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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딸 Dec 30. 2019

여행하며 내가 발견한 세 가지 (나의 여행 성장기)

나를 찾는 여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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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나를 찾는 여행이라고 한다.





      내가 부산을 떠나 여행 한 기간을 다 합치면, 아마도 3~4년은 될 것이다. 이쯤 되면 나에 대한 발견을 열 번쯤 하고선 내가 누구인지 파악했어야 했다. 그리고 나만의 여행 스타일이 무엇인지 정도는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여행은 나를 여기저기 데려다 놓고 세상의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직시하게 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

    나의 첫 해외여행은 홍콩이었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 풍족한 예산 그리고 나처럼 맛있는 것을 좋아하던 친구 덕분에 우리의 여행은 ‘맛집 탐방기'가 되었다. 홍콩의 딤섬과 망고주스는 태어나서 처음 경험한 환상의 맛이었다. '해외여행은 전례 없는 미각을 일깨워주는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렸고, 다음 여행을 준비하면서는 맛집 정보 수집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맛집이 1순위였지만 새로운 카메라를 득템 한 후에 사진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맛집을 찾아다니던 내가 빛이 좋아 점심밥 한 끼 굶기를 마다하지 않게 된 것이다. '아마추어들의 사진 여행'이라며 셔터를 연신 눌려댄 수 백의 다작은 아직까지 꺼내 볼 만한 수 십 장의 사진을 남겼고 여행 사진이야말로 오래도록 간직할 추억이자 기억이었다. 내 여행은 여건이나 동반자에 따라 자연스럽게 우선순위가 엎치락뒤치락했다. 



여행하며 '나'를 찾는 방법?


      콘셉트도 달라졌다. '여행은 무계획'이라며 교통편부터 숙소까지 예약도 하지 않고 무작정 떠났었다. 가야 할 곳 없는 해방감은 꽤 상쾌했고 예상치 못한 일들은 나를 웃게 했다. 최근의 콘셉트는 런던 어학연수를 하며 격하게 공감했던 '여행은 살아보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파리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여행 시기에 따라 나의 신분도 변했다. (여름 방학을 맞이한 대학생, 파리 교환학생, 런던 어학연수생, 졸업한 백수, 프랑스 워홀러 등) 이처럼 나는 신세계와 그 속에 유유히 흘러가는 내 모습을 정립하려 했다.

     여행을 하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발견할 수 없었다. '일상'속에서라면 모를까 '여행'을 하면서 그러니까, 누구와 가는지, 어디를 가는지, 심지어는 날씨가 어떤지에 따라 늘 변하는 '나'를 설명하는 것이 가능할까?  

여행에서 설명 가능한 것은 무엇일까?



   하지만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발견하는 것이라면, 여행은 유리하다. 지금까지, 여행을 하며 내가 발견한 것 세 가지 


하나, 아이러니한 내 모습.

    

니스 바닷가
     공간, 사람, 문화나 언어 그리고 '나의 정체성'과 같은 신분이나 나의 '성질과 심성'이 변하는 상황에 놓였다면 그것은 여행 중이라 할 수 있다. 

      나에게 여행은 영구적이고 근본적으로 정의 내리기 어렵고, '내가 어떤 여행을 좋아하는지' 조차도 의심스럽다. '한적함'을 좋아한다고 떠들어대다가도 '북적함'에 열광하는 나의 이중성을 발견할 땐 여간 당황스러운 것이 아니다. 짭조름한 바다 냄새에 나의 마음이 일렁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야시장의 사람들과 음식 냄새가 이색적인 향이 되어 나를 신나게 만든 것은 신기한 일이었다.


둘, 광범위한 감정선을 경험하기 딱 좋은 여행

 

사하라 사막(더위와 추위를 경험하고 난 후,)과 필라투스 산(길 잃기 전)

      여행은 다양하고도 특수한 상황에 나를 데려다 놓고 감정을 느끼게 한다. 나의 여행이 늘 행복과 즐거움만을 선사한 것은 아니다. 해 질 녘 산짐승 출몰 지역인 스위스의 필라투스에서 길을 잃었던 순간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아프리카 사막에서의 찌는 듯한 더위와 밤이 되면 찾아오는 엄청난 추위 속에서는 웃음기가 사라졌었다. 

       하지만 이내 새로운 곳으로 갈 것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것을 알고 있다. 피부로 와 닿는 두려움, 공포, 추위와 열기가 영원히 나를 지배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를 에워싸는 감각과 내 속에 차오르는 감정들 오로지 지금 여기서 이 순간에 충만한 것이다. 

    여행하며 낯설고 당황스러운 감정을 몇 개만이라도 느껴보는 것은 '경험주의'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일련의 경험들이 쌓여서, 갑작스럽게 마주한 순간에 마치 준비된 듯한 역할을 하는 그런 내 모습을 상상을 해본다. 


셋,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한 이유

 

에펠탑 피크닉

   여행은 인구수만큼이나 많은 방법이 존재할뿐더러 하나의 여행이 하나의 목적을 위한 일정한 방향성을 뛰지도 않는다. 나는 미식가가 되었다가, 아마추어 사진가가 될 수 있고 버스 안에서 비 내리는 것을 보고 좋아하다가도 버스에서 내리고선 비를 끔찍하게 싫어할 수 있다. 이처럼 여행 중에 계속해서 변하는 '나'를 마주하게 된다. 여행의 가변성은 이내 사라져 버릴 지금 이 순간, 여기, 그 속의 '나'를 소중하게 만든다. 지금의 나를 발견하는 여행은 가능하다. 이런 여행은 너무나 매력적이지 않은가? 

 

튈르리 정원의 관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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