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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랑 정원예술가 Jul 16. 2017

예술로 재창조하는
도시 공간과 문화  

도시인의 에너지가 되는 아름다움과 신선함


2008년 8월 초, 필자는 성남아트센터 후원회원들과 함께 

‘유럽 오페라축제’를 즐기는 행운의 기회를 가졌었다. 그 여행의 목적은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오페라축제 자체를 즐기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오페라축제가 벌어지는 환경과 축제경영에 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함이었다. 

여행 중에 필자가 큰 관심을 기울인 것은 수백만 명에 가까운 관광객을 맞이 

하면서도 전혀 부산스럽지 않게, 도시의 어떤 형태도 뜯어고치지 않고 옛날부터 있던

 그대로 이 축제를 치러내는 유럽인들의 축제경영이었다. 


필자의 일행은 브레겐츠 ‘보덴제 호수’의 수상무대에서 공연되는 토스카를 비롯하여, 

잘츠부르크와 베로나를 돌며 총 4편의 오페라와 1회의 성악 연주회를 감상했다. 

이 일정을 통해 유럽인들이 자신들의 전통과 문화를 지키는 방법이 어떠한지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브레겐츠 사람들은 수상무대의 오페라 축제를 위하여 지금까지 사용하고 머물렀던 

공간을 새롭게 바꾸거나 버리지 않고 관광객들로 하여금 그에 적응하고 즐기며 

관광하도록 길을 유도하고 있었다.    



그 길에는  우리들의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게 하는 그런 아름다움 있었고,

 마음을 사로잡고 귀를 기울이게 하는 이야기와 문화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즐기는 공간들은 골목에서 도로로, 도로에서 정원으로 

정원에서 다시 극장으로 이어지며 마치 하나의 이야기처럼 서로 이어져 있었다 


하나하나 독립적인 개성으로 가득 찬 가게들과 오페라 무대인 듯한데,

모두 한결같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내며 한쪽에서는 오페라로, 한쪽에서는 음식으로, 정원으로, 

표현하며 방문객들의 마음 하나 가득, 이야기를 즐기는 행복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처음 온 이들이라 할지도 혼란스럽지 않게 여유를 찾으며 어슬렁 거치도록 

재촉하지 않는 관조와 느긋함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 뜨리고 있었다. 


관광객의 발길을 붙드는 이런 수준 높은 공간의 설계와,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문화 콘텐츠들은 어떤 관점에서 개발․발전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현재 런던에 거주하고 있는 김정후 건축가의 

‘CABE의 도시계획 정책이 주는 시사점’이라는 칼럼에서 다뤄진 사례와 

우리나라 영암의 작은 마을에 설치된 임옥상 작가의 설치미술을 함께 둘러보며 생각해보도록 하자. 


■ ‘예술 문화 도시 디자인’ 감동과 행복으로 유도하는 공간 서비스 


어떻게 예술과 감성이 각 지자체가 공들이고 있는 

도시 디자인과 경영을 다르게 만들 수 있을까? 

먼저 런던대학교 ‘도시계획과’에서 튜터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후 교수가 들려주는 ‘영국의 공공 공간 정책의 시사점’을 함께 보자.

 최근 김정후 건축가는 <CABE(Tip 참조)의 공공 공간과 도시 르네상스 정책이 주는 시사점>이라는 

칼럼을 통하여 다음과 같은 글을 소개하고 있다.



CABE(Commission for Architecture & the Built Environment)란?

1999년 영국 정부 주도하에 설립된 도시경영 정책 수립 공공 기관으로서 

건축 및 도시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높은 수준의 건축 디자인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기관이다


새로운 어젠다인 도시 르네상스는 도시 재생에서 한걸음 진일보한 개념으로

 도시계획과 건축의 질적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도시르네상스를 향하여'는 공공 공간 디자인의 핵심으로 

특히 공간들의 ‘연계와 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공공 공간이란  

1) 공원과 정원

 2) 천연 혹은 준 천연 공간

 3) 녹지 회랑 

4) 외부 운동시설

 5) 녹지 편의시설

 6) 어린이와 젊은이를 위한 시설

 7) 시민 및 커뮤니티 정원과 농장

 8) 교회와 사원의 앞 뜰

9) 도시 주변의 접근 가능한 전원 지역 

10) 시민 광장 및 시장 등을 포함한 시민공간이다. 



