호흡하고 물속에서 적응한 나비족 부족의 모습을 아름답기 그지없는 시각적 효과로 그려냈다. 고래와 닮은 초거대생물체 툴쿤의 비주얼이 주는 압도감 역시도 '아바타'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다.


극 중 제이크의 아들 로아크가 어울리게 되는 추방자 툴쿤, 파야칸의 존재감도 심상치 않다. 아바타로 나비족에게 스며들어 족장까지 됐던 제이크 설리, 그리고 가족 중 천덕꾸러기로 낙인찍힌 로아크, 멧케이나 부족의 입장에서 보는 설리 가족은 무리에서 추방된 파야칸과 비슷한 처지다. 중요한 순간에 파야칸이 보여주는 활약은 '아바타' 전편과 '물의 길'을 관통하는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다. 제이크와 로아크, 파야칸이 정확히 동일 선상에 놓여있는 메타포임을 확인할 수 있다.


삶의 터전을 떠나 새로운 환경으로 이주하고, 물의 길에 새로이 적응해나가는 설리 가족은 또 과거와 현재 다수가 겪고 있는 이주 문제를 암시하기도 한다. 모두가 희생을 감수하고 낯선 환경에서 심적, 물리적 고통을 겪는다. 하지만 가족은 서로 의지하고 지지하며 조금씩 나아간다. 영화 후반에서 먼저 물의 길에 현지의 방식으로 적응한 아이 세대들이 제이크와 네이티리를 구하는 장면은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는 방법을 배운 이민 2세대가 부모 세대를 향해 내미는 손 같다.


기술적으로, 또 창조적이기 그지없는 설정과 세계관으로 13년 전 전 세계 영화팬들을 사로잡았던 '아바타'의 한 축은 기술과 영적 능력의 공존이었다. 인간이 '링크'와 '아바타'로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 반대편에 영적 소통을 강조하는 '에이와'를 중심으로 한 나비족이 있었다. 과학기술과 인간 고유의 정신 영역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느냐는, 현대 과학의 물음과 과제를 상징적으로 담아낸 덕분에 더 깊은 고찰과 감동이 가능했다.


'물의 길'에서도 마찬가지다. 키리와 툴쿤, 로아크가 더듬이로 과거의 기억을 소환하는 장면들은 마지막 신으로 이어져 가장 뭉클한 감동으로 마무리된다. 제이크와 네이티리가 에이와에 접속해 자식의 어린 시절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현대의 AI 합성과 VR기술로 그리운 누군가와 잠시 마주한 인간을 떠올린다. 오로지 기술, 물질, 황금만능주의에 빠져있는 인간의 욕망이 결국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아바타'의 감독이자 전 세계적인 거장 제임스 카메론은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듯하다.


물론, 이 모든 힌트들과 메타포를 읽어내지 않더라도 '아바타: 물의 길'은 수작을 넘어선 명작 그 자체다. 3D로 구현되는 스크린 속 나비족과 아름다운 판도라 행성은 정말 어딘가에 존재할 것처럼 현실감이 넘친다. 이야기의 큰 줄기만 따라가더라도, 감탄하고 감동할 신들이 넘쳐난다. 툴쿤을 만나고 함께 바닷속을 유영하는 극 중 인물과 함께 우리는 모두 환상적인 꿈속 세계로 탐험을 떠나는 기분이다. 모든 것들이 완벽한 밸런스를 맞추며 전에 없던 경이로운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다. 웅장한 액션과 압도적인 벅차오름은 덤이다. 3D 관람이 기본인 만큼 아이맥스나 4DX, 돌비 시네마 등 특수관에서는 더욱 생생한 경험을 채울 수 있다. 12세 관람가, 14일 전 세계 최초 개봉.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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