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김윤석 주연 영화 '검은 사제들' 리뷰
영화 '검은 사제들(2015)'이 신과 마주한 인간의 가장 인간적인 내면을 들여다본다. 신 앞에서 한 점 부끄럼 없다고는 못할 지라도, 스스로 희생하는 인간을 만난다.
강동원·김윤석 주연의 '검은 사제들'은 국내 오컬트 장르의 문을 연 영화다.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은 장재현 감독은 앞서 단편 '12번째 보조사제'로 구마 소재의 영화를 선보였다. 이후 각색을 거쳐 강동원과 김윤석이 합류하면서 '검은 사제들'은 신의 이름으로 악귀를 쫓는, 구마품 신부들의 버디무비로 완성됐다. 때때로 한없이 나약하고, 신을 부정하는 것처럼 보일 지라도 결국은 묵묵히 그 뜻을 감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 신선한 소재·감각적 연출·최적 캐스팅의 조화…유려한 톤 조절이 백미
'검은 사제들'은 거의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가톨릭의 구마 의식을 본격적으로 담은 영화다. 이 작품 이후에 신부복을 입은 사제 캐릭터, 오컬트 장르의 영화와 드라마가 쏟아져 나왔다. 장재현 감독과 김윤석, 강동원이 국내 순수 오컬트 영화의 첫 발을 뗀 셈이다.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한 소녀(박소담)를 구하기 위해 김 신부(김윤석)는 구마를 벌인다. 함께 할 보조사제로 최 부제(강동원)를 만난 그는 소녀에게 깃든 악을 쫓아낼, 단 하루의 기회를 얻는다.
김윤석이 연기한 김 신부는 국내 교단의 이단아다. 자신을 믿고 따르던 성도 영신이 이상한 증상에 시달리자 악귀가 씌었다고 판단하고 구마를 진행한다. 주변에선 미친놈에 돌팔이 취급을 당하고, 실제로 종교인보다는 깡패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한없이 진지하게 신의 뜻을 붙들고, 오롯이 기대 영신을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언뜻 타성에 젖은 듯 하지만, 김 신부는 누구보다 진심이다. 김윤석의 거친 이미지와 집중력 있는 연기가 더없이 비범한 캐릭터를 완성했다.
강동원의 최 부제는 동생의 죽음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한없이 나약하고 의심하는 인간이다. 신학대에서 사제 과정을 밟고 있지만, 비행(非行)에도 능숙하다. 김 신부의 보조사제로 선택되고서는, 구마 의식 자체부터 그가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그럼에도 최 부제 역시 자신의 길을 스스로 택하고,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김 신부와 최 부제가 묘하게 부딪히고, 긴장감을 형성하는 과정이 영화에서 꽤 중요하다. 여지없이 김윤석, 강동원의 케미스트리로 탁월하게 살아난다.
특히 화제를 모았던 오프닝부터, 조금은 지루하거나 낯설 수 있는 종교적 설정을 거부감 없이 그리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퍽 일상적인 톤의 현실 아저씨 같은 신부들의 캐릭터, 김 신부의 삐딱한 태도나 최 부제의 비행 등이 유머 요소로 작용하며 작게 숨 쉴 틈을 만든다. 수려한 외모의 강동원이 갖춰 입은 로만 칼라 셔츠, 수단 차림도 대표적인 셀링 포인트로 관객을 끌어모으는 데 제대로 한몫했다.
◆ 절로 집중되는 이야기의 힘…때로는, 신앙보다 믿음직한 인간성
'검은 사제들'은 다양한 의미에서, 종교와 인간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한다. 구마 의식을 행하는 장미 십자가회와 김신부는 가톨릭 교단으로부터 공식적으로는 배척당한다. '인간의 빛나는 지성과 이성으로' 현재의 이미지를 구축한 가톨릭은 비상식적이고, 영적인 일을 더 이상 지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을 살리겠다는 일을 막을 수도 없다. 실제로 구마를 염두하지 않더라도 종교와 사회를 아우르는 위선의 실체를 한 꺼풀 벗겨낸다.
게다가 구마는 누구보다 깊은 신앙과 진심을 필요로 하는 일. 김 신부와 최 부제는 어쩐지 적임자가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겉모습과는 전혀 다른 김 신부의 진지함과 최 부제의 죄의식을 발견한다. 여기에 부마자인 영신이 합세한다. 장재현 감독은 이 영화의 키워드를 '희생'이라고 말했다. 영신은 가톨릭 신자로서가 아니라, 곤란해질 김 신부를 위해 악귀를 붙잡고 죽음을 마다하지 않았다. 세 사람은 모두 기꺼이 희생을 감수했다.
다만 김 신부의 사명감과 최 부제의 죄책감이 그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김 신부에겐 어떻게든 영신을 악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있었다. 최 부제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넘어, 자신의 인생을 바쳐 악을 물리치고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스스로 내보였다. 세 사람은 주체적으로, 희생의 길을 택하고 묵묵히 걸어간다. 어쩌면, 깊고 올곧은 신앙보다도 가장 인간적인 판단과 결정이 모두를 살릴 유일한 무기라는 깨달음이 어렴풋이 찾아온다.
김 신부를 향한 불신으로 선을 넘게 되고, 겁에 질려 도망쳤던 아가토(최 부제)는 동생의 환영 앞에서 두려움과 막막함에 홀로 눈물을 흘린다. 그럼에도 돌아온다. 두려움을 감수하고 묵묵히 운명을 받아들이는 그를 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 젖는다. 김신부의 물음에 "사람의 아들아, 그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들이 하는 말도 두려워하지 마라"라고 답하는 명장면은, 신이 아닌 아가토의 말이다. 스스로 어려운 길을 가겠다 다짐하며 되뇌는 주문이다. 과연 오컬트 장르적 재미와 먹먹한 감동을 함께 담은, 잘 만든 영화다. 여전히,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