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에놀라 홈즈' 리뷰
넷플릭스 영화 '에놀라 홈즈'가 기지와 재치가 넘치는 새로운 여성 탐정을 빚어냈다. 어리고 미숙하지만, 무모함과 행동력을 무기로 오빠인 셜록 홈즈를 뛰어넘는다.
'에놀라 홈즈'는 미국 소설가 낸시 스프링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영화다. 셜록 홈즈의 광팬이었던 원작자가 만들어낸, 홈즈의 어린 여동생 에놀라 홈즈가 활약하는 이야기다. 다른 여자 아이들과는 자신을 다르게 키운 어머니가 실종되자, 그를 찾아 나선 에놀라. 어머니의 흔적을 찾아 헤맬수록 그가 심취했던 위험한 사상에 한 발짝 다가간다. 숱한 장애물 앞에서도, 결국은 세상을 바꾸는데 일조하는 소녀 탐정이 찾아온다.
◆ 왈가닥을 넘어 비범한 소녀 에놀라…셜록홈즈 팬들 사로잡는 설정들
'에놀라 홈즈'는 작가 낸시 스프링어가 펴낸 '셜록 홈즈'의 스핀오프 성격의 추리소설이다. 첫 편인 '사라진 후작'의 내용이 넷플릭스 영화로 제작됐다. 에놀라(밀리 바비 브라운)와 함께 지내던 엄마(헬레나 본햄 카터)가 사라졌단 소식에 오빠인 마이크로프트와 셜록이 집으로 돌아온다. 엄마에게 범상치 않은 교육을 받아온 에놀라는 권위에 젖어있는 오빠 마이크로프트를 벗어나 집을 탈출하고, 엄마를 찾아 나선다. 그러다 만난 튜크스베리 자작과 얽히면서 골치 아픈 적에게 쫓기게 된다.
에놀라 역의 밀리 바비 브라운은 '기묘한 이야기'를 통해 넷플릭스와 인연이 깊은 배우다. 등장부터 카메라를 똑바로 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그의 태도에서 기본적인 캐릭터를 읽어낼 수 있다. 단정한 몸가짐을 고수하거나, 자수를 하는 대신 그는 책을 읽고 경청하고 관찰하는 방법을 교육받았다. 온갖 운동 종목이나 격투기 역시 마찬가지다. 도무지 숙녀다운 면을 찾아볼 수 없는 에놀라를 보며, 마이크로프트는 실망하고 셜록 역시 적응하기 어려워한다.
특히 '셜록 홈즈' 시리즈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순간, 홈즈 팬들은 절로 반가움에 휩싸인다. 영국 상류층의 요직을 맡고 있는 마이크로프트, 셜록 홈즈 본인, 런던 경시청의 레스트레이드 등은 이 영화가 '셜록 홈즈'의 스핀오프라는 사실을 즐겁게 일깨운다. 원작의 충성스러운 팬을 비롯해, 누군가는 '에놀라 홈즈'를 단지 아류작으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암호 해독 게임을 즐기는 데다 꽃말을 외우고, 놀라운 기억력을 자랑하는 에놀라는 이미 꽤 훌륭한 탐정으로서의 자질을 갖췄다. 왈가닥을 넘어 비범하기까지 한 그의 활약을 절로 기대하게 한다.
◆ 모든 억압을 벗어던지고…지금, 우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이야기
셜록 홈즈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에놀라 홈즈'는 놀랍도록 현재에 어울리는 이야기다. 마이크로프트의 뜻에 따라 여자 기숙학교로 가야 하는 에놀라는 사라진 엄마의 마지막 선물에서 단서를 발견하고 가출을 감행한다. 남장을 하고 기차에 올라탄 그는 튜크스베리를 만나고, 좀처럼 요령이 없는 그를 죽음의 위기에서 구한다. 집에서 엄마랑 단둘이 지냈던 것 치고는 매 순간 기지가 넘치는 에놀라를 보며, 어머니는 어쩌면 이런 순간을 대비했던 걸까 싶을 정도다.
에놀라는 당장 가야 할 길이 막막할 때, 계속해서 엄마의 조언을 떠올린다. 그리고 과감하게 결단하고 행동한다. 목숨이 위험한 위기 앞에서도 그를 붙잡고, 용기를 불어넣는 건 다름 아닌 그를 걱정했던 엄마의 목소리였다. 다만, 엄마의 만류를 뿌리치고 에놀라는 한 가지 다른 선택을 한다. 어린 시절 벼랑 끝에 선 양을 구했던 것처럼, 위태로운 처지에 놓인 튜크스베리를 도저히 내버려 둘 수 없는 에놀라. 결국 그는 튜크스베리를 구하고 원치 않는 인생으로 끌려간다.
튜크스베리와 만나 꼬인 것만 같았던 에놀라의 운명은 다시금 예측할 수 없는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둘째 오빠 셜록의 조언을 따라, 튜크스베리를 해치려 하는 가족들에게 제 발로 걸어간다. 가만히 앉아서 추리를 통해 튜크스베리 자작 실종 사건의 해답을 찾은 셜록. 하지만 '물속에서 발장구를 치며 상어를 유인한' 덕분에 에놀라는 먼저 범인을 잡는다. 그 답은 묘하게도, 어머니가 향해 가던 새로운 세상과도 맞닿아 있다.
사라진 엄마는 에놀라를 런던으로 불러냈고 온갖 겪지 않아도 될 사건들과 부딪히게 했다. 그리고 엄마의 가르침은 옳았다. 한없이 어리고 세상 물정 모르던 소녀는 차근차근 엄마의 힌트를 풀어나가고, 스스로 행동하고 결단하는 법을 배운다. 오로지 이성에 기댄 판단에 의지해 추리하는 오빠의 방식과, 스스로를 던지면서까지 위험을 감수하지는 말라는 엄마의 만류를 무시할 지라도. 에놀라만의 방법으로 미래를 결정하고, 답을 찾아나간다. 바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여성의 이야기다.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