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함이

이긴다

by belong 빌롱

프랑켄슈타인.. 도서로는 옛날 옛적에 읽어 보았는 데 영화로 보기는 처음이다.

천재인 빅터는 살아 숨 쉬는 인간다운 생명체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프랑켄슈타인이다.

빅터의 창조물인 그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 왜 태어났는지 아는 바가 없다.

몸집은 크지만 마치 갓난 아기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프랑켄슈타인은 창조자인 빅터가 시키는 대로, 서툴지만 이름부터 내뱉는 연습을 해본다.

빅터 동생의 약혼녀 엘리자베스는 그런 순수한 그를 사랑했다.

빅터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그를, 쓸모없다고 생각해 죽이려고 하는 데 그는 간신히 탈출한다.

그는 세상 사람들과 가족이 되기 위해 헌신을 다하지만 세상 밖은 그의 그런 순수함을 모르고

덩치 크고 험악하게 생긴 프랑켄슈타인을 괴물로 취급해 죽이려고만 한다.

만신창이로 총에 맞아도 고통은 느끼지만 몇일 지나면 다시 아물어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창조주를 찾아가 외로우니 영원히 살려면 동반자가 필요하다며 만들어 달라고 사정 한다. 하지만 창조주 빅터는 그를 또다시 죽이려고 공격한다.

그날은 빅터 동생과 엘리자베스가 결혼하는 날이었다.

그녀는 싫은 남자와 억지로 결혼해야 하는 처지를 못마땅해했다.

프랑켄슈타인을 사랑하는 그녀는 그가 공격 받는 상황을 보자 얼른 몸을 가해 방어하는 과정에서 총에 맞아 쓰러진다. 그녀는 사망하기 전 프랑켄슈타인에게 말한다.


"차라리 지금 떠나는 게 나아.. 네 눈이 내게 머물고 있을 때.."


참으로 아름다운 말이다.


프랑켄슈타인을 한참 그리워해 온 그녀는 싫은 사람과의 결혼 보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죽는 게 차라리 낫다는 순수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슬픈 마음을 뒤로하고 도망간 창조주 빅터를 찾아 나선다.


사랑하는 모든 이가 결국 죽는 걸 보고, 홀로 죽을 수 없는 건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창조주는 무책임하게 그를 만든 뒤, 죽이려고만 들었다.


마침내 북극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하는 큰 배 안에서 그를 찾는다.


그 둘의 대화는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 없다.


고통스러움에 몸부림 치며 프랑켄슈타인은 말한다.

"텐트 밖의 피는 내 피야..전부 다..난 피 흘리고 아파하며 고통 받을 거야..영원한 굴레처럼.


빅터는 아픈 몸을 이끌며 가까스로 그의 손을 잡고 말한다.

"이제야 네 삶이 보이는 구나..후회가 뼈에 사무쳐"


프랑켄슈타인은 말한다.

"당신의 시간은 다했어 창조주, 곧 사그라들겠지, 모든 건 그저 한순간이야. 내가 품었던 희망도 분노도 모든 건 무의미해, 날 데려온 밀물이 썰물이 되어 당신을 데려가네. 나만 덩그러니 남기고"


빅터는 말한다.

"마음이 내킨다면 내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여,

죽음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이걸 생각해라 아들아,

살아 있는 동안에 네게 주어진 길은 살아가는 것뿐이라는 것을..

살아라"


창조주 빅터는 눈을 감기 전에 프랑켄슈타인에게 마지막 말을 전한다.

"미안하다. 나를 용서해 다오, 내 아들아"


마음이 순수하고 해맑은 프랑켄슈타인은 그 말 한마디에 분노 감정은 사라지고 그를 용서한다.

"용서할께. 잘 가요, 아버지" 하며 그의 이마에 키스를 한다.


죽기 전 빅터는 마지막으로 아름답지만 끔찍히 고통스럽고도 현실적인 조언을 했다.