지난 수십 년간 진행되어온 재개발을 통해서 

도시는 수치상으로는 상당한 공공 공간이 확보되었지만, 

고립/독립된 공간으로 사용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CABE는 이러한 공간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하여

 ‘디자인에 의하여’라는 도시계획 프로젝트를 통해 이 공간을 재디자인하는 것을

 ‘사람을 위한 장소를 만드는 예술’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 개념은 과거의 공학, 기술 차원을 예술 차원으로 끌어올려, 

과거처럼 기반시설의 확충과 관리에 주력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내의 시설과 사람이 어떻게 잘 어우러져 행복을 창출하는가에 

주안점을 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디자인에 의하여’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7가지의 세부 목표를 

설정하여 추진하고 있다. 

---------------------------------------------

△특성: 어떻게 예술과 같은 독자적인 정체성을 가진 공간이 되게 할 것인가?

 △연속과 분절: 마치 영화처럼 특정 공간으로 하여금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이 잘 구분되면서도 

스토리의 연계성을 갖게 할 것인가?

△공공영역의 퀄리티: 어떻게 공공 공간들을 예술작품처럼

 매력적으로 사람을 유인하게 할 것인가? 

△용이한 이동성: 어떻게 접근성과 연계성이 좋은 장소를 연계하여

 이를 쉽게 이용하고 즐기게 할 것인가? 

△식별성: 어떻게 분명하고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이미지를 가진 장소가 되게 할 것인가? 

△융통성: 예술의 다양성의 수용처럼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장소가 되게 할 것인가? 

△지역적 다양성: 어떻게 지역적 특성과 요구를 드러내고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 

-----------------------------------------



이 중에서도 CABE는 특히 ‘공공영역의 퀄리티’를 통해서 

어떻게 수준 높은 공공 공간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방안들을 다루고 있다.

 CABE는 위의 7가지 목표와 관련된 세부 실행 아이디어를  

보다 상세히 제시하고 있는데, 

이런 예술 감각으로 도시 공간을 재디자인하여 얻고자 하는 성과는 

거리와 공간을 아름답고 조화롭게 구성함으로써 

시민들의 혼란을 피하고, 

미적 감동을 통한 안정과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있다. 

뿐만 아니라 공공 공간의 재디자인 작업을 예술가들과 

공동으로 작업하여 그 예술적 완성도가 높은 감동적 

결과물로 재탄생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예술로 만드는 공간, 영암 구림마을

이와 같은 CABE의 정책을 국내에서는 어떻게 다룰 수 있는 지를 

임옥상 작가의 영암 설치미술작업을 통하여 확인해 보도록 하자. 

예술창작의 과정을 통한 아름다운 인간관계 회복과 소통을 주장하는 작가 임옥상은 

긴 시간의 고민 끝에 CABE의 정책과 딱 들어맞는 

공간 재창조 작업을 이미 7년 전에 완성해 냈다. 

그는 우리들 일상의 공간들을 창의적인 상상과 놀이의 공간으로 

새롭게 탄생시키며 공간에 즐거움을 더해 주고 있다. 

그가 하는 공공 예술로써의 ‘설치미술 작업과 퍼포먼스’는 참여하는 

사람들을 창작과정에 직접 개입시킴으로써 창조의 즐거움과 

통합을 통한 화해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 통합이 단순한 공간 내에서의 통합만이 아닌 

마음과 마음으로 주고받는 내적 통합과 연계를 만들어 

사회 전체를 통합하는 하나의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해내도록 자극한다. 

무수한 작품 가운데 아래의 작품이 그 한 예다. 



▶ <사진> 임옥상 작가의 영암 구림마을 / 2000 / 흙, 돌, 감나무 / 

그는 어느 잡지와의 인터뷰 중 이 작품을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는다고 했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그는 미술관을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설치미술 작품을 만들며 그는 그의 주요 화두인 사회통합을 시도했다. 

처음에 그는 다음과 같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영암의 구림마을에  도대체 어떤 예술 작품을 만들면 그곳에 원래부터 

그렇게 딱 잘 어울리는 것 같은 그런 것을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그것이 게서 살아 오랫동안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그 동네의 한 상징처럼 머물게 할 것인가?’

그래서 그 지방에 아주 친숙한 돌과 흙, 

나무를 소재로 찾아와서 놀고 만지고 즐길 수 있는 

놀이 공간으로써의 작품을 구상하여 마을 사람들이 함께 흙을 나르고, 

벽을 쌓고, 막걸리를 들며 자신들의 작업에 의미를 부여하며 작업을 마쳤다고 한다. 

그리고 이 작품은 함께한 마을 사람들이 이를 아껴 잘 보존하면 보존하는 대로, 

그대로 두어 세월에 이지러지면 이지러지는 대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그 마을의 상징공간이 될 수 있는 것이라 했다. 



