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윗 프랑세즈' 리뷰
영화 '스윗 프랑세즈'가 전쟁과 야만의 한가운데서 피어난 인간애를 그린다. 영혼을 좀 먹는 참혹함 속에도 어김없이 운명적인 사랑은 찾아온다.
'스윗 프랑세즈'는 프랑스로 망명한 러시아 출신 유대인 작가 이렌 네미로프스키의 미완성 유작을 원작으로 한다. 전쟁을 피해 피신했던 한 시골 마을에서 작가가 직접 보고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한 만큼, 시대상과 인물 심리, 상황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비극적인 전쟁 속에도 별 수 없이 피어나는, 사랑과 인간애를 그린 이야기. 가슴이 먹먹해지는 로맨스가 영화에도 충분히 작품성을 부여했다.
◆ 유대인 작가의 유작을 원작으로…능숙한 베테랑 배우들의 호흡
영화는 1940년 프랑스의 작은 마을 뷔시를 배경으로, 전쟁에 패한 프랑스 땅을 독일군이 점령하면서 일어난 이야기를 담았다. 남편은 참전하고 시어머니와 지내는 루실(미셸 윌리엄스)은 집에서 함께 지내게 된 독일군 중위 브루노(마티아스 쇼에나에츠)와 영혼의 이끌림을 느낀다. 냉혹한 시어머니 앙젤리어 부인(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은 독일군을 경멸하고, 귀족과 고위직의 욕심으로 드라마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루실 역의 미셸 윌리엄스는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외로워진 처지의 여자를, 아직은 내면에 소녀 같은 섬세함을 간직한 캐릭터로 그렸다. 루실은 드세고 냉정한 시어머니에게 질려하고, 이웃을 향한 최소한의 연민을 내비치는 인물이다. 독일 장교 브루노와 함께 지내게 되면서, 딱딱한 외면과는 다른 그의 감성적인 면과 마주한다. 두 사람은 피아노와 음악을 매개로 영혼의 교감을 나눈다.
브루노는 냉혹한 환경에 내몰려 군 장교의 자리에 올랐지만, 루실을 사랑하게 되면서 때때로 갈등한다. 전쟁 중에, 군인이라면 해서는 안될 나약함과 동정심을 내보인다. 브루노를 연기한 마티아스의 인간적인 해석이 한층 역할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앙젤리어 부인 역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는 매 작품마다 그렇듯, 완전히 새로운 인물을 빚어내면서도 동시에 실제로 있을 법한 인물을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
◆ 전쟁과 착취, 그리고 인간애…깊게 남는 로맨스의 여운
독일군에게 점령당한 마을은 브루노를 비롯한 군인들에게 적대적이다. 하지만 루실은 강아지와 함께 놀아주는 모습, 직접 작곡한 피아노 곡을 연주하는 그를 보며 마음의 위안을 느낀다. 자꾸만 브루노와 부딪히고 도움을 청해야 하는 일도 생긴다. 두 번 만나고 결혼해 집을 떠난 남편 가스통보다, 자연스럽게 브루노를 영혼으로 사랑한다고 느낀다. 브루노 역시 루실과 교감하면서, 군인의 숙명인 인간성의 상실에 괴로워한다.
영화는 두 사람의 로맨스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독일군 점령 전, 극심한 빈부격차와 그로 인한 대립은 점령 후엔 한 풀 꺾인 듯 보인다. 하지만 뇌물을 주고 독일군과 동거를 피해 간 시장 부인은 여전히 가난한 소작인을 의심하고 배척한다. 그 결과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지고, 루실과 브루노의 관계도 끊어진다. 두 사람의 마음은 여전하지만, 함께할 수 없는 운명만이 눈 앞에 놓여있다.
집세를 못내 쫓겨나는 소작인과 독일군에게 집을 내줘야 하는 프랑스인, 가난한 농부의 아내를 성희롱하는 장교까지. 원작자와 감독은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권력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벗겨낸다. 돈에만 집착하던 시어머니가 쫓기는 소작인을 프랑스인이라는 이유로 돕는 장면은 소소한 감동 포인트다. 동시에 권력이 어떻게 이동했는지, 그의 신념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가리킨다. 시어머니의 변화와 함께, 다소 심약하던 루실의 내면이 단단해져가는 과정도 꽤 집중력있게 묘사된다.
사소한 감정에 휩쓸리면 목숨이 위험하던 시대, 두 남녀는 목숨을 걸고 각자에게 중요한 걸 지켜냈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주고받지 못했지만, 이 로맨스가 꽤 깊게, 오래 여운을 남기는 이유다. 여전히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