“네게 주어진 길은 살아가는 것 뿐이라는 것을, 살아라”


프랑켄슈타인은 배에서 나와 북극 추위에 꽁꽁 얼어붙은 얼음으로 결박되어 꼼짝 못 하고 있는 크나큰 배를 온 힘을 다해 밀어 바다로 흐르게 도와준다.


선장과 선원 그리고 배 안에 갇혀 있던 수많은 사람들은 기뻐 어쩔 줄 몰라했다.

선장이 큰소리로 명령했다.

"가자! 집으로!"

모두들 집에 갈 수 있다는 기쁨에 환호성을 질러댔다.


모두가 집에 갈 수 있지만 정작 프랑켄슈타인은 아무 데도 갈 곳이 없었다.

그는 쓸쓸한 마음으로 다시 추운 겨울 길을 나선다.


여기에서 프랑켄슈타인의 훌륭한 성품에 빠져든다.

"나도 집에 못 가니 너네도 못 가게 할 거야"라는 잘못된 심보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자기를 태어나게 해 끔찍한 고통만을 안겨준 창조주의 진심어린 사과도 단번에 용서했다.


죽을 수도. . 그렇다고 어느 누구와 같이 살아갈수도..

어떠한 선택도 주어지지 않은 그.

정처없이 걷는다.

대책없는 인생의 여정을 살기 위해.


썩고 없어지는 필멸의 몸을 지닌 인간의 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이다.



엘리자베스가 뭐가 아쉬워서 그에게 흠뻑 빠져들었을까.

계산적이지 않은,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가 아닌, 어린아이와 같이 맑은 순수함과 남을 생각하는 이타심과 똑똑한 심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순수함을 지닌 자가 결국 이긴다.

왜냐하면 쉽게 가질 수 없는 값진 가치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자가 비범한 자를 이길 수 없듯이, 계산적인 자가 순수함을 지닌 자를 능가할 수 없다.

최고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애써 순수한 가면을 쓸지라도 진짜 천연의 순수함인지 인공의 순수함인지는

언젠가 반드시 알게 되기 때문이다.


너 앞에서는 칭찬하지만 남 앞에서는 너의 흉을 보는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반드시 드러난다.

그 사람의 진실된 의도를 알게 되는 때가 오고야 만다.

너 앞에서는 순수한 척 하지만, 마음속에는 온갖 달러, 집, 차가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해왔다는 것을 나중에는 반드시 알게 된다.

이상하게도 참 아이러니하게도 "나 그런 사람이었어" 말하지 않아도 반드시 꼭 알게 된다.


동기가 말했었다.

내가 반에서 앉아 있다가 교수님과 선후배가 모여 있는 저 방에 갔을 때 갑자기 침묵하더니 한 친구가 말했어

. "아~ 그래서 기분이 좋은 거구나" 한 마디 하더니 다들 해산했다.

무슨 얘기했나 궁금해하지도 않았었는 데, 13년이 지난 지금, 왜 그렇게 그때가 생각 나는 지 모르겠다고.

13년 전, 내가 교수님과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에 들어가기 전, 교수님이 하시는 말씀이 살짝 들렸었다는 걸 지금 이제야 깨달았다고.

그때 교수님이 "누구는 논문이 아주 엉망이야, 아주 그냥 리포트 작성하듯이 써왔어, 논문 연기해 달라고 부탁하길래 내가 허락해 주니 지금 기분이 아주 좋아, 싱글벙글해"라고 말씀하셨었지.

"나를 두고 말씀하셨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됐지 뭐야"

"교수님을 여태 존경했었는 데, 진짜 실망이다, 어떻게 후배들 앞에서 나를 망신 줄 수가 있지? 그게 교수님이란 사람이 가질 태도야?" 하며 영락없이 실망감을 토해냈다.

그 말은 듣는 순간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사실이었다.

그때 교수님은 그 아이의 흉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그 아이가 들어오자, 한 친구가 서먹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한마디 했었던거다.

이처럼 어느날 문득 숨겨져 있던 과거의 진실을 알게 되는 때가 오고야 만다.


그때 그 표정이 그런 의미였구나..

