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와 함께 사이에서.

변화를 받아들이는 시간.

by 두연두윤

대인 관계의 어려움.


요즘 들어 나의 성격이 바뀌었다는 것을 체감한다.


예전보다 더 사람을 어려워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바라던 건 따뜻함을 지닌 성숙함이었는데 지금의 나는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워진 것 같아 조금 혼란스럽다.


그렇지만 이 어려움이 단순히 막막하거나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믿는다. 나 자신을 더 깊이 알게 되며 생겨난 변화이겠지.


나는 스스로가 생각한 것보다 더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대인 관계에 에너지를 쏟는 일이 피곤하게 느껴지고, 그 필요성조차 점점 더 잘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사람 자체는 좋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싫은 건 아니다. 그리고 나는 나름 사람을 대하는 데 능숙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뭐, 주로 윗사람을 대할 때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다만 내 에너지의 총량이 크지 않은 건지, 아니면 대부분의 에너지를 나를 돌보고 발전시키는 데 쓰고 싶어서인지, 이제는 대인관계에 많은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고 느낀다.


여전히 그들은 나에게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으면서도 동시에 허무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남들보다 감정의 흐름을 잘 본다. 타고나길 그렇다.


예전에는 그것이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그 덕분에 내가 아끼는 사람들을 보듬고 챙겨줄 수 있었고, 그것이 나를 성숙한 사람으로 이끌어주는 길이라 여겼다. 그 과정에서 행복도 느꼈다.


그런데 요즘은 그것이 에너지 소모로 느껴질 때가 많은 것 같다. 시간도 아깝고, 피곤하다. 다른 사람을 챙기고 보듬는 시간에 오히려 나를 돌보고 싶은 마음이 불쑥, 그리고 자주 찾아온다.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편안하고, 더 '나답다'라고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쓰는 것조차 아까워하는 내가 있었다. 그 점이 조금, 아니 아주 많이 쓰리다.


가끔 버릇처럼 칭얼대거나, 자기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사람들. 혹은 어리광을 부리는 사람들을 보면 "내가 왜 굳이 그런 사람들의 마음까지 이해해주고 받아줘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며 짜증이 난다. 결국 굳이 이해하려 애쓰지 않게 된다.


또한 그런 사람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이들을 보면 이유 모를 답답함과 짜증이 밀려온다. 아마도 스스로가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반발심일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쉽게 상처 주지 않으려 했는데, 이제는 답답하게 느껴지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차갑게 대하게 된다. 물론 여전히 사람의 귀중함을 알고, 다정하려고 하지만, 예전만큼의 온도로 다가가지 못한다. 이해심과 여유가 많이 줄어든 것이다.


나는 이를 통해 내가 현재 여유가 없는 상태라는 것을 느꼈다.


상대의 가치와 나의 가치가 다르고, 누구나 그 가치를 두는 곳이 다를텐데. 나는 단지 나의 최우선순위가 '스스로의 발전'일뿐인 거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은데. 나는 나의 좁은 시야로 상대를 평가하고 판단하며 한심하다고 여겼다. 이는 다소 미숙한 태도이지 않을까 싶다.


대부분의 사람은 타인을 볼 때 나 자신에게 적용하는 기준을 들이댄다고 한다. 결국 타인에게 차가워진 만큼 스스로에게도 차가워진 사람이 된 것이 아닌지 걱정이 든다.


내가 추구하던 모습은 타인의 말과 행동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언행의 의도를 파악하며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는, 포용력과 여유를 지닌 사람이었는데. 정작 지금의 나는 그와 반대되는 길 위에 서 있는 듯해, 씁쓸하다.


스스로만 그렇게 느낀 줄 알았는데, 며칠 전, 아는 동생의 말에 심장이 철렁했다.


"언니, 작년에 비해 조금 변한 것 같아요."
"응?"
"뭐랄까... 분위기가 변했달까?"
"옷 스타일이 바뀌었나?"
"아니, 그런 의미는 전혀 아니고... 덜 받아주는 느낌? 아무튼 그래요."

특히 어리광 부리는 친구들에게도 차갑게 대하기 시작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나를 좋아하고 신뢰하기에 그러는 것을 잘 알면서도, 너무 잘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차가운 태도를 보일 때가 있다. 고맙고 미안하다.


내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피로는 한국에 다녀온 경험에서 더 선명해졌다. 오랜만에 소중한 이들과 함께하며 분명 행복했지만, 그 시간이 늘 편안한 것만은 아니었다.


얼마 전 한국에 3주 정도 머물렀다. 오랜만에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 즐거웠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프랑스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스쳤다. 누구를 만나도 그들의 기대를 충족하고 무언가를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이 따라붙었고, 그 무게는 특히 가족의 앞에서 더 크게 느껴졌다.


숨을 고르러 간 한국에서, 오히려 답답함을 느꼈다. 나를 사랑하는 가족이 가장 나를 모른다는 사실, 그리고 그 곁이 편하지 않다는 것이 조금 슬펐고, 많은 생각을 하게끔 했다.


주어진 '나'라는 틀에 맞추다 보니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았다. 사실 그들이 요구한 게 아니라, 내 스스로가 만들어낸 강박이었을거라 생각한다.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에, 결국 그 마음이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이어진 건 아닐까.


출국 날, 가족과 헤어진 뒤 게이트를 완전히 지났을 때, 처음으로 눈물이 났다. 늘 당연히 해왔던 입출국이었고, 한 번도 운 적이 없었는데. 어디에도 내 마음 편히 있을 곳이 없다는 생각에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감사하게도 가족은 언제든 돌아오라고 말하지만, 그 길이 정말 나를 위한 길인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프랑스에 남는 것 또한 답은 아닐 것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나의 중심을 찾는 일이 아닐까.


그래서 이 마음을 억지로 밀어내거나 꾸며내지 않고 그냥 지켜보려 한다. 지금의 혼란조차, 결국은 나에게 필요한 시간일지 모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과정을 통해 따뜻함을 잃지 않은 채 성숙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