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하면서 내가 느낀 힘듦과 고통, 어려움
오늘은 스타트업 마케팅, MVP와 같은 경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최근 느껴왔던 감정의 실타래들을 이곳에 log처럼 남기고 싶다. 나같이 힘든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며 치유하고 싶고, 나중엔 이 실타래마저 모두 다 풀리고,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맞겠다. '마음처럼 되는 게 하나도 없다'
브런치에 문장으로 남기고 싶은 Tag들은 수두룩하다.
# 잘난 듯이 MVP TEST를 하고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MVP TEST를 위한 유저 자체의 모수를 모으는 것 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 디자이너를 구할 때 디자이너의 디자인 아웃풋이 '와 ~ 대박이다!'라고 외칠 정도로 좋았음 하지만 늘 기대이하의 수준이다.
# 늘 팀원들을 다독이며, 그들이 내가 믿고 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믿고 따라와주길 바라지만, 무언갈 할 때마다 그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조차 감정과 에너지가 너무나 소모된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 IR을 최종 4차 라운드까지 갔지만 결국 마음처럼 최종팀에 선정되지 못했다.
# 기대시간보다 2달이나 지연되서 프로토타입 사이트가 만들어졌지만 그 마저도 유저들을 모으는 것이 쉽진 않다.
# 개발자들은 알아서 일정에 맞춰 개발해줄 것 같지만 그들만의 이유와 사정으로 늘 일정은 딜레이된다.
# 기꺼이 도와주려는 사람은 생각처럼 많지 않다.
일정의 한결같은 딜레이, 상대방의 믿어 주지 못하는 마음, 생각보다 도와주지 않는 마음, 아웃풋은 늘 기대 이하, 생각처럼 안되는 Process, 계속 벌이 없이 새어나가는 돈의 압박... 스타트업을 만들어 경영해 나간다는 것은 이러한 마음의 작기도 하고 크기도 한 흠짓들이 생기면서 상처투성이가 되어 가는 거 같다.
하지만 내 마음에 생기는 흠짓과 상처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To do list는 내 몸을 짓누르고, 결국 몸이 못견뎌내어 '담'을 만들기도 하고, 입주변을 온통 헐게 하여 내게 말을 건넨다. '야 작작해, 나 힘들어.'
아무리 힘들어도 위로가 되는 게 있으면 참 좋으련만...위로가 되는 것마저 지금 나에겐 없다. 정말이지 난 요즘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지금의 나에겐 무엇이 필요할까. 어떻게 하면 이 짓눌린 느낌과 상처투성이라고 느끼는 마음과 몸을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을까. 우연히 페이스북 피드를 보다가 유시민 씨의 '인생에 대한 그의 생각'을 인터뷰한 영상을 보았다. 그는 인생이 행복하기 위해선 '일 / 사랑 / 놀이 / 연대'가 조화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여기서 연대란 나눔을 의미한다. 테레사 수녀같이 혹은 간디와 같이는 아니더라도, 인간은 모든 것을 다 가져도 채워지지 않는 허함이 있는데 그것이 나눔(연대)이라고 그는 말한다. 어찌 됐건 나는 유시민 씨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그리고 내 삶이 왜 만족스럽지 않은지, 왜 난 힘든지 이해하게 되었다. '아... 나는 이 네 가지중 지금 <일>밖에 없구나...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웃을 수 있는 여자친구도 없고(사랑), 놀지도 않고 딱히 취미도 없으며(놀이), 나눔(연대)은 잊은지 오래구나' 그런데.. 그런데.. 내게 지금 없는 이것들을 지금 머리로 안다고, 가질 수 있을까? 그것이 생각처럼 가질 수 있는 걸까? 그 동안 취미거리를 가지려고 애써도 봤다. 잘 그리지도 못하지만 그림도 그려보고..
그림 그리는 시간이 싫지 않지만, 아무래도 내가 엄청 이것을 즐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떻게든 그림이 빨리 완성되길 바라는 조급함이 그리는 순간의 즐거움보다 큰 것 같으니까. 취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늘 알고 있고 이것저것 해보려 애쓰지만, 생각보다 그리 즐겁지 않다. 내가 생각하는 취미는 아무 생각과 노동의 고통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야 하는데...
둘 다 지옥에 가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은 본인이 지옥을 갈 것을 알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지옥을 갈지 모르는 상태에 있다고 치자. 이 두사람 중 누가 더 불행할까. 둘 다 똑같이 지옥에 가는 것이지만.. 아마 전자가 더 불행할지도 모른다.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지.. 난 힘듦과 고통의 원인을 알면서도 해결하기 너무 어렵다는 것 또한 알고 있어 더 힘들고 불행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 > 왜 그렇지 ? > 일말곤 인생의 중요한 요소들이 빠져 있으니까 > 해결 가능한가? > 해결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다르는 지점은 결국 하나다.
