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인사이터 '인문학과 자기경영' - 영화 <버닝>, <소공녀> 벙개
지난 인사이터 16기에는 인문학과 자기경영 Deep Dive 클래스가 열렸었습니다. 그리고 9월 어느날 7번의 수업 중 한 번은 북촌마을의 어떤 고즈넉한 게스트하우스를 빌려 함께 영화 <버닝>을 보았습니다.
* 17기에도 물론 인문학과 자기경영이 열립니다
그 때의 공간, 그 때의 공기, 그 때의 대화, 그 때의 사람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낯설고, 새롭지만 정말로 좋은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다녀온 직후 바로 기록으로 남기고자 했으나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서야 타자에 손을 옮깁니다. 인문학과 자기경영 클래스의 목표는 '내 안의 대체불가능성'을 인문학을 베이스로 깨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간 다양한 서적을 읽고, 다양한 토론을 나눠왔습니다 (이전에 나눴던 이야기 : https://brunch.co.kr/@bellrings/15/write )
수업의 커리큘럼으로 배치되어 있는 <왜 우리는 무기력을 반복하는가>, <길들여지지 않기>, <고민하는 힘>, <초인수업>등의 책들은 평소 비즈니스 이슈나 트렌드에만 관심이 많던 저에겐 읽지 않았던 새로운 결의 책들이었고, 이 기회를 빌어 저의 우뇌적(?)감성과 현재 Death Valley(?)에 있는 저에게 주옥같은 책들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날도 수업의 일환으로서 커리큘럼과 연결되어 있는 영화 <버닝>을 함께 보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여름과 가을 사이의 온도와 공기, 고즈넉한 북촌 한옥마을의 공간이 주는 편안함은 영화를 보기 전부터 우리를 기분 좋게 해주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위해 피맥으로 배를 채우고, 우리는 와인과 함께 영화를 야외에서 보기 위해 빔을 세팅합니다.
드디어 모든 세팅이 완료되고, 우리는 함께 영화를 봅니다.
영화 <버닝>은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서, 배우 유아인과 스티븐 연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입니다.
간략한 줄거리를 공유하면,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는 배달을 갔다가 어릴 적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해미를 만나고, 그녀에게서 아프리카 여행을 간 동안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를 돌봐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여행에서 돌아온 해미는 아프리카에서 만난 벤(스티븐 연)이라는 정체불명의 남자를 종수에게 소개한다.어느 날 벤은 해미와 함께 종수의 집으로 찾아와 자신의 비밀스러운 취미에 대해 고백한다. 그때부터 종수는 무서운 예감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라고, 네이버가 이야기하네요. 그런데 영화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스토리는 일종의 '맥거핀'이었습니다. 나중에 영화를 보고 한우 마스터님의 설명을 듣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2시간의 영화관람 후, 사실 '기의'가 있다는 사실은 알았습니다. 메타포와 상징으로 보이는 말과 제스쳐들이 영화안에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Little Hunger' / 'Great Hunger' 등등 반복되는 키워드도 많았고,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과 몸짓들도 영화에 많이 노출되어, 영화 겉면의 '스릴러'가 다는 아님을 알았습니다. 더불어 이 수업 자체가 '인문학과 자기경영'이기 때문에 수업과의 연관성을 생각해도 분명 이 영화의 '스릴러적인 요소'를 즐기기 위해 우리가 이렇게 모여 함께 관람한 것은 아님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전 이 영화의 런닝타임이 끝난 순간 혼란스러웠습니다. '기의'가 있다는 사실만 알 뿐, 그 '기의'가 무엇인지 감이 오질 않았기 때문이죠. 다양한 키워드들과 이해되지 않는 장면들이 복잡하게 머릿속에 얽혀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토론하면서 비단 저만 그런 느낌을 가진게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화 <버닝>을 보고.
Master Question
'영화를 보니 느낌이 어때요?'
(N) 기본적으로 ‘누가 범인이지’하는 생각을 하며 영화를 봤던 것 같습니다. 보통 스릴러 영화에서 다양한 단서를 통해 범인에 대한 추격을 좁혀가듯이 벤이 범인이라는 심증과 단서가 영화 중간중간에 튀어나오면서, 벤이 범인이라는 확신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 영화는 범인을 쫓는 스릴러로 설명하기엔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남산이라던가, 벤의 알 듯 모를듯한 웃음이라던가, 혜미의 춤이라던가, 종수가 벤을 죽이고, 옷을 다 벗은 상태로 운전을 한다던가 하는 장면들은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은 그 의미에 대한 단초를 찾지 못해 혼란스럽네요(웃음).
