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o

과한

by belong 빌롱

혜경은 친구 주희랑 대판 싸운 후 속이 상해 아라에게 고민 있다며 만나자고 했다.

그녀는 아라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욕을 했다.

"개가 무슨 친구야, 그냥 같은 교회 다니니까 친한 것뿐이지, 말이 E대지, E대 나온 사람치곤 예쁜 사람 한 번도 본 적 없어. 꼴값 떨고 있어, 아무것도 아닌 게. 개도 별 볼 일 없으니 교회 취직한 남자랑 결혼하는 거잖아, 할 일 없으니까 교회 취직하지, 흥!. 우리 남편도 개 정말 싫어해. 이 참에 확 끊고 아라 너랑만 친하게 지내라고 하더라고.

아유,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 참 고민이야.."

아라는 그녀의 싸운 사연을 들으며 위로와 함께 자기도 안 좋은 일 있다며 혜경을 위로해 주기 위해, 안 말해도 되는 별로 신경도 안 쓰는 이야기를 했다.

현군과 만남을 했는데 헤어졌다는 얘기였다.

"괜히 만났어. 처음부터 사정사정해도 만나주지 말걸"

그 말을 들은 혜경은 "야 그 사람은 학벌이 좋아 너 신경도 안 쓴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 말을 꺼낼 필요도 없을 정도로 별일도 아닌 전혀 걱정거리가 아닌데 단지 친구인 혜경에게 "너만 힘든 거 아니라 나도 그래"라는 배려 차원에서 공감을 주려고 얘기한 거를 마치 혜경은 아라가 그 일로 인해 심히 걱정하는 것 같이 보였던 것이다.

오직 친구 혜경을 위해서 말한 것뿐인데, 혜경에게는 그렇게 들렸는지, 순간 위로해 주는 역할이 바뀌었다.

마치 그 남자는 너 신경도 안 쓰는데 아라 혼자 걱정 고민하고 있다며 한심한 기색을 보였다.

아라는 기분이 몹시 나빴다.


다음 주, 아라와 혜경은 만나서 밥을 먹었다.

혜경은 또다시 현군의 이야기를 불쑥 꺼냈다.

"그 사람 삼땡에 입사했데"

아라는 생각했다 "그 사람 말을 왜 하지,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가"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도 않는 일을 혜경이 다시 꺼내서 불쾌했다.


아라는 친구를 위로하려고 꺼낸 이야기가 자신이 그렇게 낮추어 평가받는지 몰랐다.

신경도 안 쓰는 하찮은 일을 위로 차원에서 꺼낸 것에 대해서 후회했다.


다음 달, 혜경이 또 아라를 불렀다.

자기 남편이 키도 작고 못생겨서 고민이라며 말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남편 외모 닮을까 봐 걱정이라며 말했다.

"점점 크면서 아빠 닮아가, 아 정말 어떡해.

능력도 없고 차라리 복지나 잘 되는 교회나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아라는 위로 차원에서 말했다.

"야, 능력 있는 남편보고 무슨 교회를 들어가라 하냐? 그래도 Y대 나왔잖아, 좋겠다"라고 했다.

어디까지나 남편의 무능함으로 한탄하고 있는 혜경을 위로해 주기 위해 띄어 준거지 Y대 나온 남편을 부러워해서 좋겠다고 칭찬한 게 아니었다.

아라는 Y대 입학후 다시 공부해서 S대 들어간 사람도 거절할만큼 눈이 높았다.

아라는 학벌은 썩 좋은 건 아니었지만 바른 품성과 뛰어난 외모로 남자들한테 인기가 많았고 Y 대는 쳐다도 안 보았다.

그런 혜경은 아라의 장점을 외면하고 과소 평가하며 말했다.

"외모는 아무것도 아니야, 학벌이 좋아야지 시집을 잘 가지, 외모 하나 가지고는 안 돼.

똑같은 조건이 있다면 이왕이면 예쁜 사람 선택하는 것뿐이지"

아라는 혜경의 무례함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야, 외모가 먼저지. 남자들은 학벌 안 봐. 학벌은 어디까지나 참고지. 남자들이 여자를 볼 때 첫 번째가 외모라는 건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 외모가 마음에 들어야 그다음에 뭐를 보든지 하는 거지. 똑같이 예쁜 조건이면 학벌 좋은 사람을 선택하겠지."


둘의 자리에는 잠시 정막이 흘렀다.


화가 난 아라는 속으로 생각했다.

"네 남편이 자신이 없으니 외모 안 보고 학벌 좋은 너랑 결혼했구나"


혜경도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20대는 학벌을 많이 본다"


세월이 흘러

아라가 결혼한다고 예비 배우자에 대해서 혜경에게 소개했다.

혜경은 놀라며 말했다.

"너도 참 대단하다. S대 법대 나온 남자를 다 만나고"

아라는 자랑하지 않으려고 겸손히 낮추어 말했다.

"나이가 많잖아. 띠동갑 이상이나 되는데 어떻게 나랑 결혼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그랬더니 하는 말이 "아 그렇구나. 그럼 그렇지"라고 했다.

그 후 혜경은 아라가 그리 잘 결혼하는 건 아니라는 듯 안타깝게 말하기 시작했다.

아라의 겸손한 말 한마디가 혜경의 생각을 바꿔놓은 것이다.

그녀는 또 한 번 자신을 낮추어 말한 걸 후회했다.



관계 속에서 자신을 과도하게 낮추면 겸손한 게 아니라 나란 존재를 잃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존감도 떨어질뿐더러, 상대도 자신을 낮추어 평가한다.

그 후부터는 자신이 숙이고 들어가야만 유지되는 관계가 형성되고야 만다.


상대를 위한다는 마음에 무작정 맞추려고만 하다 보면 점점 상대는 자신을 그래도 되는 사람이라고 여기고 대한다.

자신이 한 말을 자신도 인정한다고 느껴 그만큼만 대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자신은 감추고 남의 기분에만 연연하는 것은 "짠"하다.

희생자가 되려고 하지 말자.

"나"를 깎아내리게 되면 상대도 그만큼의 당신만을 알아주게 된다.

너무 배려하게 되면 자신을 잃게 된다


관계에는 어디까지나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는 걸 간과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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