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대한 고찰

항상 슬프다

by belong 빌롱

코로나 시절 우울증에 걸렸었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삶에 큰 타격을 입어 좌절, 절망 등의 암담한 상황까지 느끼는 상태 즉 그것이 바로 우울증이다.

사실 우울증이 한창 진행되는 중에도 내가 우울증에 걸린 것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나는 52kg이었던 체중이 43kg으로 줄었었다. 즉 9킬로가 줄어서 병원에서도 영양실조라는 진단을 받았었다. 나는 영양실조라는 건 난민들만 걸리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데, 누구랑 얘기하고 싶었는지 예전에 내가 너무나도 싫어서 전화와 만남을 계속 피했던 사람에게도 연락을 시도해 비밀을 알려주는 등 심각한 선택 장애가 있어 중요한 결정을 내리면 안 됐었다. 내가 우울증에 걸린 주된 원인은 어쩌면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코로나 전에 큰 충격과 분노와 아픔을 겪고 있다가 얼마 후 코로나가 터졌다.

‘바른 생활 어린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밤 10시 되면 잠이 들고 아침 7시면 기상을 하는 매우 규칙적인 리듬과 패턴으로 생활했었던 내가 어느 날부터 잠이 오지를 않았다.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가서 기침약을 타왔는데 잠이 너무나도 잘 왔다. 오랜만에 꿀잠을 자서 너무나도 행복한 나머지 의사한테 내 증상을 말했더니 수면제를 처방해 주었다.

약을 먹는 일주일은 내가 원할 때 잠을 청할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했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약이 듣지를 않자, 의사가 정신과에 방문해보라고 했다. 정신과에 가서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의사에게 진찰받고 약을 타왔다. 경력이 많은 의사 선생님을 만난 것 같아 다행으로 여겼다. 약을 먹고 누워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고 피곤함 없는 상쾌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내가 한 행동들이 기억나지를 않았다.

친한 언니랑 통화하면서 어제 한 이야기를 또 하고 있다는 것을 그 언니에게서 들었다. 처음에는 어제 통화했다는 자체를 부인했었는데 내가 말할 내용을 다 알고 있는 걸 보니 그 언니 말이 맞았다. 하루는 와인을 마시려고 꺼내려는 순간, 어머니가 어제 마셨는데 또 마시냐고 하셨다. 역시 부인했더니 와인을 꺼내 보여주시면서 이만큼 마셨다고, 안주로 연어 버터구이도 이만큼이나 다 먹었다고 보여주셨다. 정말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내 침대 머리맡에 원목 화장대가 있었는데 핸드폰 진동이 울리니 원목이라 아주 소리가 커서 깜짝 놀라 기상했다. 아침 6시 카톡이 와서 보니 “어쩌고저쩌고하며 저는 결혼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름을 보니 옛날에 만났던 남자였다. 순간 깜짝 놀라 ‘이 사람이 왜 나에게 느닷없이 이런 톡을 보내지?’ 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전날 밤 그 사람에게 먼저 연락해 만나자고 하며 세상이 너무 혹독해서 자녀는 안갖는게 좋겠다는 둥. 이런세상에 살게 하고 싶지 않다는 둥(자녀의견이 안맞아 헤어진 경우였다)세상이 너무 힘들다는 둥 주저리부저리 했다. 너무나도 소스라치게 놀라서 빠르게 축하한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나서도 제정신이 아니었는지 사랑이 어쩌구 저쩌구 하며 이상한 말을 한것같다. 상대도 예전에 알던 나답지않은 행동을 해 이상하다며 갸우뚱했을 것 같다. 아마 "미친거 아닌가"라고 했을 지도 모르겠다. 느닷없이 연락해 만나자며 자녀 문제를 거론하지를 않나..사랑을 논하지를 않나.. 확실히 우울증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 까? 용감이 아니라 창피함을 모르고 부끄러움을 못 느끼는 대담함이었다. 거기다 결혼한다는 메세지를 받고도 아무렇지 않게 사랑을 논했었다. 지금으로서는 도저히 납득 안되는 우울증 증상 맞았다. 더욱더 놀란 것은 내가 그날 밤 무려 4명에게 더 연락했던 것이었다. 그중 옛날에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외모가 너무 심각한 아저씨라 서둘러서 자리를 떴던 사람도 있었다. ‘앗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내가 또 기억을 잃었구나!’ 속으로 외쳤다. 그들 모두에게 아무것도 전혀 생각이 안 나고 내가 한 행동이 아니라고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절실하게 말해주고 싶었다.

그중 내가 연락한 사람 중에는 의사도 있었다. 정중한 안부와 함께 놀라움을 표하시면서 자신을 기억해 주어 고맙다며 나의 말이 진심이라면 만나자고 했다.

