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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빠 딸 Mar 19. 2020

파리를 떠나 근교로 이사!!

감당하기 힘든 파리의 집 값과 생각보다 괜찮은 일 드 프랑스

       통계상으로 일 드 프랑스에서 파리로 출퇴근하는 사람은 하루 약 4백만 명 정도라 한다. 서울 지하철 하루 이용자가 약 6백만 명 정도니, 엄청난 사람들이 매일 파리로 들어오는 것이다. 멈출 줄 모르고 오르는 파리의 집 값 때문에 파리 사람들은 일 드 프랑스로 밀려나고 있다. 


한때, 내가 파리에 살았던 이유

 


        파리지엥에게는 '이동' 특권이라는 것이 있다. 파리의 도시 면적은 서울의 1/6이다. 한국의 대도시와 달리 크기가 아담한 파리에서는 대부분의 동네를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대중교통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어 metro와 버스, 트렘을 이용한다면 원하는 곳까지 약 2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파리는 박물관, 미술관, 예쁜 카페들과 거리, 공원까지 즐비한 곳이다. 건물 1층엔 아기자기한 상점, 골목엔 옛 스토리를 품은 이야기를 마주하면 예술의 도시, 걷기 좋은 도시 파리를 찬양하게 된다. 파리는 파리니까. 어떤 이유든 전 세계 사람들이 몰려드는 메가 도시다.




   파리에 산다는 것.


       내가 살았던 동네는 파리 안에서도 에펠탑과 멀지 않은 15구다. 이곳은 한식당과 일식당 여러 개와 한인마트까지 있어 어딘가 편안한 동네다. 아시안 동네라 불리는 15구 경계 끝자락에 조그만 내 방이 있다. 월세는 한화 약 180만 원. 침대 한 개와 작은 옷장, 테이블, 소파가 작은 방을 가득 채워 요가매트를 펼 곳은 없다. 주방은 보너스처럼 딸려있는데 청결하지 않아서 열을 이용한 요리는 최대한 피했다. 아침부터 넓은 창문을 무자비하게 쏘아대는 강한 햇빛은 집을 찜질방으로 만들어 놓기 일쑤다. 에어컨은 없고, 철로 된 커튼으로 빛을 차단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남향이지만 햇빛이 스며들 틈을 모두 막아 어두웠고, 아름다운 동네에 있지만 내 방은 열악했다.


    



퐁텐블로 근처로 이사!

      우연히 에어비앤비의 넓~은 공원을 가진 저택 사진을 보게 되었다. 파리 외곽, 일 드 프랑스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이 자연친화적인 집'의 가격은~ 한 달에 130만 원 언저리였다. 햇빛을 적당히 가려줄 나무가 무성한 곳, 집 밖이 온통 녹색인 이 곳은 BOIS LE ROI라는 작은 마을이었다. 


'기차를 타고 30분이면 파리에 갈 수 있네. 이동 시간엔 책도 읽고 노래도 듣고 여유롭게, 풍경도 놓쳐선 안돼!'

 대학생 시절, 집에서 학교까지의 1시간 20분 거리를 통학했던 나는 이런 이유들을 떠올린 후 쉽게 결정을 내렸다. 아마도 사진을 본 순간, 이미 결정을 내렸던 것 같다. 사진 속 영주가 살았을 법한 저택과 퐁텐블로 숲이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마을로 가겠다고.



    결론은 대만족이었다. 일 드 프랑스의 주거 형태는 대부분 메종(주택)이다. BOIS LE ROI는 메종보다 화려한 저택도 볼 수 있다. 북적이는 파리에서 단 30분이면 이 동화 같은 풍경에 살 수 있다니! 놀라웠다. 아파트에서 자란 나에게 이곳은 파리만큼이나 이국적이었다.  잠만 자던 15구 원룸과는 전혀 다른 일상이 펼쳐졌다. 나는 요즘 집에서 요리를 하고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며 하루 종일 보내기도 한다. 어떤 동네에, 어떤 집에 사는가에 따라 나의 일상이 달라진다는 것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일 드 프랑스를 선택하는 파리지엥.


출퇴근 시간의 ST.LAZARE 역

  

     파리의 좋은 동네는 매물이 잘 나오지 않고, 그나마 거래되는 부동산 가격은 어마어마하다. 설상가상으로 해외 투자가들까지 몰려 파리지엥마저 일드프랑스로 밀려나는 상황이 좋다고 할 순 없지만, 파리를 벗어나도 크게 아쉬울 것이 없어 보인다. 어쩔 수 없이 밀려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들은 일 드 프랑스를 '선택'한다. 좀 더 편안한 집을 찾아 일 드 프랑스를 선택했을 것이다. '집'은 오로지 가족들이 시간을 보낼 소중한 공간이다. 그들은 효율적인 파리의 아파트보다 편하고 아늑한 자신만의 메종(주택)을 선호한다. 


     이처럼 선호에 따라 집의 위치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체계적인 교통 시스템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30분이면 파리로 들어갈 수 있고 그 기차를 타기 위해 교통비를 더 많이 내지도 않아도 된다. 파리를 포함한 일 드 프랑스에는 1 존에서 5 존까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권 NAVIGO가 있다. 몇 년 전엔 존이 멀수록 더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 하지만 파리의 집값이 감당하는 것이 힘들어 2 존 3 존으로 밀려가는 사람들에게 교통비를 더 많이 부담하게 하는 것이 불합리적이라 여겨 요금을 통일한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거리와는 상관없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어디든 교통비가 같은 것이다. 


     출퇴근 시간엔 기차가 십 분에 한 대씩 있어 편하다. 파리의 ST.LAZARE , LYON역 등등 주요 역들은 일 드 프랑스와 파리를 오가는 사람들로 인해 출퇴근 시간에는 거의 마비된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기차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Transilien이라는 기차 속에 빼곡히 들어찬 사람들과 온기를 나눈다. 퇴근길 지친 직장인, 시험을 앞두고 공부하는 학생, 역에 데리러 올 남편과 통화하는 여자, 유모차 옆을 지키는 엄마. 피부색, 옷의 색이 다른 이 사람들 속에서 평범함을 느낀다. '어쩌면 우리 모두 닮아있구나'하는 생각은 나를 미소 짓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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