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에서의 봄맞이
그냥,
몽실한 송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무수한 꽃이 모여 피고 씨앗을 남기는 꽃송이였습니다.
수십년 보았지만 이제사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은 그냥 개울가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려주는 전령사라고
딱 거기까지만 치부해 버린 그대 .
오늘 문득 다시 그대를 봅니다.
내 삶의 편리한 기능대로 이렇게 저렇게 자리를 잡고는
내 맘대로 규정해 버린 물건처럼 당신도 그렇게 내 기억속 어딘가에
내맘대로 예단한 딱 고만큼의 자리에 앉혀 둔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 설정된 추억만을 곱씹으며
내 삶의 충족되지 않은 엉성한 시간을 부정해주는
가장 아름다왔던 가장 사랑했던, 가장 온전했던 순간이 있음을
증명해주는 자리로 그대롤 두었습니다.
이제사 알겠어요
저 버들강아지의 깨알보다 작은 그 한알 한알이 꽃이되어
터지고 온세상을 여행하듯,
당신과의 순간 그 1초의 모든 나눔이
내 온 삶의 여기 저기에 다시 살아 꽃피우며
온생을 함께 여행해주고 있음을
어쩌면 얼마 남지 안은 이생의 끝까지
당신은 이 여행을 해줄 것이고,
우리들의 사랑의 뿌리와 줄기는
여전히 굳건히 땅에 뿌리를 내리듯
우리의 심장 그 중심에 뿌리를 깊게 깊게 뻗어 가고 있음을.
어떤 시간과 삶과 사람이 다가온다 해도,
바뀔수 없는 단하나의 생명임을
당신, 바로 그대와 나의 사랑이
문득
멀리 있는 그대를
가슴 시리게 불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