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택 Dec 17. 2018

컬처코드 (Culture Code)발견하기

PT 크루저는 어떻게 미국인들의 마음을 훔쳤을까 

2000 년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내놓은 자동차. 복고풍 스테이션 웨건 자동차, PT 크루저. 


이 차의 탄생배경은 조금 특이했습니다. 크라이슬러는 사람들이 자동차에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신형 자동차 출시에 앞서 인류학자,클로테르 라파이유에게 의뢰해 자동차에 대한 미국 소비자의 무의식적 욕구를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미국 소비자들의 공통된 경험을 발견했습니다. 


미국 사람들은 머스탱이나 비틀 같은 ‘독특한 자동차’에 대한 동경’과 처음 자동차 열쇠를 받았을 때의 ‘떨리는 해방감’을 갖고 있었던 것이었죠. 이를 바탕으로 크라이슬러는 컨셉을 독특하면서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차로 잡고 디자인을 변경했습니다.

 

마치 알 카포네 같은 갱이 타던 옛날 자동차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PT 크루저는 5년간 100만 대를 팔아치우는 대박을 이뤄냈습니다 


이 이야기는 도서 <컬처코드>에 나온 사례입니다. 저자 클로테르 라파이유는 사람들의 컬처코드를 이해해야만 비즈니스를 성공시킬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책의 내용중 그가 소개한 컬쳐코드를 발견하는 5가지 원칙을 PT크루저를 사례로 공유합니다. 




원칙 1. 사람들의 말을 믿지 마라 

 


컬처 코드를 발견하는 가장 첫 번째 원칙은 사람들의 진심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말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질문을 받을 때 진짜 본인의 생각이 아니라 질문자가 원하는 답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그들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채 이뤄지며, 그들은 본인이 답하는 질문을 실제 본인 생각이라고 믿습니다. 질문에 답할 때 감정이나 본능보다 지성을 관장하는 대뇌피질이 먼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질문을 받으면 깊이 생각하고 검토해서 답변을 내놓습니다. 


클로테르 라파이유는 이를 알고, 사람들에게 질문을 할 때 그 스스로를 외계에서 온 사람처럼 ‘이방인’으로서 질문을 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완전히 문외한이어서 어떤 제품의 작동 방법이나 매력 또는 그 상품이 불러일으키는 감정등을 이해하려면 당신 도움이 필요합니. 당신은 커피를 어떻게 다룹니까?’ 하는 식입니다. 

연구와 질의응답 회차가 늘어가면서 그는 참가자들을 마루에 베개를 베고 누워 편안한 음악을 듣게 하는데, 이때 사람들은 진심을 말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소위 그들의 답변이 본능에 의해서만 나올 수 있도록 환경적으로 ‘파충류의 뇌’를 만든다는 것이죠. 


PT크루저 적용

그는 이 작업을 통해 사람들 본인도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동차에 대한 생각들을 읽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1964년식 머스탱과 폭스바겐의 비틀 등 과거에 생산된 독특한 자동차에 대한 기억들, 처음 자동차 열쇠를 쥐었을 때의 해방감, 자동차 뒷자석에서 처음 성적 경험을 했을 때의 수줍은 고백 등등. 그는 미국인들이 자동차에 대해 원하는 것은 자유와 관능적인 경험임을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PT크루저는 연비 안정성 등 기계성능에서는 뛰어나지 않았지만, 독특하고 도전적이며 섹시했습니다.  
 
 

원칙 2. 감정은 학습에 필요한 이미지다 




그는 ‘감정’이야말로 학습의 열쇠이자 각인의 열쇠라고 말합니다. 감정이 강할수록, 경험도 명확하게 습득됩니다. 저자 본인은 영어 ‘Watch Out’이라는 단어를 잊지 못합니다. 과거 영어를 잘 못할 때 연단에 섰을 때의 기억때문입니다. 당시 한 학생이 연단에 서있는 본인을 보고 ‘Watch Out’이라고 외쳤습니다. 그런데 영어를 잘 못했던 그는 당시 밖을 보라는 의미인줄 알았는데 그 강의실은 창문조차 없었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천장의 한 부분이 머리위로 떨어졌고, 결국 병원 신세를 지게 됩니다. 그는 그 때의 기억 때문에 Watch Out이 ‘조심하라’라는 뜻임을 잊지 못하게 되었고, 지금도 누군가 그렇게 외치면 천장을 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PT크루저 적용

그는 사람들에게 맨 처음 자동차를 운전하게 된 순간을 이야기해보라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처음 운전을 하게 된 순간이 그들의 인생이 시작된 것처럼 말하곤 했습니다. 자동차에 대한 그들의 감정이 얼마나 강렬한지 짐작할 수 있는 순간이었죠. 


그래서 피티크루저는 사람들에게 강렬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차가 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게 됩니다. 독특한 개성을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였죠. 그래서 그는 이를 위해 ‘알 카포네’가 몰고 다녀서 유명해진 갱단의 자동차의 이미지를 PT 크루저에 부여합니다. 



원칙 3. 내용이 아닌 구조가 메시지다 




사람들의 행동의 배후에 있는 참된 의미를 찾아내는 열쇠는 구조를 이해하는데 있습니다. 

