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여기 케냐 마사이 동네에서요?
현지에 계시는 Y팀장님은 팀 운영에서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신 분이다.
나야 많이 먹지도 않을뿐더러, 먹는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이 사실을 잘 몰랐다.
잘 먹어야 아프지 않는다는 심플한 진리를 깨우쳐 주시고,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먹거리들을 권해 주시곤 했다.
실제로 아프리카 현지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중간중간 구운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을 파는 사람들이 있는데, 팀장님은 꼭 사서 팀원들이 경험할 기회를 만드셨다.
케냐에서도 현지에서 먹는 과일이 제 맛이라며 패션푸르츠, 망고 등 현지 직송 과일들을 박스채로 사서 팀 식당으로 쓰는 교실에 쟁여주셨다.
덕분에 물과 숙소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우리는 과일은 늘 배부르게 먹는 호사를 누렸다.
그러던 중, 우리가 먹은 과일 껍질들을 마을 어귀에 버리자 그 껍질을 주워다 먹는 아이들의 모습에 팀원들이 충격을 받는 사건이 있었다.
마사이 아이들이 버려진 껍질을 줍다가 우리를 보고 슬그머니 내려놓는 모습은 잊혀지지 않는 가난의 민낯이었다.
아이들의 자존감에 상처가 날까 싶어 우리는 성급히 눈을 돌리고 얼른 숙소로 들어와 버리고 말았다.
그래, 여기는 아프리카였지.
마을 잔칫날은 그 민낯을 마주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었을 것이다.
소를 잡고 나니 그 깡마른 소에게도 부산물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걸 마을리더들이 불을 피우고 구워 먹는 모습을 보았다. 우리에게도 내장 등을 먹어보라고 권하셨지만, 아주 정중히 사양하느라 진땀이 났다.
기분 좋게 마을 잔치가 끝나고 마무리하는 시간. 다음날 사용할 물품을 J간사와 정리하고 나니 꽤 늦은 저녁이 되었다.
그때, 식당으로 쓰는 교실에 나타난 Y팀장님과 파견 단원 S.
"어? 팀장님! 무슨 일로 이 시간에?"
"B간사~ 나 양념갈비 먹고 싶엉~~"
"네?!!"
"양념갈비 만들어주면 안 될까? 한국음식 먹고 싶단 말이야."
"아니, 무슨 오밤중에… 그리고 갈비가 어딨어요~"
"그래서 내가 여기 가져왔지~~~~~"
Y팀장님은 아까 점심에 잡은 소의 갈빗대 몇 개를 손에 쥐고 계셨다.
살도 거의 없는, 그리고 사실 누린내가 나서 나는 입에 대지도 못한… 부메랑 크기의 소갈비뼈.
무기 수준의 뼈를 고이 챙겨 오신 팀장님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니 문전박대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원래 내가 요리를 좋아하는 걸 아시기도 하고, 마음에 진 빚이 많은 팀장님께 대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빨리 숙소에 가서 눕고 싶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오밤중에 양념통을 꺼내 든 나는 최대한 누린내를 잡을 방법을 궁리해가며 갈비 양념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간장으론 잡내가 잡힐 리가 없으니 패쓰!
고춧가루는 없고, 고추장에 설탕, 마늘도 없으니까 대충 후추 넣고..
제대로 갖춰진 게 없는 상황에서 만든 양념장을 일단 갈빗살에 수저로 바르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굽기 시작했다.
뼈가 워낙 커서 팬 밖으로 삐죽 나온 걸 보고 있자니…
오늘 안에 살이 구워지는 건지, 뼈가 달궈지는 건지 모를 일이었지만.
냄새나는 음식을 싫어하는 나는 간 보기는 패스.(나의 충성도의 한계는 여기까지..ㅎㅎ)
어떤 맛이었을진 모르지만, 다 구워진 갈빗대 몇 개를 플라스틱 접시 위에 고이 올려드렸다. 느낌적인 느낌은 제육볶음 맛 소갈비쯤?
팀장님은 그 갈비를 너무나 맛있게, 뼈가 드러나게 싹싹 긁어 드셨다.
"B간사 고마웡! 너무 맛있다."
아침에 남겨둔 갈비뼈를 챙겨 들고 사진까지 찍으신 팀장님. 우리 팀원들에게 양념갈비 먹었다며 자랑까지 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를 지경.
케냐산 양념소갈비.
인생의 무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그늘을 내어주신 팀장님께 내가 드릴 수 있는 최고의 밥상이었다.