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간의 소환
잊은 줄 알았다
잊을 수 있다고 믿었다
잊으려고 애썼다
그와의 시간, 시간 속 바닷가의 그 집,
그래서 잠시 다른 집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보았다.
끊임없이 그를 찾는 나의 모습을
그의 음성과, 표정과, 몸짓과, 말씨와,
미소와, 대화와, 영혼과, 철학까지
그와 같지 않은 것은 하나도 존재하는 것, 살아있는 것
진실이 아니라고 밀쳐버리는
가여웁고 또 가여운 나
자신의 기억 속의 그만 소환 해 내고
그 어떠한 현실도 인정하지 못하는
나를.
궁극의 파경은
이 기억의 그와 살고 있는 내게 있었다.
아프다,
슬프고 아프다
그런데 왜 아픈지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보았다.
기억 속의 그는
그 어느 누구에게서도 찾아볼 수 없는 허상임을
하여 그와 산다는 것이 결국
슬픔과 비극의 시작이자 끝임을.
하지만, 그 비극의 시작이자 끝으로 이어진
그 아픔이 곧 나의 사랑 임도 보았다.
아플지언정
그렇게 살아야만 함도
하여 다시 그를 소환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내 집에 앉는다.
그 시간 속의 산을 넘고, 바다를 돌아, 기차를 타고.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잊히지 않을 그와 함께
나의 영원한 楙盡과 함께.
2017. 07.16 楙盡의 소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