이렇게 영암 구림마을의 '세월'이라는 작품은 

앞의 김정후 교수가 말한 영국 CABE의 도시 ‘디자인을 위하여’가 목표로 삼고 있는

 ‘공간을 만드는 예술’을 ‘예술로 만드는 공간’으로 

더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실천을 하며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은 시도가 지자체 CEO의 판단에 따라 서로 

그 가치가 다르게 평가되어 아직 시민들의 조용한 행복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다. 

늘 그렇듯이 아이디어는 있다. 

그리고 그것을 리드하는 선각자들도 있다. 

다만 사회의 보편적 정서로 뿌리내리는가 아닌가에 따라 빠르고 더딜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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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아이디어… 연계와 통합의 불일치가 문제

최근 3년간 공공기관 관련 조직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필자가 발견한 것은 

서울시를 비롯하여 각 지자체를 경영하는 CEO의 머릿속을 집요하게 붙잡고 있는 

하나의 공통된 주제였다. 

그것은 “주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을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대국 11위인 대한민국 국민의 삶의 질에 대한 욕구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산업 중심의 ‘개발과 인내의 시대’를 견뎌온 CEO들에게, 

<물질문명 향유의 시대>를 누리고,  다시 <예술 문화 향유의 시대>로 넘어가는 

국민들의 욕구를 채워줄 아이디어는 무엇일까?

 그들에게 시대를 뛰어넘는 미래 도시경영을 할 

아이디어는 어디로부터 와야 할 것인가? 


많은 이들이 공공조직의 폐쇄성을 들어 ‘불가능’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답은 ‘이미 온 미래’이다. 


그들에겐 ‘아이디어가 있다’ 아니 ‘넘친다’는 편이 오히려 맞다.

 내가 경험한 지자체 CEO와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는 정말 대단하다. 

매우 확고하고 분명하게 주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을 창출할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CEO의 생각과 시행결과의 품질에 

엄청난 격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경험이 다른 CEO의 예상과 이를 이행하는 직원 또는 파트너 간의 격차, 

이를 통합해내는 전체 국가 운영상의 ‘연계와 통합’의 불일치가 

만드는 부조화가 우리의 속도와 질을 더디게 만들고, 

투자의 가치가 제대로 빛나 꽃 피우게 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요즘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지자체와 중앙행정부 각 CEO는 

여러 가지 창의적인 방법으로 직원들에게 그 해답을 찾아내길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참으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필자가 운영 중인 '藝感創'에서는 

이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살아 실천되도록 예술 창작 방식으로 시뮬레이션해보며 구체화하는 

예술행정 프로젝트를 컨설팅해오고 있다. 

이는 수준 높은 예술 감각과 창작방식을 통해 정책 이행을 실천하고 

도시행정의 각 요소를 통합 연계하여 성과를 내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다. 



■ 새로운 에너지로 재창조되는 예술 공간 

앞서 예술로 재창조되는 공간에 대해 알아봤다. 그렇다면 예술로 재창조되는 

공간은 어디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답은 도시의 모든 공간이다.

 다만 예술의 형태가 이야기이거나, 

입체 예술인 조각, 설치미술이거나 또는 지하철의 진입을 알리는 소리이거나

 어린이 놀이터이거나 곳곳에 예술 감각을 결합하여 

도시의 미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어제저녁이었다. 강남 대로변을 지나가다 무척 아름다운 건물의 외관 장식을

 발견하여 잠깐 머물렀었다. L손해보험 빌딩이었는데 건물의 1층 외곽을 대형 유리공예 

작품으로 만든 것이 눈에 띄었다. 이 회색 빛 겨울 속에 빛을 받아 영롱히 빛나는 작품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기왕이면 다홍치마, 건물 입구가 그렇게 보기 좋으니 서비스도 무척 친 인간적이고 기분 좋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거리를 향해 아름다운 공간을 할애해 준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런 것이다. 거창한 행사와 이름값이 비싼 작가의 이름으로 시행자의 업적을 빛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감성적 배려와 그를 뒷받침하는 예술 감성을 더한 

업무추진으로 아름다운 공간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이 쓸쓸한 겨울 어느 날 거리를 지나는

 어떤 이의 마음을 잠시 녹여주고, 그래서 마음을 녹인 사람들은 

세상을 향해 긍정으로 열린 생각을 하고, 그것이 만든 아름다움과

 따뜻함이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 내일을 위한 새로운 에너지로 재창조되는 것이다.

이러한 아름다운 도시를 위하여 사회를 리드하고 디자인하는

 공공 조직 속에  다양한 예술체험과 응용모델이 뿌리내리기를 희망해 본다. 


그러한 노력과 시도가 결국 그들 자신의 삶을 

윤택하고 행복해지게 만드는데 우선 기여할 것을 가슴 깊이 바라며.....  

 "Global HR"의 "예술 감성으로 재창조하는 세상"  연재 칼럼 2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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