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성장 없는 사람

by belong 빌롱

교회에서 평소, 나만 보면 내 옆자리에 콕 앉아 수다 떨기 바쁜 어느 할머니가 있었다.

나는 결혼 전 30대 싱글이었고 그분은 나보다 17살 차이 나는 50대셨다.

어느 날, 잡아먹을 것 같은 맹수의 눈으로 나를 쳐다보면서 지나가셨다.

"저 할머니가 왜 그러시지? 내가 뭐 크게 잘못한 게 있나?"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건 없고, 지난주까지 나에게 와서 이것저것 사생활을 코치코치 캐물으며 관심 가졌던 분이었다.

"난 자매 너 처럼 예쁘지를 않아서 선을 보면 애프터를 받아 본적이 없기에 단 한번도 두번을 만나본적이 없어"하며 이야기를 했었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그녀의 강한 인성으로 썩 좋은 평이 나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뭐가 됐든 신경 쓰지 말자 하고 지냈다.

그런데 그녀의 몰상식한 행동은 갈수록 더욱 심해졌다.

나한테 큰소리를 치며 명령하지를 않나, 어쩌다 마주치면 눈에 힘을 주며 무서운 얼굴로 대했다.

매번 불같은 눈으로 아래위를 훑으며 지나갔다.

그래서 그녀한테 직접 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왜 저를 그렇게 대하시죠?"

그랬더니 자기는 그런 적 없다며 오히려 나에게 감성적이라 혼자 오해한 거라고 했다.

"나는 이성적인 사람이고 자매는 감성적인 사람이라 코드가 안 맞아서 그러는 거야"

여기서 이성적, 감성적이 왜 나오는가.

그녀가 내린 말의 해석을 해보자면 자기는 똑똑한 사람이라 필요한 일 외에는 아무에게나 웃지 않고 나는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이라 자연적으로 지나칠 수 있는 것을 오버하며 생각했다는 게 그녀의 결론이다.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고 판단 내리는 그녀가 더욱 싫어졌다.

더 이상 말하면 그런 적 없다며 잡아떼고 상황이 길어질 것 같아 간단하게 그녀를 위해서 한마디 했다

"본인을 깊이 생각해 보세요"

그랬더니 "역시 무례하군"

마치 내가 원래 나쁜 사람이라는 듯이 기분 나쁘게 말했다.

"연하자가 연장자한테 참 무례하네. 어디까지나 너 혼자 오해하고 상처받은 거니 내가 사과할 필요가 없어,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야. 왜 사람을 판단하냐? 잘 먹고 잘살아라. 사람이 참 불쌍하고 안 됐네. 아유 가여워라"

그분은 끝까지 나를 조롱하고 나의 아픔을 비웃으며 불쌍한 사람이라는 듯 무시했다.

순간 나도 화가 많이 났지만 차오르는 분노를 애써 꾹 누르며 예의를 갖춰 말했다.

"기분이 나쁘셨다면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여기서 내가 큰 실수를 했다.

아무것도 아닌 저 꼰대일뿐인 사람에게 내가 왜 고개를 숙이며 사죄한다고까지 얘기했을까

말한 즉시부터 너무나도 큰 불쾌감에 시달렸다.

사과는 그 할머니가 해야 하는 데, 그 사람의 감정이 격해지는 바람에 오히려 피해자인 내가 해버렸다.

그 후부터 몹시 기분이 안 좋아 분노가 폭발할 지경이었다.

그분보다 연세가 많으신 다른 할머니 분들과 얘기를 해보았다.

"내가 뭐라 그랬어, 개는 상종할 애가 아니야. 말하면 더욱 상처만 받지. 나도 개가 말이 좀 통하는 애라면 옛날에 풀었을 거야. 우리 집안과는 또 껄끄러운 사촌지간이야"

"자매가 그렇게 말을 했어도 자매가 이긴 거고 개는 진거야"



그날 바로 말하지 못한 게 고름이 차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하고 싶었던 말 한마디도 못하고 오히려 욕먹고 따귀 맞고 돌아온 기분이었다.

그래서 용기 내어 그분께 메시지를 남겼다.

"무례? 당신은 무례를 넘어서 몰상식하고 상스럽고 천박한 행동은 다했으면서, 본인을 너무 모르시네요.

