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깊어 아픔이 되어
현관문을 연다
싸한 아픔이 가슴에 저린다
누군가와의 진한 사랑으로 채워진
공간에
더 이상 그가 올 수 없다는 사실을
안은채 들어서는 순간은
예리하게 가슴을 저며내는 듯이
아프다.
휘청,
아픔에 몸이 쓰러지는 듯하다.
산에는 한창 진달래가 피었다
사람들마다 물으면
같은 말을 한다
"어디예요?"
"고려산 가요"
무슨 유행어처럼 그렇게 말들을 한다
왜 다들 그렇게 꽃에 발광이라도 하듯
아우성을 치는 곳으로 들 달려가는지
회색 빛 들판은 아직
침묵하듯 고요히 물에 잠겨있다.
한해의 농사를 받아내기 위하여
더 지긋이 자기를 누르고 침묵하며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북서풍의 거친 바람이 휘감아도는
산등성이에는
바람난 암케처럼 발정 해대는 꽃들의 아우성에 지쳐있다.
그런데 다들 그곳으로 몰려들 간다.
산등성이를 내려와 들어서는 침묵의 공간은
여전하다. 깊디깊은 뻘받속의 물처럼
어둡고 차가웁다
긴 칼로 쓱 베어내면
매끈하게 피한 방울
떨어지지 않고
갈라서는 뻘 흙처럼
내 마음은,
피 한 방울 흘리지 못하며
베어지고 있다.
그렇게 다시 봄날이 간다.
슬프리 만큼 화려한
그 봄날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