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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Aug 21. 2022

노화에 대처하는 30대 유부남의 자세

너, 내 동료가 돼라.

얼마 전 커뮤니티에서 '30대 노화 과정'이라는 짤을 읽다가 실소를 터뜨렸다.

아니.. 42세는 너무 빠른 거 아닌가..

다소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수긍할만한 내용이었다. 42세에 '거동'하며 숨이 차기 시작하고 생까지 마감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테지만... 무튼 작성자의 이야기는 사실에 기반한다. 나는 현재 30대 중반에 다다랐다. 작성자 피셜에 따르면 난 앞으로 살 날이 8년밖에 안 남았다. M자 탈모가 심해지고 배는 임신 6개월 임산부같이 변한다고 하는데, 난 아직까진 다행히 이마라인은 一자이고 배도 임산부처럼 나오지 않았다.


노화는 자연스럽다. 누구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시기를 늦출 수다. 42세에 생을 마감하기엔 세상은 넓고 할 일이 많다. 생을 마감할 날을 늦추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올바른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시간 등등.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을 뿐이다.



요즘 SNS를 둘러보면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건장하고 날씬하신 분들께서 헬스장 거울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오운완을 해시태그로 단다. 스스로에게 찍어주는 참 잘했어요 도장 같기도 하다. 나도 맘 같아선 운동하고서 #오운완 인증을 하고 싶지만 욕실 거울에서 비루한 내 몸을 보면 스마트폰 화면에서 #버튼조차 누르기 힘들어진다.


난 몇 달 전부터 헬스 위주로 운동을 시작했다. 신혼여행에서 운동을 해야겠다는 강한 동기부여를 받고 왔다. 지난 6월 초, 코로나 때문에 미루던 신혼여행을 결혼하고 2년 만에서야 다녀왔다. 우리의 여행지 중엔 프랑스의 대표적인 휴양도시인 니스가 있었다. 니스에는 길게 펼쳐진 반짝이는 해변을 따라 산책로가 나있다. 거기서 러닝 하는 서양인들을 보면서 자극을 제대로 받았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러닝을 하는데 다들 몸이 탄탄했다. 그야말로 간지가 났다. 특히나 군살 없는 중년 아저씨들이 너무 멋져 보였다. 서양인 간지를 따라잡을 수는 없더라도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신혼여행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뒤 니스 해변의 꽃중년 아저씨들을 떠올리며 운동을 제대로 시작했다. 주 3~4회, 1일 1시간 정도 회사 또는 아파트 지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습관이 돼서 그런지 운동할 시간을 스스로 내서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 바로 헬스는 더럽게 재미가 없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나 자신과 타협하곤 한다. '오늘은 쉴까.' 하기 싫은 이유를 대라면 웅변가가 될 수도 있겠다. 더럽게 재미도 없고 하기도 싫은 운동이고, 3개월밖에 안된 헬린이에 불과하지만 꾸준히 지속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생겨났다. 할 수 있다는 기부니가 든다. 그 근거는 기록 동료들이다.


나의 운동기록용 어플. 파란색 동그라미가 운동한 날, 초록색은 안 한 날

지난달부터 운동을 기록하기 위해 '번핏'이라는 어플을 활용하고 있다. PT도 따로 안 받고 혼자서 하는 운동이다 보니 기록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어플로 일자별로 어떤 운동을 했고, 중량과 세트수는 얼마나 했는지를 어플 기록하고 있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선 자극을 달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가령 내가 오늘 10kg짜리 덤벨을 15씩 5세트 들었다면 다음번에는 횟수를 16회 한다던지, 아니면 12kg짜리 덤벨을 들어 올리던지 해야 근육이 성장한다는 것이다. 어플에 부위별로 운동한 내용이 다 남아있기 때문에 운동할 때마다 조금이라도 중량이나 횟수를 늘릴 수 있게 됐다. 근육들의 성장일기인 셈이다.


한 달간 어플을 써보니 너무 괜찮았다. 캘린더에 채워지는 파란색 동그라미들이 참 잘했어요 도장 같아 뿌듯하기도 했다. 좋은 건 널리 알리라고 했던가. 나는 주변에 운동하는 지인 두 명에게 이 어플을 알려줬고 기록 대열에 합류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나는 아예 그들과 단톡방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오운완 인증방' 비록 우리 셋다 SNS에 오운완을 인증할 정도로 나이스한 몸매는 아니지만 우리끼리라도 오운완을 실현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가벼운 취지와 달리 오운완 단톡방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유부남들의 오운완 인증방법


우리들의 오운완 인증절차는 간단하다.

1. 운동 전 자신의 모습을 올린다.
2. 운동 후 번핏 어플 캡쳐를 공유한다.


단톡방이 생긴 이후 운동 욕구가 더 불붙었다. 인증사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겼고, 서로의 운동을 응원해주게 됐고, 너도 했으니 나도 한다라는 이상한 보복심리까지 발동됐다. 여태껏 살면서 상상해보지 못한 그림이다. 총각 때도 안 하던 헬스를, 30대가 되어 그것도 유부남들끼리 단톡방까지 만들어서 꼬박꼬박 운동을 하고 있다니. 비록 각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지만 한배에 탄 동료들의 존재만으로도 든든하다.

노화를 무찌르는 에네르기파를 쏘자.

우리의 오운완 인증방은 훗날 멋진 중년 아저씨로 늙어갈 수 있는 밀알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적을 무찌르기 위해 협심하여 에네르기파를 쏘던 손오공의 마음으로 우리의 오운완 인증은 계속될 것이다. 오늘도 유부남들은 노화를 향해 에네르기파를 쏜다. 42세에 생을 마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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