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알람에 맞춰 한 번에 몸을 일으킨다. 성수를 몸에 채우듯 미지근한 물 한 컵을 시간을 들여 마신다. 요가매트를 깔고, 스트레칭을 한다. 이어서 Calm 어플을 켜고 명상을 한다. 구글 타이머를 맞추고 씻기 전 짤막한 글을 쓰거나 경제기사 등을 읽으며 간단하게 아침을 챙겨 먹는다. 샤워 후 향수를 두 번 손목에 뿌리고 목덜미에 문지른다. 지갑과 블루투스 이어폰, 아이패드를 챙겨 현관문을 나선다.
이 문장들은 내가 평일 아침마다 수행하는 루틴이다. 요즘 유행하는 '미라클 모닝 프로젝트'라고도 볼 수 있다.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는 이 문장들을 실행하는데 꼬박 1년 반이 걸렸다. 미라클한 아침은 쉽게도, 기적적으로도 찾아오지 않았다. 조금씩 천천히 시간을 들이면서 내 몸이 적응했고 루틴으로 자릴 잡았다. 시작이 반이랬던가. 이 루틴을 바쁜 출근 준비 시간에 수행해 내려면 기상시간을 앞당기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알람을 5분 10분 단위로 맞춰놓고선 침대 위에서 셀프 집행유예를 했던 나 자신을 바꿔야만 했다.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나는 데 필요했던 3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평일에 보통 나는 12시 즈음 잠자리에 든다. 6시에 일어나니 6시간 정도 자는 셈이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이런 나를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7시간을 내리 자도 잠이 모자라다고 느꼈었다. '10분만' 주문을 외우고 알람이 울려도 무시한 채 샤워할 시간에 거의 딱 맞춰 일어나곤 했다. 주문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내게 먹혀들었다.
기상시간을 조금씩 앞당겨 보기 시작했다. 알람을 30분 일찍 맞춰봤다. 처음부터 극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되려 알람이 30분 일찍 울린다는 걸 영악하게 이용했다. '10분만 더'는 '30분 만 더'가 되기 일쑤였다. 알람을 앞당겨도 수면 시간은 비슷했지만, 점점 일찍 일어나는 빈도는 늘어났다.
그렇게 1년 여 간 30분 조기 기상을 실천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나 자신과의 '10분만 더' 타협 횟수는 줄어들었다. 올해 들어서는 30분을 더 앞당겨 6시로 알람을 맞춰보았다. 역시나 내 몸은 쉽게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종종 알람에 맞춰 칼같이 일어나긴 했지만 타협하는 일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었다. 몸은 6시 기상에 적응해 갔으나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몸이 루틴에 맞춰 적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맹모삼천지교라 했던가.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직장 동기 중 친한 형 한 명 있다. 그 형은 평일이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아침 다섯 시 반에 일어나 테니스를 치고서 회사에 출근한다. 내게 형은 기적 같은 존재였다.
"형은 어떻게 그렇게 매일 일어나?"
"그냥 일어나. 알람 들으면 한 번에 그냥 무조건 일어나는 거야."
밥 로스 아저씨도 아니고 참 쉽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형 말에 백번 공감한다. '그냥'이라는 단어에 모든 게 함축됐다. 그냥 일어나면 되는 것이었다. 다만 그냥이라는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선 노력과 환경이 중요함을 깨달았다. 내가 구축해놓은 환경은 매우 간단하다. 스마트폰을 침대에서 멀리 떨어뜨려 놓고 잔다. 알람이 울리면 무조건 침대에서 벗어나서 스마트폰을 쥐어야 한다. 옆에서 곤히 주무시는 아내의 뒤척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알람을 최대한 빨리 꺼야만 한다. 한 번 일어나게 되니 다시 침대로 들어갈 일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직장인에게 평일 아침 침대 위 10분은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경쾌하게 울려대는 알람을 끄고서 잠들면 그만큼 달콤한 게 없다. 이를 마다하고서 아침 일찍 일어나려면 그에 맞는 이유, 즉 동기가 있어야 한다. 내가 이 루틴을 실천하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무엇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약속이나 회식 등 퇴근 후에는 변수가 많아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어려웠다. 명상을 하며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가볍게 풀고, 짤막하게라도 글을 쓰는 이 시간을 누리고 싶었다.
1년이라는 시간을 넘게 지나오며 실행해온 루틴을 '리츄얼(ritual)'이라 부르고 싶다. 리츄얼이란 매일 의식적으로 반복하는,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그에 맞게 적합한 상태로 만드는 행위를 뜻한다. 올해 들어 내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열망은 좋은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 몸과 마음을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글쓰기 덕분에 내 아침이 바뀐 셈이다. 내게는 좋은 글쓰기가 일찍 일어나는 이유인 것처럼 누구든 각자 자기만의 이유를 갖고 미라클 모닝을 만들 수 있다 믿는다.
좋은 글은 작가의 삶에서 나온다는 책 구절을 인용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다. 표현할 내면이 거칠고 황폐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글은 '손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요,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