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과 연민을 담아, '의형제'

송강호·강동원 주연 영화 '의형제' 리뷰

by belle

영화 '의형제(2010)'가 한국 사회의 가장 아픈 부분을 가만히 어루만진다. 한 순간도 벗어날 수 없었던 남북문제를 다룬 감독의 손길에 애정과 연민이 교차한다.


'의형제'는 한국 영화계의 명배우 송강호와 한창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던 강동원이 호흡을 맞춘 버디무비다. 두 사람은 각각 국정원 소속 이단아 이한규와 엘리트 남파공작원 송지원 역을 맡아 열연했다. 장훈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간첩 송지원과 국정원 팀장 이한규의 대립 이상의 것을 담아냈다. 두 사람이 어떻게 적에서 '의형제'가 돼 가는지를 물 흐르듯 그려지는 동시에, 이혼 가족, 국제결혼, 탈북자 처우 등 예민한 문제들도 담백하게 다뤘다.

[사진=㈜쇼박스]

◆ 대립부터 동행까지 혼신의 완급조절…송강호·강동원 의외의 호흡


6년 전 서울 한복판에서 의문의 총격전이 벌어지고, 국정원 요원 이한규(송강호)는 남파공작원 송지원(강동원)과 아주 잠시 스친다. 이 작전의 실패로 일자리를 잃은 한규와 배신자로 낙인찍힌 지원. 6년의 시간이 흐르고 재회한 두 남자는 한규가 차린 회사에서 함께 일하게 된다. 각자의 속내를 숨기고, 간첩과 전 국정원 직원이 동거를 하게 된 상황. 묘하게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순간, 북에서 다시 지원을 찾는다.


송강호는 국정원 팀장 이한규를 북한에 적대감을 가진, 전형적인 남한 사람으로 그렸다. 본분에 충실해 안간힘을 쓰느라 가정도 뒷전이다. 당장 눈 앞의 간첩을 잡을 생각에 윗선에 보고를 누락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송강호는 특유의 인간적인 해석을 더해 풍성한 캐릭터를 빚어냈다. 피도 눈물도 없이 베트남 출신 여성들을 잡으러 다니다가도, 지원의 한 마디에 마음이 누그러진다. 어떻게든 잡아 한 몫 챙기려던 지원에게 역시, 기구한 처지를 알고서는 마음이 움직인다.

[사진=㈜쇼박스]

북한의 엘리트 출신인 송지원은 이북에 가족을 남겨둔 처지다. 매사에 냉철하고 담담하면서도, 할 말은 하는 당돌한 인물이기도 하다. 한규에게 좀처럼 경계심을 늦추지 않지만, 이혼 후 혼자 사는 그에게 종종 연민을 느낀다. 강동원은 송지원의 냉정한 얼굴 속에 따뜻한 심성을 불어넣었다. 한규와 지원이 말다툼을 벌이고 티격태격하는 신들은 두 사람의 처지를 각각 실감 나게 한다. 지원이 닭백숙을 해주는 장면이나 함께 햄버거를 먹는 신 등, 심적으로 가까워지는 과정도 서로에게 물들듯 묘사됐다.


◆ 사회적·개인적 조직의 해체…남북 문제 이면의 사회·현실을 들추다


'의형제'가 뛰어난 점은 큰 불편함 없이 남한 사회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들춘다는 점이다.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남북문제만 해도 그렇다. 간첩을 잡겠다는 국정원에서는 당장 사건이 터져도 무엇 하나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 한규는 일이 잘 안되면 괜스레 빨갱이를 언급하며 배척한다. 대단한 목적을 가지고 남한으로 들어온 듯 하지만, 지원의 처지도 웃프기 그지없다. 배신자로 오해받고 6년간 도망만 다닌 데다, 마음먹고 언더커버 일지를 써서 매일같이 보고해도 별 수 없이 버려진 신세다.

[사진=㈜쇼박스]

게다가 간첩을 잡겠다고 헌신하다 한규는 가정을 잃었다. 이후 생계수단으로 택한 일은 사람을 찾아주는 일. 주특기를 살렸다 해도 국제결혼으로 착취당하던 이주여성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건 다소 비인간적인 밥벌이다. 지원은 간첩이지만, 이들을 딱하게 여긴다. 하지만 국제결혼을 통해 아내와 며느리를 얻은 이들도 마냥 악한 이들은 아니다. 어디에도 나쁘기만 한 사람도, 착하기만 한 사람도 없다. 각자의 사정이 있을 뿐이다. 이 과정이 일상적으로, 때때로 유머러스하게 그려진다. 이들을 찬찬히 바라보고, 카메라에 담아낸 감독의 사회를 향하는, 애정 어린 문제의식이 느껴진다.


급기야 한규는 국정원에 협조했지만, 결국은 생계가 막막해진 탈북자 송태순(윤희석)을 챙긴다. 이제는 간첩이라기도 애매해진, 지원의 딱한 사정을 듣는 순간 동업을 결심하기도 한다. 결국은 사람, 인간애로 귀결되는 결론이다. 극심한 남북의 대립과 편 가르기 이면에, 각자의 피치 못할 사정이 있다. 가족애, 의리, 연민 같은 감정들은 출신이나 입장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장훈 감독은 이 의도를, 영화 곳곳에 심어뒀다. 총격전과 농촌 로드무비 사이를 오가는 탁월한 톤 조절과 리듬감, 명대사들도 훌륭하다. 한규와 지원이 진짜 '의형제'가 돼갈 때, 울컥하는 감동과 함께 가만히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는 영화다. 여전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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