(J) 저도 사실 혼란스럽습니다. 영화에서 자주 언급되는 말과 행동들이 이 영화의 메시지인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 ‘Little Hunger’ / ‘Great Hunger’ 이 키워드의 메타포인 주인공들의 캐릭터, 남산타워 등등. 그리고 영화의 아웃트로에서 벤을 태워 죽이는 장면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인 것 같습니다. 제목이 버닝이니까. 그런데 사실 이 메시지들이 아직은 하나로 모이지 않네요. 혼란스럽네요(웃음)
▶ 마스터 코멘트
(웃음)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반응이에요. 저는 처음 이 영화를 보고, 와이프와 세시간이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너무 좋았거든요. 얼마나 좋았냐 하면, 바로 다음날 영화관에 가서 또 볼 정도였으니까요. 저는 이번이 4번째입니다. 그런데도 좋네요. 사실 <버닝>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현대예술 면모가 이 영화에도 많이 내포되어 있는데 대표적으로 ‘다의성’입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의 겉면을 둘러싼 ‘누가 혜미를 살인했는가’와 같은 스릴러는 맥거핀입니다. 스릴러라는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 맥거핀 ? 히치콕 감독이 영화에서 극적인 줄거리를 역동적으로 전개시키기 위해 사용한 이래 보편화된 용어로, 관객이 줄거리를 따라잡지 못하게 하는 히치콕식 속임수 장치를 말한다.
즉,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관객을 의문에 빠트리거나 긴장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사건, 상황, 인물, 소품을 지칭하는 것으로 맥거핀으로 쓰이는 소재를 미리 보여주고 관객의 자발적인 추리 행태를 통해 서스펜스를 유도
진짜 스토리와 메시지는 영화 중간중간의 다양한 레이어로 촘촘히 쌓여 있습니다. 어떤 레이어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스토리는 정말 다양하게 풀릴 수 있죠. 현대 예술의 가장 큰 특징중에 하나는 바로 이 ‘다의성’입니다. 어떤 관점과 시각으로 누가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오로지 제 생각임을 감안하시고, 제가 봤던 레이어들을 보면, 우선 남산타워입니다. 종수는 이상하게도 혜미의 방에서 남산타워의 유리창에 반사되어 혜미방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보고 ‘자위’를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 중 종수가 벤을 대하는 태도를 떠올려보면 힌트가 있습니다. 젋으면서도 잘생기고, 부자이며 여유로운 벤을 종수(유아인)가 시기하고, 부러워하고, 열등감을 느끼는 듯한 장면이 많습니다. 종수는 결국 벤의 부유함이 부러운 거죠. 사실 자본주의에 사는 대부분의 우리는 종수와 비슷합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하고, 더 좋은 차를 사고 싶어하죠.
그런데 영화에서는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집니다. ‘정말 ‘돈’이 너가 원하는게 맞아? 사회의 기준이나 남들의 욕망이 아니고?’ 철학자 라깡도 이렇게 말한 바 있죠.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말이죠.
혜미의 방에 들어오는 햇빛도 사실은 직접적으로 내리쬐는 햇빛이 아니라, 남산타워를 통해 반사되어 들어오는 빛입니다. 일종의 메타포인데, 결국 이 빛이 직접적인 종수의 욕망과 꿈이 아니라 타자의 시선과 욕구 혹은 사회적 시선과 기준일 수 있다는 말이죠. 남산타워에 반사되어 들어오는 빛을 바라보며 '자위'(Mastervation) 하는 종수는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며, 일종의 '자위'(自慰. 스스로를 위안)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부자이고, 남부러울 것 없는 벤은 외려 종수를 선망하는 듯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종수가 좋아하는 책을 어느 순간 읽고 있는 장면이라던가, 종수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과 웃음이라던가. 벤에게 없는 것이 작기지망생인 종수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어찌보면 벤은 혜미에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종수에게 관심이 외려 더 많아 보입니다. 더불어 벤은 많은 순간순간 삶을 지루해 합니다. 친구들과 모여있을 때 하품 하는 장면은 그의 지루함을 대변하기도 하죠.
이 외에도 영화 중 쌓여있는 레이어와 메타포는 굉장히 많습니다. 많은 요소와 대사들이 모두 메타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느낄 혼란스러움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평론가들에게 찬사를 받고, 이 영화가 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연유이기도 하죠.
