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아름다운 비극, '어톤먼트'

키이라 나이틀리·제임스 멕어보이 주연 영화 '어톤먼트' 리뷰

by belle

영화 '어톤먼트(2008)'가 돌이킬 수 없는 아름다운 비극을 가슴 아픈 로맨스에 담아냈다. 비뚤어진 사랑과 질투로 비롯된 실수는 용서받지 못했다. 다만 생을 마감하며 스스로 속죄했을 뿐이다.


'어톤먼트'는 영국의 유명 감독 조 라이트와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가 함께 한 또 하나의 수작이다. '오만과 편견'으로 이미 남다른 케미스트리를 보여준 두 사람은 이 영화에서도 독특한 테크닉과 아름답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담은 영화를 만들어냈다. 신분 차이와 오해, 전쟁까지 모든 조건이 녹록지 않았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가 전에 없이 새로운 구성으로 눈 앞에 펼쳐진다.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 비뚤어진 사랑과 오해가 부른 비극…신선한 구성·연출의 힘


1935년 영국, 부유한 집안의 딸 세실리아(키이라 나이틀리)는 집사의 아들이자 명문대 의대생 로비(제임스 맥어보이)와 묘한 관계를 이어간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하던 이들은 로비의 발칙한 실수로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로비를 짝사랑하던 세실리아의 동생 브라이오니가 이들의 관계를 목격하게 되고 질투와 오해로 그를 모함한다. 누명을 쓰고 전쟁터로 끌려가게 된 로비. 세실리아는 그를 버린 집안과 연을 끊고 간호사가 된다.


세실리아 역의 키이라 나이틀리는 지적이면서도 관능적인 숙녀로 등장부터 모두의 마음을 빼앗는다. 로비가 그를 마주칠 때마다 얼굴을 붉히는 이유가 매 순간 와닿는다. 브라이오니의 모함에도, 그는 로비를 향한 사랑을 주저하지 않는다. 누가봐도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단호하게 자신의 마음을 결정하고, 사랑에 모든 걸 거는 매력적인 여성상을 빚어냈다.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임스 멕어보이의 로비 터너는 순진하고 솔직한 남자로 소년다움을 간직한 인물이다. 브라이오니의 당돌한 행동에 버럭 화를 내다가도, 세실리아 앞에선 자꾸만 작아진다. 누명을 쓰고 끌려간 전쟁의 한 가운데서, 세실리아를 향한 애틋함과 간절함을 가득 담은 감정 연기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브라이오니 역은 13세, 18세, 그리고 노인 역의 세 배우가 각자 맡아 열연했다.


◆ 돌이킬 수 없는 실수, 그리고 속죄…먹먹한 로맨스와 깊은 여운


첫 장면부터 타이핑 소리를 비트로 삼은, 잔잔하지만 경쾌한 음악이 깔린다. 작가 지망생인 브라이오니의 시점과 진실, 혹은 현실의 시점으로 교차되며 영화가 진행된다. 아직 어린 그에게 단편적으로 보이는 언니 세실리아와 로비의 관계는 대단히 불편한 장면이다. 사랑하는 두 사람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고,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렇게 로비를 궁지로 내몰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한다. 조 라이트 감독은 독특한 구성과 연출적 장치를 통해 이 과정을 마치 작가가 소설의 도입부를 안내하듯 구현해냈다.


감옥 대신 군대로 끌려간 로비는 프랑스로 파병돼 생사를 오간다. 고국으로 돌아가 세실리아와 함께 보낼 나날을 기약하며 참혹한 상황을 견뎌낸다. 담담히 그려지는 전쟁의 참상과, 무고하게 망가져버린 로비의 처지가 모두를 눈물젖게 한다. 그런 그에게 "돌아와, 나에게 돌아와줘"라고 끊임없이 애원하는 세실리아의 사랑이 먹먹한 감정을 배가시킨다.

[사진=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극한의 상황에 내몰린 로비가 습관처럼 중얼거리듯, 이야기는 계속된다. 현실은 어떻게 돼도, 이야기는 계속된다. 실제로 인물들이 비극을 맞더라도, 이야기 속 인물들은 행복할 수 있다. 결국은 누구에게도 용서를 구하지 못한 브라이오니는 속죄의 의미로, 두 사람의 실화를 소설로 쓴다. 마지막 장면에 밝혀지는 반전은 가히 충격적이다. 부디 집을 떠나온 세실리아가 로비와 단 한번이라도 재회했기를. 참담함에 무력감이 들 정도다.


"너를 찾아가, 사랑하고, 결혼하고, 떳떳하게 살겠다"고 되뇌던 로비와 세실리아의 간절함만으론 부족했던걸까. 단 한번의 치기 어린 실수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낳았다. 브라이오니는 용서받지 못했다. 다만 사랑하는 두 사람에게 마지막 행복을 선물했을 뿐이다. 영화를 감상한 뒤 도무지 슬픔을 주체할 수 없지만, 빼어난 영상미와 작품성, 먹먹한 여운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여전히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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