그분들과 만남 중에 모든 일이 중단되어 삶이 너무 힘들다는 온갖 부정적인 얘기만 늘어놓으면서 창피한 줄 모르며 엉엉 울기까지 했다. 그분들은 오랜만에 만나서 즐거운 분위기를 기대했을 텐데 너무나도 슬퍼하는 나를 의외로 진지하게 받아주면서 병원도 코로나로 인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고 내 말에 동조하셨다. 만남 후에도 걱정이 되는지 안부를 물어 확인하셨다. 그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하지만 ‘세상이 이렇게 험악하고 어지러워도 이렇게 좋으시고 정말로 착하신 분들도 많구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사건이었다.

문제는 항상 취침 전 약을 먹고 일어난 사건들이었다.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병원으로 갔다. 나랑 동문인 40대 초반 정도의 젊은 남자 의사였다. 나의 모든 증상을 낱낱이 말했더니 복용했던 약을 다음 주에 갖고 오라고 하셔서 보여주었는데, 약을 보더니 놀라면서 말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이 약은 일주일 이상은 절대 복용하면 안 되는 아주 위험한 약이라 의사들도 금기시하는 약이에요!” 그 말을 듣고 충격받아서 그 여의사를 고소하면 안 되느냐고 했다. 일주일 이상 먹으면 안 되는 위험한 약을 1년이나 먹었다니 너무나도 황당했다. 게다가 그녀는 주의할 점과 부작용에 대해서도 전혀 설명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복용하면서 잠이 안 온다고 했더니 그럼 한 포 더 먹으라고 해서 두 포를 먹고 취침한 적도 많았다. 젊은 의사는 엄청나게 놀란 표정으로 “한 포를 더 먹으라고요? 이 위험한 약을? 그 의사분은 의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에요!” 하며 무슨일인지 모르겠다고 이해가 안 간다며 고함을 질렀다.

술 먹고 필름 끊긴 것처럼 필름이 끊긴 거라고 했다.

그 의사는 진지하게 내 말을 들어 주면서 상담을 해주었는데 전에 다니던 여의사는 상담한답 치고 매일 남자와 연예인 얘기만 주로 하는 등 흔히 여자들이 하는 수다를 친구처럼 부담 없이 많이 떨었다.

배우 주00랑 결혼한 민00의사 사진으로 봐서 예쁘게 나오는 것뿐 실제로는 평범한 사람이지 예쁜 사람 아니에요. 아침 방송 보면 실물을 볼 수 있죠. 의사치고 예쁜 거지. 전혀 예쁜 사람 아니에요. 이런 얘기도 했다.

연세도 있으시고 얼굴에 주름도 한가득이라 의료 일에만 정진하시는 분이시구나 생각해서 믿고 의지했었는데 완전히 배신 당한 기분이었다. 너무나도 속상했지만 지난 일이니 다 잊어버리고 앞으로 잘 살면 된다는 마음을 가졌다. 내가 힘들다는 얘기를 듣고 여기저기서 전화와 안부를 물었다. 역시 나는 울면서 통화를 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과 만남을 가지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얘기할 때도 있었지만 열심히 수다를 떨어서 에너지가 넘쳐 흐르는 걸 보고 우울증인 거 다 사기였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렇게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고 즐거운 사람인 양 행세하며 꾸역꾸역 시간이 흘렀다.

그 남자 의사는 언제까지 약을 먹을 수 없으니 서서히 줄여나가서 빨리 끊자고 하셨다.

몇 개월 후 약을 끊고 역시나 눈만 감고 있을 뿐 잠이 안 와서 아침에 피곤한 상태로 일어나 하루 종일 제정신 아닌 상태로 지낸 날이 많았다. 잠이 드는 게 나의 최고의 소원일 만큼 절실히 원했다. 잠을 못 자니 몸도 여기저기 아파 병원에 가서 검진도 받았다.

그 후 한 달 정도 지나고 나니 서서히 잠이 쌓인 덕분인지 잠을 몇 시간은 잘 수 있게 되었고, 몇 달 후부터는 완전히 회복하여 잠도 잘 자고 우울 증세도 없어졌다.

사람들은 흔히 우울증이 나약하고 게을러서 생기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특정한 사람만 걸리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걸릴 수 있으며, 본인 자신의 의지로 고칠 수 없고 의료의 도움을 받으면서 주위 사람들도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보살피며 협력하여 나가야 하는 매우 힘든 병이다.

자기 인식 부족,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에 대한 애통함, 지난날의 상처, 두려움, 외로움, 우유부단 등 다양한 얼굴로 찾아온다.

우울증은 개인마다 고통받는 사연이 다르고 또한 각각 다른 증세로 나타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병이다.

연구 결과나 이론으로 판정할 수 있는 우울 증상이 있긴 하지만, 사람마다 증상과 정도의 차이가 다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치료 방법 또한 다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울증은 혼자 지하 100층에 살고 있는 것처럼 세상 모든 걸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외롭고 슬프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그때는 모든 것이 아주 큰 슬픔과 상처가 된다.

영원히 암흑 속에서 살면서 절대로 극복하지 못할 것 같지만 서서히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려는 생각만 있다면 어느새 지상에 도달하여 평범함이야말로 지극히 행복한 것이로구나 깨달으며 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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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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