결국 이 영화의 스릴러적인 면모 (‘혜미를 누가 죽였을까’)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간에 벤에게 종수가 하는 대사중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이제 알 것 같아요. 혜미는 중요하지 않아요’ 라고.
저는 영화 <버닝>이 걸작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프랑스 영화를 보고 나서 탄성을 자아냈던 감탄이 우리나라 영화사에서도 탄생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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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이야기와 내용은 너무 길어 중략.. )
우리는 북촌 한옥마을에서 영화 <버닝>을 보기 전 미리 각자 집에서 영화 <소공녀>를 보고 오기로 했습니다.
영화 <소공녀>는 영화 버닝에 비해 상대적으로 굉장히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었습니다.
스토리를 간략히 공유하면
하루 한 잔의 위스키와 한 모금의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남자친구만 있다면 더 바라는 것이 없는 3년 차 프로 가사도우미 ‘미소’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욕심도, 바람도, 꿈도 크게 없죠. 현재 그녀가 하는 가사도우미 일에도 만족해 하며 삶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미소는 결국 돈이 없어, 결국 집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그녀가 좋아하는 것들 (위스키한잔, 담배 등)을 포기하면 월세방을 살아갈 수 있지만, 그녀는 좋아하는 것들을 하기 위해 과감히 집을 포기하고, 친구들 집에 얹혀 살며 가사일을 해줍니다.
영화 <소공녀>을 보고.
Master Question
'영화 <소공녀>는 여러분들에게 어떤 느낌을 주었나요?'
(Y) 영화 <소공녀>도 굉장히 재밌게 보았습니다. 짜릿했던 순간은 미소가 본인이 좋아하는 담배와 위스키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집을 포기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감히 누가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을까요. 사회적 시선과 기준에서 완전히 벗어난 미소야 말로 <초인수업>에서 니체가 말하는 ‘초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N) 그런데 저는 미소가 뻔뻔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어떤 부잣집에 얹혀 사는 장면에서 언니라는 사람이 ‘뻔뻔하다고 비난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저는 미소가 불쌍하다고 생각되기보다, 그 비난하는 사람의 마음에 더 공감이 가더라구요.
(H) 영화에서 흰머리가 나는 병을 설정한 이유는 잘 이해가 안갔어요. 영화 <버닝>에 비해 영화<소공녀>는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상대적으로 굉장히 명확하고, 우리가 그 동안 읽은 인문학 서적 덕분인지는 몰라도 쏙쏙 이해가 잘 되었는데, 흰머리가 가지고 있는 상징이나 메타포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 마스터 코멘트
네. 모두가 느끼시다시피 영화 <소공녀>의 주인공 미소는 확실히 사회적 시선과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어요. 다음 커리큘럼에서 우리가 다루는 책이 <초인수업>인데 니체가 말하는 ‘초인’에 가까운 사람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대해선 다음 시간에 우리가 나눌 풍성한 이야기와 여운을 위해 남겨두기로 하죠. 오늘 덕분에 운치있게 영화봐서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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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님 말씀대로, 마지막 시간에 우리는 영화 <소공녀>와 <버닝>이 가지고 있는 기의에 대해 심도있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가 이 날 가졌던 시간들은 세 가지 포인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게 1박 2일의 북촌 한옥에서의 영화는 단순히 이 워딩을 설명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시작할 때 이야기 드렸다시피, 이 한옥이 가지고 있는 고즈넉한 분위기, 도시와 차단된 느낌의 자유로움, 줄곧 따뜻하게 비춰주었던 조명의 온도, 좋은 사람들과의 너무 멋진 대화들, 좋은 영화, 훌륭한 인생 선배, 여름과 가을 사이의 딱 좋은 공기와 냄새들이 한데 모여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운치가 되었고, 제게 있어 오랜만에 느끼는 행복이었습니다. 인사이터는 사업이고 일이지만, 이런 순간들은 그저 저에게 힐링일 뿐이었습니다. 함께한 다른 이들의 표정에서도 저와 같은 느낌을 느낄 수 있어, 더 없이 좋았던 시간이었네요.
토론을 마치고 한 멤버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멤버의 말에 저도 깊이 공감했던 기억이 아닙니다. 영화를 볼 때는 미처 몰랐던 기의나 맥락을 한우 마스터님의 설명을 듣고 깨달았을 때, 해설을 통해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은 느낌이 들었을 때 저는 한우 마스터님의 시선과 생각이 부러웠습니다.
