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내가되는 너보다 너일 수 있는
서른 세살 딱 그 나이만큼 이쁘고 뭐든 될 것 같은 그 때
우린, 서로의 서로가 되었다.
그리고 내겐 그가 저 심해에서 건진 첫 사랑이다.
내 인생에 사랑은 그렇게 순간과 공간의 극을 데리고
행복인지 불행인지 모를 긴 삶의 지배자가 되었다.
그날 나는 절대 즐거울 수 없는 우리나라 최대 재벌 그룹인 S반도체
갑질 고객과의 긴장된 긴 미팅으로, 서울로 돌아오는 셔틀도 놓치고
장거리 값비싼 택시를 타야 하는 짜증을 숨기며 미팅룸을 나오고 있었다.
예의상 손님을 배웅하는 장부장은 계속 "어떻게 가시지? 어떻게 올라가지?"
하면서 수원에서부터 서울 강북까지의 택시비를 염려하며 뒤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함께 출구로 걸어나오다, 우리는 반대편 복도에서 미팅을 마치고
나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 때 등 뒤에 있던 장부장이 반대편에서 나오는 다른 동료 부장에게
갑자기 "혹시 그쪽 분들 서울로 가세요?" "차 갖고 오셨나요 ? 자리 여유 있으면
이쪽 두분 함께 태워 주실 수 있을 까요? "하며 달려가 물었고. 순식간에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인사도 못한채 짐을 부치듯 나와 내 후배 여직원을
상대 팀 운전자에게 설레발을 치며 떠 맡겼다.
반대편 부장을 방문한 팀의 한 중년 남자에게 우리의 배송을 넘기듯 그랬다.
그 짧은 순간 나는 그 남자의 살짝 숙인 얼굴의 주저와 호기심과 배려가
뒤섞인 표정을 보았다.
그의 세가지 다른 마음이 어느 하나라도 부정되었더라면 그남자와 나는
영원히 다신 만날수 없었으리라.
배려가 앞섰을까? 그 남자는 당황해 하면서도 재빠르게 자기팀의 어린 동료들에서
돌아서서 뭐라 하더니, 그 쪽 일행 5명이 우르르 다른 쪽으로 함께 가고,
그 깔끔하고 젠틀해 보이는 남자가 내게 다가와 "함께 가시죠? "
하며 자기 차가 있는 쪽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그리곤, 르망 조그만 차의 문을 열었다.
인사고 뭐고 일단 우리는 함께 그차에 몸을 실었다, 나는 조수석, 후배는 뒤자리엘 탔다.
차가 출발하고 수줍은 듯한 그의 눈망을과 조금 들 뜬 듯한 그의 입가의 웃음을 처음
바라보고 나도 가능한 예쁜 미소를 날리며 그의 판단이 잘한 일이라고 기뻐하게라도
하려는듯 몸가짐에 애를 썼다.
명함을 주고 받고 인사를 나누며 비로소 알았다. 그가, 기계공학 분야 반도체 생산라인을
설계 기획하는 국내 최고 그룹을 리드하는 교수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도 그에게 알려 주었다
나와 후배는 국내 유명 교육회사의 프로그램 기획 영업, 컨설팅 팀의 팀장과 팀원임을 .
서로간의 업무 접점이 하나도 없는 사람들이 처음 만나 한차에 타고 두시간을 가야해서
무슨말을 해야 할지 시작점을 즉시 찾기 어려워 보였다.
그는 운전석에 앉자 마자, 물티슈를 꺼내 핸들을 닦고, 다시 한장을 더 꺼내 자기 손을 깨끗이
닦은 후 내게 명함을 건네고, 내가 내민 손을 수줍게 잡아 악수를 했다.
자가용 차도, 물티슈도 내겐 생소한 물품들이라 그사람의 깔끔성이 무척 먼 거리에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는 7월의 무더운 여름 하늘을 이고 있는 저녁시간 속으로 차를 몰아 서울로 향했다.
그가 레디오의 음악을 켰다. 마침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흘렀다. 그도 좋아하는 음악이라 했다.
내가 음악을 듣고 즐기는 방식을 회화처럼 그림을 그리듯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가 레디오의 볼륨을 낮췄다.
그는 독일 가곡 , 슈베르트, 슈만 등의 릴릭을 좋아한다고하며 특히 바위위의 목동을 좋아한다고 했다.
나 또한 엘리아멜링이 부르는 바위 위의 목동을 최애 곡으로 듣고 있어, 그가 그 곡을 이야기 하자 ,
마치 오랜 시간 알아온 연인처럼, 맘껏 음악을 듣는 나의 느낌을 섬세히 풀어 펼쳤다.
나의 아침 기상곡인 스카티시 환타지가 어떻게 나를 영국 북부의 이국적인 호숫가로 데려가는지
아르페지오네의 첼로 소리가 내 심장과 몸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왜,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바이올린 소리는 내게 물에 촉촉히 젖은 듯이 들리는지, 그리고 그는 매일 아침 강을 건너는 다리에서
음악을 들으며, 불의 칼 같은 태양 빛을 느끼며 교향곡을 듣는 출근길 이야기를 그림처럼 선명히
눈에 그리도록 설명을 했다.
우리 서로 음악을 듣는 방식이 풍경을 그리듯 감상한다는 사실을 함께 공감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내 생에 나와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내가 느끼는 그 방식을 나보다 더 선명히 그림처럼 펼치는 최초의 사람을 만나
나는 마치 내안에 내가 바라는 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듯 했다.
그는 그만의 또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듣고 노래하는 이야기를 했다
그가 콘서트 홀에서 음악을 들을 때 특히 악보를 함께 보며 지휘자와 연주자들의 소리가 재현되는
과정을 따라 본다든가, 독일 가곡을 따라 부를 때 주로 어떤 곡을 따라 부르는지를....
그리고 , 우리가 함께 공감하는 독일 바리톤과 슈베르트와 슈만의 가곡에 담긴 사랑의 이야기를
그는 내게 들려주었다.
비가 추적 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한시간이나 더 걸렸다
우리는 세시간 동안 끊지 못하고 서로가 듣는 음악과 그 음악에서 느끼는 감정을 마치 지금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인듯 주고 받으며 대화를 나눴다
마치 처음 만나 눈길 한번 마주치고 육체적인 관계를 깊고 진하게 나누는 사람처럼 음악이야기를,
음악 감정을 서로에게 주고 받으며 그 시간을 나눴다
그가 우리를 회사 가까이의 도로가에 내려 주었을때 갑자기 뒤에서 후배가 내게 말을 걸었다.
"선배님 두분이 마치 10년도 넘게 잘 알고 지내시는 분 같아요"
아차, 뒤에 후배가 있는 것을 잊어 버렸다.
도착해서야 알았다, 이런 ......
그렇게 그날 그와 처음 마주쳤고, 우리를 나눴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우리를 이끌어 가지 말아야 할지 그날 알았다.
그리곤 다신 서로 연락하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다.
소설 무.영.지 1화 .
Moo & Rang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 사무실 에서 마포의 강변 도로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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