본인처럼 사람 판단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 연세 먹도록 인생을 참 헛사셨네요. 존중받고 싶으면 연장자답게 행동하세요. 사과할 필요가 없다니, 사람이 참으로 불쌍하고 안 됐고 가여우시네요. 그렇게 사시니 모두가 당연히 아파하고 상처받죠. 참 측은하시군요. 저는 자매님을 동정합니다"


그 말하니 속이 한결 후련해졌다.

상대가 화가 날지라도 순간 겁먹지 말고, 평점심을 끝까지 유지한 채 마땅히 해야 할 말은 해야 한다.

성격이 센 거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강하게 나가야지만 의외로 꼼짝 못 한다.

자꾸 주위에 "자매님 말씀이 다 옳아요" "맞는 말씀입니다." "그렇죠" "저 고민 있어요"하며 순응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성격 세고 입김 강한 사람이 자꾸 지적질 비판질 하며 마치 자기가 스승이라는 듯 조언 내려주는 척하며 가스라이팅 시키는 거다.

어떤 사람은 또 말했다. "그분이 그렇게 대할때는 그분한테 그냥 푹 엎드려서 고민있다며 죽는 소리치면 언제못되게 그랬냐는 듯 또 들어주신다." 그 말 듣고 둘 다 한없이 가여웠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데 그분 주위에 마음 약한 그런 사람들이 자꾸 그녀를 부추겨 주는 게 여러모로 안타깝다.

사람들 말대로 평생 모를거고 그래서 안 고쳐질거다.

주위에 똑똑한 사람이 있지 않는 이상 말이다.





그녀한테 가서 묻기 전,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 관에 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성격이 강해도 너무 강해"

"사람이 피도 눈물도 없고 모든 걸 논리적으로 생각해, 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을 수 있지? 로봇이야 완전 로봇"

"맨날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하잖아. 전혀 그런 사람 아닌데 아주 나쁜 사람으로 판단 내리고, 절대 조심해야 될 요주의 인물이야"

"맨날 남편한테 큰소리치는 것봐, 자녀들이 우울증 걸렸어, 맨날 싸우니 애들이 표정이 우울해"

"아들이 워낙에 띨띨하니까 며느리라도 똑똑한 사람 구하자 하고 아무것도 안 보고 강단 있는 여자랑 결혼시킨 거야"

"남편 치과의사라고 맨날 자랑하고 다니는데 그 사람 실력 형편없어 말짱 꽝이야"

"어느 날 나랑 마주쳤는데 무서운 눈으로 째려보더니 바로 앞에서 고개를 홱하고 돌려서 가는 거야 그래서 뭐 저런 무례한 사람이 다 있나 했어"



그 사람은 옛날에도 나한테 와서 불쑥 기분 나쁜 말을 해댔다.

"너 별로야, 철이 없어"

그때도 웃으며 말하고 싶었다.

"자매님처럼 정말 별로고 미성숙하고 무례한 사람은 없죠, 어디 자매님만 하겠어요?"


누구보고 감히 별로네 마네인가.

솔로몬병 걸려서 주제파악 못하고 꼴값질을 떤다.




자신감이란 "나는 무해해" "나는 완벽해" "나는 남에게 피해 끼치는 일은 안 해" "나는 예의가 발라"

그런 믿음이 아니다.

오히려 "나는 부족해도 괜찮다" "내가 실수도 하는구나" "나도 무례할 때가 있어" "항상 행동거지를 조심해야지" 이런 마음의 확신에서 나온다.


모를 수도 있다는 거는 인간으로서 당연하거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백 프로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이때,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쓸데없이 날을 세우면 감정이 풀리기는커녕 응어리만 남는다.

불편함을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성장하는 사람이다.

주변 시선에 무심할 줄 아는 사람만이 남이 하는 피드백이 개인적인 공격이 아닌 성장을 위한 마음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어떻게 해야 내가 좀 더 성장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성장하는 사람은 자신의 결점 인정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렇지 못한 사람만이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려 한다.


솔직함과 여유가 있는 사람이 발전하는 사람이다.


연애할 때도 마찬가지다.

진짜 자신감 있는 사람은 자신의 결점 드러내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상대의 평가로 자신의 가치가 줄어들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솔직함과 여유로움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끼게 한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평생 배운다는 말이 있다.

본인을 모른다면 타인이 하는 말이 개인적인 공격이 아닌 개인의 성장을 위한 거라고 믿고 "어떻게 하면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까" 성장하는 발판으로 삼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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