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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수와 삼재

삼재 : 사람이 9년 주기로 맞이하는 세 가지 재난

by 루시

12월을 맞아도 뒤숭숭한 마음은 쉬이 가라앉질 않아,

정신없이 보낸 2024년의 시간들도 덩달아 정리되질 않고 내년엔 나아지려나 막연한 마음만 든다.

미리 토정비결을 봤다.

‘삼재가 끝나 질주할 수 있는 2025년 가만히 있어도 돈이 굴러들어 오는 해.

긍정적인 변화가 많을 것. 업무 관련된 분야에서 성과가 두드러짐.

자신의 직관을 믿되, 타인의 조언도 새겨듣기’

간략히 요약하자면 행복하게 잘 지낼 수 있는 한 해라고 기대해도 될까?

워낙 올해 견디어내기 힘든 일이 큼지막하게 주어져서인지, 무슨 일이 생겨도 올해보다는 나을 것 같긴 하지만.


쌓여있는 문제의 해결 방법이 마땅치 않은데,

주변 상황도 여의치 않고,

스트레스만 계속 쌓일 때면

그 탓을 불가항력의 어떤 것으로 돌리고 싶어 진다.

사실 문제의 원인은 나에게 있지 않으니 내가 뭘 잘못했기에? 하고 되물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러니 내가 재수가 없는 이유는 내 탓이 아니며,

그저 인생의 기복이 조금 심해질 때가 있다고 정해놓고,

올해가 좀 그런 해다. 그러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가짐으로 견디어라.

하는 뜻도 될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나도 깃발이 나부끼는 신당에 찾아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물어보거나

누구에게라도 맞을 것 같은 오늘의 운세에 눈길을 주게 될 것이다.

뭔가가 불안하다면 확신을 얻고, 통제감을 회복하기 위해 무언가를 그러잡을 것이 필요한 법이니까.


다시 또 저 토정비결을 찬찬히 읽어본다.

역시나 시간이 흐르면 힘들고 괴로웠던 일은 무디어지고, 해결되기도 하면서

나는 더욱 단단해질 것이고,

지금보다는 나아질 테니 당연히 긍정적인 변화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일하다 막히면 누군가에게 질문하게 될 것이므로 타인의 조언은 언제나 필요하지.


왜 나쁜 일은 이렇게 한꺼번에 몰려오는 거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들면서도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최악의 여름을 보냈다.

회사에서 일에 얽힌 법률적 문제 하나,

하나뿐인 피붙이의 가정뿐 아니라 나까지 뒤흔들어버린 건강문제 하나,

그리고 돈문제.

지옥 같았다.

그렇지만 죽고 싶진 않았다.

그 와중에도 나는 일상을 지키려 애썼고, 하던 것을 계속했으며,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내려고 발버둥 쳤다.

그러고는 지쳐 쓰러지듯 잠들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올해 나는 계획했던 일 중에서 많은 것을 성공했고, 이루었다.

올해가 되면서 열 가지의 목표를 세웠는데, 얼마만큼인지 확인해 보자.

이제 자아비판의 시간이다.

그 이유는 올해보다 나은 내년을 위한 삶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함이다.

라고 스스로에게 세뇌를 시킨다.

하지만 속뜻은 ‘그래도 이만큼이나 해내었네. 잘했구나. 고생했어.’하며 토닥여주고 싶은 거다.


내가 쓴 글에 상을 주겠다는 예상치 못한 문자를 받았다.

사람으로 인한 갈등과 불평불만을 내용으로 한 글이었고,

다른 이를 비난하지 않으려 애썼다.

‘잘 견디었네. 계속해봐' 하고 격려하고, 위로해 주는 거라 믿고 싶어 진다.


오늘도 변함없이 오늘을 살고,

지친 밤을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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