저자는 어떤 경우이든 사람의 행동에 세 가지 독특한 구조가 있다고 말합니다. 첫번째는 유전자(DNA), 그리고 문화이며 나머지 하나는 개체입니다. DNA는 말 그대로 유전적 특성을 이야기하고, 문화는 언어와 예술, 거주지, 역사 등에 의한 행동양식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개체는 인간 안에 내재된 무한한 다양성을 의미합니다. 일란성 쌍둥이조차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것처럼 제각각 처해있는 환경에 따라 다른 관점과 생각을 가지고 그 사람 본연만의 다양성을 갖춘다는 이야기죠 


PT크루저 적용 


그는 참가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 참가자는 스포츠카를 말하는 동안 다른 한 사람은 가족용 세단형 자동차에 대해 이야기했고, 또 다른 이는 1950년식 패커드를 그리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의 내용은 그다지 중요치 않았습니다. 하나의 줄기를 하지는 ‘구조’가 중요했죠. 그는 중요한 것은 운전자와 자동차의 관계, 운전경험과 그에 따른 감정의 관계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미국인의 강한 정체성이 자동차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으며, 피티크루저에 미국인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원칙 4. 각인의 시기가 다르면, 의미가 다르다 




우리 대부분은 7세까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물의 의미를 각인합니다. 

미국인들은 ‘땅콩버터’에서 감정적인 강인을 강하게 받습니다. 그들은 어릴 때 어머니가 땅콩버터를 바른 샌드위치를 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땅콩버터를 보면 어머니의 사랑과 보살핌을 연상하는 것이죠. 
 
미국의 아이들은 자동차와 연관된 감동을 각인하고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부모가 흥분된 모습으로 새차를 몰고 집으로 왔던 일, 주말에 가족과 함께 드라이브를 하며 느꼈던 행복과 유대감, 스포츠카를 처음 탔을 때 가슴 떨렸던 경험 등을 끊임없이 토로했습니다 


 PT크루저 적용 

이러한 어렸을 적 각인이 자동차를 구매하는 시기에도 무의식적으로 작용하는 것이죠. 피티 크루저의 독특함은 그러한 면에서 미국인들에게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었으며 기꺼이 지갑이 열리게 만들었습니다. 




원칙 5. 문화가 다르면 코드도 다르다.



문화가 다르면 사람들이 느끼는 코드도 다릅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와 미국은 ‘치즈’에 대해 느끼는 코드가 다릅니다. 치즈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생각은 ‘살아있음’이지만 미국에선 ‘죽음’입니다. 프랑스 인들은 치즈를 선택해 저장하는 방식이 독특합니다. 치즈가게에 들어가 치즈를 찔러보거나 냄새를 맡아 숙성정도를 알아보고, 집에 들고온 치즈를 유리덮개(공기도 통하고 곤충도 막을 수 있는 작은 구멍이 뚫린 덮개)로 덮어 실온에서 보관합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저온살균법을 통해 치즈를 죽입니다. 합성수지 용기에 미리 포장되어 있는 치즈 덩어리를 골라 밀폐 포장된 상태에서 저장하는 것이죠. 프랑스인은 식품의 안정성보다는 맛에 훨씬 더 관심이 많은 반면, 미국인들은 식품 안정성에 관심을 두기 때문입니다. 


PT크루저 적용

저자는 수백개의 참가자 이야기들을 통해 미국인의 자동차에 대한 코드가 ‘개성(IDENTITY)’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다른 종류의 차들과 분명하게 구분되는 독특한 자동차를 원합니다. 그리고 일요일의 드라이브와 처음 운전석에 앉았을 때 느겼던 해방감, 젊음의 열정으로 가슴설레던 일 등을 떠올리게 하는 자동차를 원합니다. 


독일인의 자동차에 대한 코드가 ‘엔진’임을 감안하면 미국인들의 이러한 코드가 보편적인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결국 문화권마다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코드를 읽어야만 비즈니스를 성공시킬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문화권이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그 문화권내의 세대에 따라 성별에 따라서도 다른 코드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결국 이 코드를 관찰하고, 본인의 비즈니스에 녹이는 일은 숙명과도 같습니다.  


그 어떤 경영자보다 인문학을 중시했던 스티브잡스는, “애플의 창의적인 정보기술(IT) 제품은 애플이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서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히든 니즈를 발견하고, 우리서비스만의 어떤 독특한 개성으로 긍정적인 감정과 각인을 불러일으킬 것인지 구조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어렸을 적 그들이 갖고 있던 ‘각인’은 삶 전체의 무의식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이를 알아내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가장 큰 관심사중 하나는 '인문학적 감각'과 '비즈니스에서의 활용'입니다. 그래서 현재 운영중인 비즈니스 토론 클럽, 인사이터에서는 이번 17기부터 Deep Dive <비즈니스 인문학> 모임을 열었습니다.

우리는 해당 내용인 '컬처 코드'뿐만 아니라, 인문학을 어떻게 비즈니스에 적용할지에 대해 함께 독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10년동안 사업을 영위하며 동시에 인문학 박사이신 한우 마스터님이 해당 모임의 나침반이 되어 주시기에,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토론하며 해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저와 같이 인문학의 비즈니스 활용에 있어 관심이 많은 분들은 인사이터 18기 모집시 참조하세요 

https://insight-er.co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