"어떻게 하면 좋지 나는.."
이런 뒤엉킨 고민과 고통의 실타래들을 풀지 못한 채로 나는 어두운 모습을 하며 매일 해야 하는 일들은 또 처리해야 하니까, 꾸역꾸역 그 일들을 처리하며 또 힘드니까 한숨쉬고, 밤에 그 한숨을 잊으려고 술 한잔을 삼키며 잠들어 왔다. 그런데 참.. 부모님이라는 존재가 무섭다. 친구도, 친한 형도, 친한 동생도 겉으로는 무척이나 밝은 척하니까 알아차리지 못하는 나의 이런 실타래들이 부모님은 보이시나 보다.
엊그제 아부지가 카톡이 왔다, "아들, 나 휴간데 내일 아들 나랑 점심 하자."
나도 아부지를 뵌지 1달 정도는 된 것 같아 알겠다고 말씀드렸다. 다음 날 책을 좋아하시고, 클래식을 좋아하시는 아부지는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카페에서 책을 읽고 계셨다. 아부지와 점심을 먹고, 다시 카페로 돌아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아부지는 눈빛만 봐도 아들이 힘든지 아시는 것 같았다.
아부지 눈빛을 보고, 눈물도 없는 내가 울뻔했다..
그 눈 빛속에 '아들, 너가 얘기하지 않아도, 너의 마음을 다 알고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아부지한테만큼은 내 솔직한 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겠다 싶어, 굳이 가리지 않고 요즘의 내 마음을 말씀드렸다. '아부지.. 전 힘들어요.. 그런데 원인을 알아요. 유시민이 인생의 중요한 네 가지 중 전 지금 하나 밖에 없거든요. 일/사랑/놀이/연대 중 <일>밖에 없네요.. 그런데 나머지 또한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지금으로선 없는 것 같아 고통스러워요..'
서른 한 살 먹고, 온갖 풍파와 인생의 고난을 겪어낸 아부지 앞에서 한탄이라니...
아부지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참 속상할건데..
본인도 마음속으로 안타까워 눈믈을 흘릴 수도 있을건데..
나는 아직도 참 철이 없다.
아직도 이기적이라 혼자 아파할 줄 모른다.
그런데 아부지는 이런 철없음 또한 보듬어 주시는 눈빛으로 말씀하셨다
"당연히 있을 수가 없지. 지금은 일을 해야 되는 땐데... 늘 항시 모든 게 균형된 사람은 극히 드물다. 물론 네 가지가 인생의 중요한 행복 조건일지 몰라도, 다 때가 있는거다. 지금 아들 너는 무언가를 이루려고 하는 시기이기에 '일'이라는 놈의 비중이 클 수 밖에 없다. 그래도 힘들면 아무 생각 없이 아무 준비없이 혼자 여행을 떠나 시간을 가져라. 온 마음과 몸을 짓누르는 짐으로부터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 짐을 내려놓고 짐이 안보이는 곳으로 떠나는거다."
'단순히 알아.. 너 말이 맞아. 그래도 어쩌겠니 힘내'라는 말보다
지금 일 밖에 있을 수 없다고 당연한 거라고 하는 그 말씀이...
정말 힘들 땐 너가 할 수 있는 해결책이 있어. 바로 여행이야.. 라고 하는 그 말씀이.. 나는 현명한 말씀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여전히 엉킨 실타래가 완전히 풀리지 않아 아부지께 여쭈었다.
"지금 내가 일을 해야 하는 입장인건 알지만, 그래도 힘들어요. 그렇다고 여행을 혼자 가는건 전 그다지 즐기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아.... 내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알 것 같아요. 왜 내가 이토록 힘든지. . 지금이 내가 일을 해야 하는 순간인건 ㅇㅋ. 일/사랑/놀이/연대 네 가지 모두가 늘 인생에 있는 걸 당연하다고 여기지 않는 건 ㅇㅋ. 여기까지 알겠어요, 그런데도 제가 지금 힘들다고 느끼는 건.. 아.. 지금까지 창업 말고도, 정말 난 많은 것들을 하며 살았는데 <보상>이 내 생각보다 크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이쯤 되면 이 만큼의 보상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전혀 나에게 돌아오는 느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보상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에요. 내가 일궈온 노력들 때문에 강의도 하고, 사람도 많이 얻게 되고, 자신감도 생기고, 원하는 기업에 취직도 했었고, 부업으로 돈도 벌고.. 지금의 스터디 플랫폼도 생기고.. 창업을 하게 된 계기도 다 노력들 덕분인건 아는데.. 그래도..그래도 아부지.. 나한테 이 보상들이 내가 노력한 거에 비해 너무나 작게 느껴져요."
