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없어
1.
예림은 유령회사에 입사했다.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하는 데 구인구직 사이트에 내놔도 아무도 지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인들을 불러 모아 일을 함께 해보자고 했다.
이제 시작하는 회사라 께름칙해서 거절했다.
예림은 끝까지 죽는 소리치며 큰돈 번다며 일하자고 말했다.
내키지 않았지만 애궐 복걸하는 그녀의 성화에 끝내 거절 못하고 일하기로 했다.
역시 아무도 모르는 회사라 고객들이 없었다. 먼 지방은 호기심을 보였다가 이내 금세 사라졌다.
도와준 걸 고마워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예림은 이것밖에 못한다며 화를 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지인들은 모여 그녀를 보면 밟아 죽일 거라며 욕을 했다.
화장실 들어갈 때 나올 때 다른 사람과는 상종하면 안 된다.
자기가 얼마나 다급했는지, 잊어버리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애궐할 든 울고 죽든, 소원을 들어줄 필요가 없다.
당신이 내키지 않으면 거절해야 한다.
거절해서 사이가 안 좋아지는 사람이면 지인으로 둘 필요가 없다.
사람은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 관계가 유지된다.
2.
옥순은 엄마랑 같이 집이랑 가까운 양재동 박준 미용실에 갔다.
짧은 머리에 파마를 해달라고 했으나 여자 헤어디자이너가 짧은 머리에 하면 머리가 안 나온다며 길게 해야 한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그럼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잡지책에 나와있는 짧은 단발에 파마를 한 사진들이 많은데 왜 안 나온다고 할까 의아해했지만 디자이너 말을 듣기로 했다.
할 수 없이 하고 싶지 않은 머리를 하고 왔는데 금세 풀렸다.
그래서 이틀 뒤 다시 갔는데 그 헤어디자이너가 와서 짜증을 내며 말했다.
"제가 머리 길게 하면 머리 안 나온다고 말씀드렸잖아요"라고 했다.
그리고 남자 보조 시키고 옥순 머리에는 신경도 안 썼다.
옥순도 화가 났지만 참기로 하고 갈 때 안내데스크에 디자이너 주라고 팁 2만 원까지 주었다.
원래 하고 싶었던 짧은 머리에 파마는 아주 잘나왔다.
현관을 나서는데 디자이너는 규칙상 인사하러 문 앞에 섰다.
그런데 디자이너는 끝까지 화 난 얼굴로 인상 팍팍 쓰며 고개만 까닥였다.
"내가 머리 했냐? 네가 머리를 못해서 온 거잖아, 네가 머리 못한다고 내가 언제 뭐라 했냐? 바쁜 사람 오라 가라 하지를 않나, 내 비단 머릿결 개털 만들어 놓은 거 어떻게 책임질 거야, 어디서 감히 인상을 팍팍 쓰면서, 누명까지 씌워? 머리가 안 좋아 기억력이 없는 거니, 거짓말을 하는 거니, 실력도 없으면서 성질까지 더럽네. 정신병원에서 네 머리나 해라, 너 팁 압수야"하며 다시 안내데스크 가서 저 여자 말고 남자가 다했으니 남자한테 주세요 할 걸 그랬나 하며 온종일 불쾌했다.
옥순은 그 못 돼먹은 헤어디자이너의 갑질에 당했다.
마치 옥순이 디자이너 말을 안 들어서 머리가 잘못 나왔기에 미안해서 팁을 주는 것처럼 되어 버렸다.
다시 가서 따질까도 생각해 보았는데 하루 기분 망치고 싶지 않아서 꾹 참았다.
처음 방문할 때는 웃으면서 친절했던 디자이너가 두 번째 방문할 때는 왜 그렇게 태도가 달라졌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알고 보니 같이 간 엄마는 머리하고 집에 갈 때 문 앞에서 두 손 모아 90도로 숙이며 인사했기 때문이었다.
누가 헤어디자이너한테 그렇게 공손히 대하나.
엄마는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느라 얼마나 힘들겠냐 하는 마음에 수고했다는 감사의 표시로 하셨다는 데 그 어리석은 헤어디자이너는 자기한테 공손히 잘해주니 오히려 무시했던 거다.
자기가 함부로 대해도 될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거다. 그러니 머리가 안 나올 수도 있는 건데 감히 손님한테 누명을 씌어가면서까지 우습게 본 것이다.
손님이 갑질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직원이 그렇게 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못 배운 사람은 자기 분수를 모른다.
잘 배운 사람은 상대의 입장을 염려하며 잘해주는 데 자기 분수를 모르는 사람은 언제나 주위 사람을 불쾌하게 만든다.
잘해줄 필요가 없다.
3. 옥순이는 부모님의 건강을 염려해 헬스 PT를 권했드렸다.
병원에서 자주 운동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25세 트레이너와 부모님의 건강을 위해서 상담했다.
처음에는 엄청 싹싹하게 걱정 말라며 책임지겠다고 적극적으로 대했다.
옥순은 부모님께 운동 잘하고 계시냐고 안부를 물었더니
일주일에 2번 운동을 했었는데 2주나 연락이 없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2주 동안이나 운동을 못했다.
옥순은 어찌 된 일인지 담당 트레이너한테 연락하니 그가 하는 말이 기가 막혔다.
"제가 너무 바빠서 수업할 시간이 없습니다."
어이가 없는 트레이너 말에 옥순은 다른 분으로 바꾸겠다고 하니 그제야 바로 수업하겠다고 날을 잡았다.
음료수 쿠폰까지 드리며 잘해주었더니 오히려 맹숭맹숭해진 거다.
30회 끝나고 다른 트레이너로 바꾸니 그때는 대놓고 한참 어른한테 인사도 안 하고 노려보며 눈을 안 피했다고 한다.
원래 옥순은 부모님 트레이너로 경력이 많고 나이도 좀 있는 책임감 있는 분께 받으려고 했었는데 상담한 트레이너가 싹싹하게 굴며 책임지겠다는 말에 조금은 안도했었다고 한다.
너무 어려서 잘할 수 있을까 의아해했을 때 그리고 상식밖의 행동을 했을 때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그냥 넘어간 점이 찝찝했다고 한다.
큰돈 주고 PT 받는 자체를 감사하지 못할 망정, 다른 트레이너한테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건데 그걸 기분 나쁜 티를 내는 어리석은 트레이너였다.
결국 PT팀장한테 말해서 사과를 받았다고 한다.
잘해주지 말자.
잘해주면 사람을 쉽게 보다.
그걸 당연한 걸로 아는 어리석고 못 배운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잊지 말자.
당신에게 투자하는 사람에게 투자해라.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투자하지 말고 나에게 투자할 사람에게 투자해라.
그렇게 된다면 인생의 80%는 상처받지 않는다.
나에게 얼마나 투자하는지에 따라 투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