그때 그 말한 게 그것 때문이었구나..하고 말이다.


그렇다. 지금은 모를지라도 언젠가는 꼭 반드시 알게 된다.

"그게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하고 말이다.



진실된 의도는 언젠가 다 드러나기 마련이다.



옛날에 어떤 사업하는 남자와 선을 본 적이 있다.

그 사람이 아주 자랑스럽게 하는 말 "저는 있는 집안 여자가 좋아요. 없는 집을 누가 좋아해요"


그 말을 듣고 너무나도 재수 없어서 빨리 집에 갔던 기억이 난다.

내가 교수니, 있는 집안 딸이라고 생각했던 거다.

있는 집안이라 좋은 교육받고 교수까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던 거다.

생각의 모자람이다. 누구나 훌륭한 교육 받고 좋은 직업 가질 수 있다는 걸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인 데다가 진정한 사랑도 할 줄 모르는 풋내기라고 할까.

9살 차이였는 데 나이만 먹었지, 인생을 불쌍하게 사는 무례하고 거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 어디에도 순수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두가 싫어할 수밖에 없는 "왕재수"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겠다.

집 앞에 바려다주면서 내가 내리기 전, 다음 주에도 만나고 싶다며 만날 수 있을까요? 묻길래 살짝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랬더니 다음 날 카톡으로 뮤지컬 VIP좌석 예약 티켓을보내 왔다.

난 만나기로 한 적 없는 데, 깜짝 놀랐다.

”이건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과 꼭 보고 싶었어요“문구와 함께.

당연히 만남 자리에서 애프터 신청하면 보통 싫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연락 오면은 정중하게 거절해야지 생각했는 데, 하물며 나한테 보러 가는 게 어떻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 마음대로 "떡"하니 뮤지컬 예매를 해버리다니. 정말 무식하고 마음에 안 드는 남자였다.

결국 가까스로 겨우 핑계를 대고 빠져나왔다. 그런데 취소하기에는 위약금이 세다고 하면서 그냥 친구로 편하게 만나서 보면 어떻겠냐고 또 연락 왔다.

만나기로 구체적인 약속을 한 적도 없는 데 자기 마음대로 하는 그, 거기다 이번엔 취소하려고 하니 위약금 많이 나온다고 그냥 부담 갖지 말고 친구로 편안히 보자는 그.

정말로 마음에 안 들었지만 정중한 사과로 마무리했다.

여러모로 센스도 예의도 진실성도 없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있는 여자"를 좋아한다. "없는 여자"는 싫어한다는 말에 정이 확 달아났던 사건이었다.

그 사람은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있는 집안이건 없는 집안이건 그런 상대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사랑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사람 다룰 줄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사랑을 받았을 리가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공감 능력도 커뮤니케이션도 떨어지는 사람이다.

그런 말하면 상대가 좋아할 거라 생각하는 가.

무식하고 무례할 뿐이다.


자신에게 얼마나 순수함 마음으로 다가왔는가.

이 사람은 정말로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하는구나.

나를 온전히 이해하는구나.

언제나 나의 편이구나.

이런 사람에게 끌리고 결국 푹 빠지게 되는 법이다.

한마디로 순수함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나에게 순수한 매력을 쏟아붓는 자

그런 순수함을 지닌 자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사랑받기에 또 사랑을 줄 줄도 아는 자이다.

나는 그런 순수한 사랑을 할 줄 아는 자가 좋다.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고민있다기에 순수한 마음으로 자기의 사적인 경험담으로 위로를 해주었는 데 역으로 그런 순수함을 이용하려는 자는 결국 발각되어 도태되고야 만다.

어떻게 알았는지 신기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꼭 알고야 마는 게 세상 이치인 것 같다.



결국 무엇보다 중요한 건 순수함이다.

순수함을 이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 어떤 럭셔리하고도 값진 매력을 지닌 소유자도 자기를 순수하게 사랑해주는 자를 능가하지 못한다.

순수함은 무엇과도 감히 견줄 수 없는 최상의 값어치다.

결국 순수함을 지닌자가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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