진짜 내가 힘든 이유는 내가 일궈온 노력들에 비해 보상이 적어서인 것 같아요..
아.. 아부지와 이야기를 나누며 알겠더라. 내가 힘든 건 지금 내 인생에서 다른 중요한 것이 여러개 빠져 있는 상태에서 일밖에 하지 않아서도 있지만, 일을 포함해 내가 지금까지 노력해왔던 그 모든 것들에 대한 보상이 빠져서라고 생각해서임을... 이미 난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인생의 중요한 네 가지가 한 꺼번에 이뤄지기는 시간이 필요하고 다 때가 있음을. 무언가를 이루려면 무언가를 포기해야하고, 나는 지금 달릴 때라는 것을. 그래도 그 달리는 노력에 비해 내게 돌아오는 보상의 크기와 빈도가 너무나 너무나 미약하다라고 나는 느낀 것 같다. 조금이라도 보상들이 계속 생기면 신나서 더 달릴텐데.. 그런 보상마저 없으니, 다람쥐 쳇바퀴를 돌리는 느낌이 들었던걸까.
아부지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생각에 잠기셨다.
말을 고르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매주 산을 타지만, 산에 가면.. 그런 순 간들이 있어. 2시간, 3시간은 전혀 힘들지 않지만 4시간쯤 산을 타다 보면 고비가 오거든. '아 내려가고 싶다'라는 고비. 내가 넘으려는 고지보다 더 큰 고비인 셈이지.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고지를 포기하고 고비에 순응하던가, 그냥 '더 힘내는 거'. 아들 너는 무엇을 선택할 거니? 포기할 거니? 그게 아니라면 답은 정해져 있다. '더 힘내는 거'. 더 힘내서 결국 고지에 오르게 되면 시원한 바람과 보람과, 성취감같은 보상들이 따라오지. 너가 아직 보상을 느끼지 못한 건 넌 아직 고지가 아니기 때문이야. 너가 오르려는 산은 그 어떤 산보다 큰 것이거든. 너가 얻고자 하는 그 보상은 산 중턱에는 없단다. 고지에만 있는 것이지. 어떡할래 아들?"
촌철살인
우문현답
유레카와 같은 순간이었다.
'힘들 때는... 더 힘내야 한다'
'보상은 정상에 있지 산 중턱에 있지 않다. 보상이 없는 이유는 단 하나, 내가 산중턱에 있기 때문이라.. '
할 말이 없었다. 너무 맞는 말씀이셔서. 무엇보다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보이는 조언이 난 그 어떤 것보다 따뜻하게 느껴졌다.
나에게 해주신 아부지의 말씀은 어찌 보면 '단 하루'의 깨달음이었을지 모른다. 다음날 잊혀지는.. 머릿속으로는 이해해도 여전히 힘든...그래도 난 아부지의 말씀이 그 순간 만큼은 참 '위로'가 되었다.
결국 내가 지금 이 순간 필요했던건, 보상보다 위로였을 지 모른다. 아부지는 힘든 나에게 이 날 참 따뜻한 위로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어제 위팅 이벤트를 할 때 잠깐 들러준 한나가 헤어지고 나에게 문자로 준 본인의 블로그 글을 쓰며 마무리하려고 한다. 그녀의 글 또한 나에게 커다란 위로가 되어주었기에...
다만 계속 지쳐 쓰러지지 않고 고지에 올라갈 수 있도록 고민해봐야 한다.
여러 생각의 갈무리와, 아부지와의 대화, 한나의 글을 통해 깨달은 건
나에겐
#'쉼'이 필요한 것 같다
#'생각을 없애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그게 여행일 수도 있다.
#'취미'로 인해 즐거움과 몰입의 순간을 만들어야 한다. 아직 못찾았어도 노력해야 한다.
#'감사하자' 이 와중에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힘들 걸 눈치채주고... 힘이 되려 애쓰는 그들의 모습을 잊지 말고 가슴깊이 감사하자.
# 무엇보다 힘드니까 '더 힘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다시 내안의 긍정의 힘이 만들어 지리라..
이런 깨달음과 따뜻함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느낀 이 감정이 지금 나같이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
현재 We:ting이라는 소셜데이팅 및 그룹모임 서비스와 직장인 경영스터디 모임, 인사이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직군은 기획자이고, 풀스택 기획자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과거엔 PT 기획 및 컨설팅, HRD 기획, 행사 기획, IT 솔루션 기획, SI 프로젝트들을 해왔습니다. 더 많은 분들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하고 배워가고 싶습니다 :) 언제든 네트워킹 기회와 소통의 기회는 열어두고 싶어 운영하고 있는 채널 및 개인 SNS를 공유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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