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 모녀의 후쿠오카 여행기1

by 연두

20년 만에 일본여행이다. 후쿠오카 공항은 인천공항에 비하면 아담하고 작았지만 깨끗했다. 출국심사를 마치고 출구로 나왔는데 한국보다 춥지 않았다. 공항에서 지하철을 타러 나가기 위해 안내소로 가니 한국어 단어 조합으로 한국사람이냐고 물어보고 손바닥 만한 반만 한 핫팩을 선물로 준다. 핫팩의 포장지 안에는 후쿠오카에서 유명한 음식들이 손그림으로 그려져 있었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불과 몇 정거장 가지 않고 숙소가 있는 하카타역에 도착했다. 타지에서는 역시나 구글맵과 영혼의 단짝이 되어 버린다. 구글양이 분명히 골목 안쪽으로 들어오라고 했는데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폰을 들고 큰길 쪽으로 나갔다. 그제야 화살표가 움직인다. 그 사이에 딸아이는 귀마개를 잃어버렸다. 진정 낯선 나라에 온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자그마한 건물의 숙소에 도착했다. 더블침대가 삼면이 벽과 붙어 있는 걸 보니 일본의 비즈니스 숙소답다. 캐리어 두 개를 공중부양 시켜야 할 판이다. 작은 캐리어는 책상 위에 중간사이즈는 화장대 의자에 걸쳐 놓아서 지나다닐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남은 하루를 어영부영 보내지 말고 어디든 가야겠다는 생각에 후쿠오카 타워부터 예약했다. 저녁까지 시간이 남았다. 딸이 돈키호테에 가보고 싶다고 한다. 그게 뭘까? 이름이 왜 돈키호테지? 돈키호테의 존재도 모른 채 따라나섰다.


후쿠오카는 보이는 곳마다 쇼핑몰이 있다. 그 와중에 돈키호테는 최절정 쇼핑몰이었다. 매층마다 눈이 돌아갈 것 같다. 주변에서 중국어와 한국어가 들려오고 사람들은 물건을 쓸어 담듯 바구니를 채우고 있다. 왠지 그 분위기를 타고 뭐든 사야 할 것 같았다. 사라졌던 딸이 무언가를 잔뜩 들고 온다. 손에는 커다란 젤리 3 봉지와 간장, 희한한 과자와 알 수 없는 것들이 들려있다.


아, 아 이것은 인간젤리가 되겠다는 것인가라고 생각했지만 어정쩡한 미소로 계산을 했다. 돈키호테 블랙홀을 빨리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잠깐 있었던 거 같은데 시간이 훌쩍 갔다.


후쿠오카 타워에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야 했다. 문제는 동전이나 버스카드를 이용해야 하는데 버스카드를 파는 데가 없었다. 시간이 늦어져 일단 버스에 탔다. 승차할 때 종이티켓을 뽑고 목적지마다 다른 요금을 내는 시스템인 것 같다. 지폐는 버스기사님 옆에 동전교환기에서 바꾸어 내면 된다는데 소심한 모녀는 그럴 용기가 없었다. 잔돈을 받지 못하고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 요금과 씨름하느라 패딩 안쪽에 열기가 가득하다.


주변에 오가는 택시를 보니 몇십 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다. 어릴 때 아빠가 저런 차를 타셨던 기억이 난다. 택시 기사님 머리가 백발이다. 이곳의 택시는 기사님만큼이나 나이가 들었다. 쇼핑천국 속에 아날로그 택시라니 어울리지 않는 듯 어울린다. 버스 안에 동전수납, 30년은 되어 보이는 택시, 많은 것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것에 눈길이 간다. 과거와 현재가 공전하는 곳, 후쿠오카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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