(N) 저는 이 수업을 들으면서 고민 하나가 생겼습니다. 영화 버닝을 보고 들었던 생각은 다른 분들처럼 ‘이 영화 대체 뭐지?’였습니다.
저에겐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고, 난해한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우 이사님의 영화에 대한 해설을 들으니 ‘아~!’하고 깨닫는 게 많고,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놀라왔던 건 어떻게 이런 시각과 생각까지 하면서 이 영화를 볼 수 있을까 하는 존경과 놀라움이었어요.
이번 ‘인문학과 자기경영’ 클래스를 통해 정말 다양한 인문학서적과 영화를 보았는데 여전히 저는 (당연한 것이겠지만) 한우 마스터님처럼 생각할 능력이 아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인풋 대비 아웃풋을 뽑고 싶은데, 마스터님처럼 생각하고 볼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저도 궁금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인문학적 시선과 감수성으로 영화를 느낄 수 있지 ? 남들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어떻게 이렇게 보고 생각하고 해석할 수 있지?'그에 대해 한우 마스터님은 이렇게 답해 주셨습니
다.
▶ 마스터 코멘트
인문학과 통찰은 경영학의 ROI관점으로 생각하면 안될 것 같아요. 단기적인 학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 오래 접하고, 읽고, 보고, 느끼고, 생각하며 익숙해져야 어느 순간 아웃풋이 쏟아지는 학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전공이 인문학이다 보니 주변에 이러한 얘기를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이 운이 좋게도 많아요. N씨도 주변에 이러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을 사귀고, 어울리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 주위에도 이러한 인문학적인 소양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물론 본인 스스로도 그런 소양이 없어 그렇겠지만) 이번 '인문학과 자기경영' 클래스를 통해 한우 이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좋은 사람들과 이러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가슴속 깊이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영화 <소공녀>의 미소는 저에겐, 아마 다른 이들이 보기에도 대단한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미래가 아닌 오롯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를 보며, 저는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들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스스로 답을 찾다보니 문득 깨달은 것은 평소에 일에 치여, 목표를 위해 달리느라 볼 수 없었던 진짜 중요한 생각들이었습니다. 진짜 중요한 고민과 내 인생의 Key Question들을 찾은 느낌이 들었던 거죠.
나도 미소처럼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남들이 보기에 미소보다 나은 삶을 살아간다 한들, 내가 나의 삶을 보기에도 더 나을까?
나는 그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은 아닐까?
스스로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생각했던 것 또한 큰 틀에서 사회적 시선을 충족하고 싶음이지 않을까?
지금 내가 바라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이 삶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일까?
영화 <버닝>을 보면서도 마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벤과 종수에 저를 자연스레 투영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삶과 나의 삶을 빗대며,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저는 종수도 되어 보기도 하고, 벤도 되어 보았습니다.
나는 벤이 되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종수가 되고 싶은 것일까?
꿈이 없는 벤이 좋을까, 꿈이 있는 종수가 좋을까?
돈이 없어도, 종수처럼 살면 행복할 수 있을까?
혜미는 어떻게 그렇게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도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내가 사는 '지금과 같은 삶의 종착지'는 벤처럼 '지루함'이면 어떡하지?
평소 저는 '이 목표를 어떻게 이뤄야 하지?', '어떻게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지?', '현재에 어떻게 해야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지?'와 같은 질문과 고민으로 시간을 보냈는데, 그 보다 먼저 더 중요한 질문들이 있음을 이 시간들을 통해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인문학적 소양과 감수성, 통찰임을 깨달았습니다.
영화를 보며 우리 사회속에 우리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우리는 거의 갖지 못합니다. 아마 평생 이런 시간을 가져보지 못한 사람도 있으리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회적 기준이 아닌, 스스로의 본질에 대해 깊이 통찰할 기회와 시간 없이, 그저 사회적 기준과 시선에 맞추느라 삶을 낭비하며 죽어가는 사람들이 훨씬 많겠다는 생각 말입니다. 이 수업의 본질이 '비즈니스 이전에, 자기세우기'인데 이 토론 클럽을 인사이터에서 할수 있음에, 내가 인사이터를 운영한다는 이유로 이런 기회를 쉽게 가질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다음 연재는 우리가 했던 마지막 수업 내용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 스스로에 대해 요즘 고민되고, 방황하는 시간이 많은 '생각하는 밤'이 많은, 이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 비즈니스 토론 클럽 인사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